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 2 : 묘사와 배경 - 론 로젤 지음, 송민경 옮김/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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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첫 번째 책 <플롯과 구조>를 보고 바로 편 책입니다. 1권은 약간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죠. 책의 내용은 좋았으나 플롯의 존재를 100% 신뢰하지 않는 저이기에 많이 와 닿지 않았습니다. 읽고 나서의 감상은- 플롯도 분명 도움이 되는구나, 하지만 귀찮아, 이 정도?
하지만 두 번째 책인 <묘사와 배경>은 아주 좋았습니다. 근래 읽은 작법서 중 제일 유익하고 드물게 다시 읽고 연습해볼까라는 생각이 든 책이었습니다. 실상 묘사는 어떤 글이든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지요. 소설은 물론이거니와 수필에서도 필요하며 시에서는 반드시 습득해야 하고 때로는 비문학에서도 쓰입니다. 빈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전에 본 작법서들은 '글쓰기'와 '소설쓰기'를 전체적으로 다뤘습니다. 이 책도 묘사를 필두로 하고 있지만 결국은 초고쓰기부터 퇴고까지 소설쓰기의 모든 분야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 쓰기의 모든 것> 시리즈는 각 권이 플롯과 묘사, 인물, 대화를 따로 다룹니다. 4권의 책 모두 총체적인 '소설 쓰기'에 대한 작법서이지만 각 주제들을 조금 더 상세하고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이렇게 주제가 나뉘어 있으니 괜히 책 권수 늘리려는 수작이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요, 묘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기에 볼 내용이 많아진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작법서에서는 묘사를 한두 챕터에서 잠깐 다루고 가거든요. 물론 그 안에서도 내용은 충분합니다. 이제 연습만 하면 돼요. 감이 좀 안 잡힌다는 게 문제지.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많은 예시로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실상 중요한 내용이다 할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 시리즈는 책 가장 뒤편에 부록으로 10~20쪽 정도의 요약본을 실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내용은 파악이 되거든요. 하지만 감이 안 잡힌다니까? 그동안 수많은 책을 읽어왔고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작품의 모든 묘사내용을 알고 있다면 간단한 조언만으로 만사 오케이겠지만 그건 또 말이 안 된단 말이죠. 그래서 필요한 건 풍부한 예시입니다. 기성 작가들의 훌륭한 표현들을 보며 천천히 익히는 거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그러니까 기존의 것들을 익히고 새로운 표현을 써 내려가면 됩니다. 어때요, 참 쉽죠?
전체적인 이야기를 짜는 연습도 좋지만 하나의 장면 장면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연습이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언제나 주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상황을 살피며 오감을 넘어 때론 육감을 사용해라― 그리고 작가노트에 조금씩 기록해두어라. 책의 서두에 나온 말이에요. 너무 변태 스토커 같나?
작법서보다는 거의 실용서적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은 책이었습니다. 애초에 없는 정답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전과는 달리 조금 더 뚜렷한 해석을 제시하고 확실한방향을 잡아주었거든요. 왠지 모르게 '이렇게만 쓰면 돼'의 느낌을 받은 건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책에서 몇 가지 인상 깊고 당연한 건데 잘 지켜지지 않는 내용만 몇 추려보겠습니다.
· 형용사와 부사는 훌륭한 작가들이 글에 맛을 더하기 위해 사용하는 향신료다. 너무 적게 쓰거나 너무 많이 쓰면 음식을 망칠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수식어가 정확하게 쓰였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 느낌표(!)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주 드물게 사용해야 한다.
· 의성어는 문장 안에 엮어 살짝 언급해야 한다. 의성어 하나로 한 문장을 만들고 느낌표를 붙이는 일은 피하라.
· 보여줄 때와 말해줄 때를 결정하는 일은 본능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두 가지를 바꾸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 글을 쓰는 내내 각각의 문단과 이미지를 점검해야 한다.
· 소설에 담는 것만큼이나 담지 않을 것에도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소설의 전개에 직접적으로 도움 되지 않는 것은 모두 군더더기이므로 걷어내야 한다.
(2012년 1월 9일 ~ 1월 12일, 3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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