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서재 - 장석주 지음/한빛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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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논어에서 마흔이 되어서는 현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마흔에 하라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당장 인터넷 서점에 ‘마흔’으로 검색만 해보아도 6천 개가 넘는 도서가 있다. 마흔에는 논어와 손자병법, 군주론을 읽어야 하고 자신의 책을 써야 하고 인간관계를 정리해야 하며 아프지 않아야 한다. 뭐해라, 뭐하지 마라, 지금의 마흔은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기에는 참으로 힘든 나이이다. 인생의 절반을 막 넘어서는 시기이기에 더욱 강조하는지도 모른다.
뛰어난 시인이자 소설가, 동시에 문장가인 장석주가 자신의 서재를 공개했다. 읽는 것을 업으로 삼는 이답게 서가목록의 범위가 매우 넓다. 책에 관한 책부터 사랑, 독서, 과학, 일상, 동서양철학을 다룬 책을 다양히 소개한다. 저자는 각 책에서 느낀 점이나 눈에 띄는 문장들을 공통된 주제로 묶었다. 힘든 인생을 위로해주는 다른 책과 마찬가지인 주제문들이지만 실력 있는 독서가답게 발췌문이 발군이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과 위로를 표방하는 책이지만 여타 책과 느낌이 사뭇 다른 이유는 글에 느림과 여유가 한껏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끝없이 공부하고 절대 흔들리지 말라고 강권하는 책들과 달리 <마흔의 서재>는 책과 함께 하며 느리게 살라고 말한다. 쉼을 빈둥거림이 아닌 한가로운 바쁨으로 받아들이고 고독을 즐기면서 말이다.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건 이 ‘느림과 여유’ 때문이다. 세상은 여유를 가지기에는 너무나 빨리 돌아간다. 때로는 여유를 잠시 접고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필요가 있다. 누구의 말도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중심잡기에 이 책이 하나의 기준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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