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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8.


1. 지대넓얕 현실편을 정말 재밌게 읽었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를 간단히 이분법으로 나누고 (채사장 말대로) 후려쳐 누구나 쉽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소설 읽듯이 차르륵 페이지가 넘어가는데 그와중에도 나름 깊이까지 있다. 나같은 무지랭이에게는 결코 얕은 지식이 아니었다. 반대 스탠스의 입장을 생각도 해보고 진짜 내 생각이 무엇인가도 한번 고민하게 만들게 한, 간만에 만족한 독서였다.


2. 오랜만에 별 다섯개짜리 책이 나왔으니, 그 후속작으로 나온 지대넓얕 현실 너머편은 얼마나 기대했겠는가. 현실편이 워낙 잘 팔려서 동네서점에서 찾을 수 없기에 우선 현실 너머편부터 산 재밌는 이력이 있는 이 책, 바로는 아니지만 가까운 시간 안으로 뒤이어 읽었다. '현실 너머'라는 부제가 붙은만큼 앞권과는 확연히 다른 분야를 다룬다.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딱 봐도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놈들이다.


3. 분야가 나와 맞지 않아서일까... 현실 너머로 오자 책이 재미가 없어진다. 철학 입문서를 한참 탐독하던 때가 있던만큼 철학 파트가 재밌으리라는 기대를 저버린다. 현실편과 마찬가지로 현실 너머편도 각 학문을 세 범주로 나눈다. 우선 철학은 '상대주의, 절대주의, 회의주의'로 구분한다. 현실편은 범주가 두 갈래라서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생각이 딱 드는데, 세 갈래로 나누니 은근히 헷갈리고 생각의 줄기가 너무 커진다. 이거 아니면 저거여야 이해하기 쉬운데, 이거 아니면 저거 아니면 그거가 되버리니, 현실편만큼의 난도를 기대하기 어렵다.(물론 이는 나의 문제이지만...) 게다가 저 세 줄기로는 철학사를 제대로 묘사하기 힘들다는 느낌도 있다. 억지로 끼워맞추는 듯한 느낌이 있으면서 지대넓얕 특유의 위트도 보이지 않는다.


4. 과학, 예술도 말할 것 없다. 철학과 마찬가지로 이전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말할 뿐이다. 단순히 과학사를 설명하기에는 그 깊이가 너무나도 얕다.(나는 나름 공학도다) 대학 교양시간에 배운 과학사 수업이 떠오를 정도로 부족하다. 아무리 '넓고 얕은' 지식을 표방한다지만 이건 너무 심한 정도다. 예술은 예술사를 훑으면 화가와 작품만 간단히 언급하기에 더더욱 아쉽다. 그나마 완전히 생소한 종교 파트가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종교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이 보면 너무나 부족하다고 하시겠지... 신비는 논외. 왜? 미스터리는 너무나도 흥미로운 분야인데 겨우 4~50쪽에 담기에는 부족하지!


5. 현실편을 꿰뚫던 하나의 개념(경제)이 현실 너머편에서는 보이지 않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다. 후려치는 솜씨는 여전하나 핵심을 파고드는 무언가가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철학과 예술은 각 시대를 지배하는 개념과 패러다임이 지나칠 정도로 자주 바껴 시대의 흐름을 놓치기 일쑤다.


6. 현실편에 비해 너무나도 아쉽다는 거지, 각 분야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최고의 책. 오랜만에 철학 대중서를 꺼내들었다.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마크 롤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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