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미래 - 김애란 외 지음/문학사상사 |
009.
재밌게 읽은 책이 아니니 짧게 쓰겠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산 건 2010년 박민규의 <아침의 문> 때부터였다. 그 전의 작품집은 보지 않고 올해까지 4권의 책을 샀다. 매년 드는 생각이지만 내가 머리가 달린 건지 작품이 어려운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솔직히 어렵다기보다는 난해한 쪽에 가깝겠지만.
김애란이란 소설가 때문에 이 책을 고른 거나 마찬가지다. 호평을 받은 <두근두근 내 인생>의 경우도 남들이 치켜세우는만큼 감동을 받지는 못했지만 단편집 <달려라, 아비>는 썩 좋았다. 단편에 기대를 걸고 산 경우가 되겠다. 사실 우수상 수상자는 매년 거의 비슷하기에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이상문학상은 매년 수상의 형평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렇게 이번 수상작 '침묵의 미래'를 폈는데 웬걸,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못알아처먹겠다. 일종의 관념소설로, 언어의 탄생과 지속, 소멸에 대해 블라블라 해대는데 젠장. 재미가 없다. 단순한 재미는 물론이고 다음 문단을 보고 싶은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 마지막 장을 넘겼으나 머리에 남은 게 없다. 오히려 문학적 자서전('카드놀이')나 자선 대표작('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달려라, 아비>), 그리고 편혜영이 쓴 작가론이 더 읽을만하다. 나머지 작품도 맘에 드는 게 하나 없다. '침묵의 미래'와 수상을 다툰 '밤의 마침'(편혜영), '절반 이상의 하루오'(이장욱)도 영 읽을 맛이 안 난다. 스토리는 있지만 보기 좋게 포장해놓은 듯한 느낌만 드는 글들이다.
관념소설이나 문장이 아름다운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은 스토리와 문장, 주제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소설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장과 주제(그것도 여러가지 장치로 희뿌연하게만 보이는)만 곱씹으면서 책을 넘기기는 싫다. 문장을 좋아하는 소설가에게는 차라리 시나 에세이를 써달라고 요청하겠다. 우리나라 장르문학가들이 스토리만 중시하고 문장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지적을 웹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 않기도 한다. 스토리 면이나 주제의식 면에서 우리나라 유수의 장르문학가들이 올해 이상문학상 작품집 수준은 뛰어넘었다고 본다.
여기저기 호평일색이지만 이번 작품집 수상작에는 영 공감할 수 없다. 순문학에서 느낄 수 없었던 다소 특이한 색체를 느낀 2010년의 작품집 때문에 큰 기대를 건 이상문학상 작품집이지만 계속 이런 류의 글들이 나온다면 글쎄, 내년부터는 책을 손에 안 잡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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