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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 김소영 (테라코타, 2022)

by 양손잡이™ 2023. 1. 23.

1. 김소영 (전)아나운서이자 (현)책발전소 사장님의 두번째 책이다. 집과 가까운 광교에 책발전소 광교점이 있어 종종 들르는데, 이곳의 분위기가 참 좋다. 적당한 넓이의 가게, 마음에 드는 큐레이션, 사람이 많지만 동시에 조용한 분위기. 무엇보다도 책을 읽는 사람이 많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 한 자리에 앉아 진득하니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공간.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는 책 한 장이라도 더 읽고 싶은 읽고픈 마음이 샘솟는다.

 

 

2. 이런 매력적인 공간을 넘어, 저자는 온라인에서도 책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이른바 책발전소 온라인 북클럽!(브론테라는 온라인 몰의 하위 브랜드로 보이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북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한 달에 한 권, 큐레이터가 고른 책과 함께 책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레터를 받는다.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는 이 큐레이션 레터를 모은 책이다.

 

 

3. 큐레이터는 책을 소개하면서, 이 책을 왜 골랐는지를 얘기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하재영 저)은 작가가 살아온 집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을 소재로, 김소영 작가는 자신의 과거와, 부모님과의 생활을 말한다. 어릴 적 이사를 자주 했다거나, 책발전소를 만든 후에 아버지가 화단을 가꾸어주신다는 둥 말이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타입의 글이다.

 

 

4. 

책 읽기는 수시로 좁아지려는 저의 세계를 부단히 넓히고, 얕아지는 제 마음의 벽을 숱하게 찔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을 읽어서 제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을 겁니다. 그 대상이 책이든, 다른 무엇이든 늘 어딘가를 향해 힘껏 달리며, 때로는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하며 그 과정 자체에 빠져든 탓에 주변을 잘 돌보지 못하기도 하겠죠. 그렇기에 저와 같은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해 보려고 노력하는 저를 변명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보냅니다.  _222쪽, ‘끝맺는 말’에서

 

소개된 책은 모두 문학 – 특히 소설과 에세이에 집중되어 있다. 독서력의 편파가 심한 다수에게 한 달에 한 권을 소개하는만큼 아무래도 독서 난이도를 낮춘 것 같다. 아무래도 소설, 에세이가 비교적 쉬운 장르이기 때문이렸다. 소개된 책은 글 가장 아래에 써놨으니, 참고하시라.

 

 

5. 

영화 ‘어바웃 타임’에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시간을 돌려 책을 읽고 또 읽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목록의 책을 다 읽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로 돌아갔다는 거죠. 그건 좀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계속 읽고자 우리는 과거로 갈 순 없지만, 책에 몰입하다 보면 한결 나아진 듯한 나 자신을 만나는 일만은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_82쪽, ‘나 홀로 즐기는 행복한 고독’에서

 

책을 처음 폈을 때의 솔직한 심정을 남겨본다. 저자와 제목만 보고 산 책인데, 본문은 기대보다 별로(…)였다. 정돈되지 않고, 다소 감정과잉을 띈다고 생각했다. 중반부까지는 이런 시각으로 책을 봤는데, 읽다 보니 소개하는 책 자체가 너무 재밌어보였다. 특히 모르는 책을 소개하는 챕터가 흥미로웠다(<스페인 여자의 딸>, <스몰 플레져>,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등). 책을 읽고 싶은 욕심을 가득 채워주는 책이다. 계속 읽게 만드는 매력이 가득하다.
아, 종이책도 전자책도 엄청나게 가지고 있는데, 책발전소 북클럽 가입 욕심이 드네. 자제해야 하는데.

 

 

* 소개하는 책 목록(아래 클릭)

더보기

그리움이 정원에서 - 크리스티앙 보뱅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다 - 이슬아, 남궁민
올리브 키터리지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 마르그리트 뒤라스
트로츠키와 야생란 - 이장욱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하재영
책의 말들 - 김겨울
행복의 나라 - F.스콧 피츠제랄드
다정 소감 - 김혼비
동급생 - 프레드 울만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 김민철
스페인 여자의 딸 -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스몰 플레져 - 클레어 챔버스
마이너 필링스 - 캐쉬 박 홍
장미의 이름은 장미 - 은희경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 에리카 산체스
기적일지도 몰라 - 최희서
배움의 발견 - 파라 웨스트 오버
대불호텔의 유령 - 강화길
H마트에서 울다 - 미쉘 사우나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 금정연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MBC 아나운서를 그만둔 후 ‘당인리책발전소’ 서점 주인으로, 그리고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새로운 인생의 방향을 찾은 김소영. 책과 문장의 힘을 믿는 그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언제나 책이 곁에서 말을 걸어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책과 데면데면해지면서 책 속 문장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서서히 줄어들었다며 내밀한 고백을 들려준다. 이 책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는 ‘책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책과의 권태기를 책으로 회복하고, 오랫동안 감정의 조각들을 흘려보낸 것에 익숙해져 제대로 꺼내지 못했던 내면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파고들어 완성한 글을 담아냈다. 김소영 작가가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소개하는 책 이야기, 문장들에 숨겨진 마음의 풍경, 삶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과 마주하고, 이를 통해 나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저자
김소영
출판
책발전소X테라코타
출판일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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