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교실 1 - 우메즈 카즈오 글 그림, 장성주 옮김/세미콜론 |
표류교실 2 - 우메즈 카즈오 글 그림, 장성주 옮김/세미콜론 |
표류교실 3 - 우메즈 카즈오 글 그림, 장성주 옮김/세미콜론 |
024, 025, 026.
다쓰마카 쇼는 야마토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다. 말도 없이 자신의 서랍을 청소한 엄마와 다툰 다음 날, 쇼는 이런 집에 들어오기 싫다는 말을 남기고 뛰쳐나가듯이 등교한다. 1교시가 시작하려는 찰나, 학교는 굉음과 함께 흔들린다. 단순한 지진인줄 알았건만 웬걸, 교문 밖을 본 쇼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 높은 건물과 슈퍼, 문방구 같이 익숙한 건물이 아닌 끝없는 사막만 펼쳐져 있다. 학생들은 불안해 하지만 아이들을 돌봐야 할 어른은 광기에 사로잡히고 학교 전체는 혼란에 빠진다. 주변을 탐색하던 아이들은 자신들이 다른 곳도 아닌 인류 멸망 후의 미래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밖에서는 괴물, 안에서는 파벌이라는 적을 만나는 아이들은,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살기 위해 끝없이 발버둥친다.
근미래(인지 먼 미래인지는 모르겠다)를 그린 SF 만화이다. 약 2천 쪽을 끌고 가는 긴장감과 스릴은 대단하다. 처음 보는 괴기한 모습을 그리는 이토 준지와는 다른 분위기이다. 도처에 등장하는 괴물은 익숙한 듯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생김새로 공포감을 준다. (파벌이 주는 무자비함과 힘에 도취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비인간성은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닮았다) 70년대 작품이어서 그런지 스토리 전개나 씬과 씬의 연결이 부자연스럽고 툭툭 튀는 부분이 있다. 환경파괴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인류멸망이란 스토리는 다소 평이하고 중간 중간 설정에 무리가 있지만(학생의 망상이 만든 괴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수단) 크게 신경 쓰이는 정도는 아니다.
이 작품이 힘을 가지는 이유는 설정이 주는 위화감이다. 작품이 연재되던 70년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그것이 가저다줄 밝은 미래를 기대했다. 우메즈 카즈오는 이런 기대를 져버리고 어두운 미래의 단편을 그린다. 희망을 말해줘도 벅찬 때에 말이다. 한참 기술과 발전을 외치던 정부는 어쩌면, 이 작품을 금지시키고 싶었는지 모른다. 발표된 지 40년이 된 <표류교실>은 그때보다 기술이 더 발전한 지금에도 경고의 메세지를 전한다. 원자력이 가장 안전한 에너지라 외쳤지만 실상은 평생을 가도 사라지지 않을 위험을 가진 화약고와 같은 존재였다. 해마다 백년만의 가뭄, 폭우, 폭설 등 이상기변은 계속된다. 타지 않는 쓰레기는 땅에 매립하고(생명이 남지 않은 사막에 모양새를 온전히 유지한 조화(造花)를 보고 어찌나 헛웃음이 나던지!) 바다에 버린다.
헛똑똑이들이 머리로만 생각한대로 세상이 돌아가면서 이상해지는 건 아닐까 싶다. 조금은 급하게 보이는 결말부는 일말의 희망이 보이지만 급한만큼 불안하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끝을 낸 듯 보인다. 다쓰마카 쇼와 엄마의 긴 연서(만화를 기반으로 한 일본 드라마의 제목이 '롱 러브레터: 표류교실'이다)는 너무나도 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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