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문학 해설서이다.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는 상당히 재밌게 봤는데 그 이유는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해서 정말 생각치도 못한 새로운 시선의 해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해설서는 이런 장점이 있다. 내가 눈치채지 못했던 상징을 잡아낸다든가 간단한 메시지를 한층 더 심화된 사유로 표현해서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하지만 단점도 당연히 존재한다. 평소에 해설서를 읽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데, 새로운 해석으로 인해 나만의 사고의 벽이 막혀버린다는 거다. 와우, 이런 생각을, 이라고 감탄하며 해설서의 '해설'을 여과없이 받아들임으로 인해 스스로 지식의 벽을 쌓는다. 그런 지식에는 절대 다양화가 없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책에 쓰인 이 해설이 맞다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지식의 아이러니를 가져가버린다.
어찌보면 「명작에게 길을 묻다」는 유익한 책이다. 약 340쪽 되는 본문에 55종의 문학작품을 소개한다. 한 작품을 소개하는데 평균 6쪽 정도 필요하다. 6쪽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가? 5쪽은 작품의 줄거리가, 나머지 0.5~1쪽은 짤막한 감상이 들어가있다. 짤막한 감상이기에 독자 개개인의 사유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또한 경험하지 못했던 작품들을 간단히 소개하는 측면에서 참 유익하고 경제적이다.
하지만 그런 '경제적' 관점이 이 책의 최대 난제이다. 소개된 작품들을 죽 보면 대부분 눈에 익은 것들이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죄와 벌」이라든가 「데미안」 정도는 익히 들어 알 것이다. 문제는 6쪽 가량의 짧은 소개를 읽고는 '이 책을 읽었지'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토리와 간단한 해석만 보고 '나는 안다'라고 할 거면 여태까지 많은 독자들은 소개된 고전을 왜 보았는가? 시간이 남아돌아서? 책 뒤편의 추천글귀에서 김낙회 제일기획 부사장 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책 읽을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특히 저자의 아들인 유재형 군의 삽화로 인해 글의 감동은 배가 되었다.
문학작품이든 인문서든 원서를 읽지 않는 이유나 해설서를 읽는 이유 중 가장 피해야 할 변명이 '시간이 없어서'이다. 스토리라도 알아야 아는 척을 하지, 라고 생각하면 당장 책읽기를 그만 두어라. 읽기에 대한 최대의 모욕이다. 없는 것보다 낫다, 라고 말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는 건 '척'이 아니라 '관심'이다.
읽을 책을 찾아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폈거나, 읽었던 작품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이 책을 폈다면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온전히 책을 알고 싶다면, 정말 책을 봐라.
(2011년 5월 12일 ~ 5월 18일, 3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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