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쳣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 불러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낼 수 없는
- 문태준, 「누가 울고 간다」, 『가재미』, 문학과지성사, 2006년
누구나 가슴 속에 슬픈 울음소리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아픔이 너무 커 때로는 일부러 기억을 지워버린다.
그러다가, 무심코 떠올라 아파하고, 또 운다.
하지만 금새 그걸 잊고 내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갸우뚱할 때가 있다.
그건 누굴까, 내 가슴 안에 있던 그건 과연 누굴까.
아무도 그 상처를 보듬어주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저 혼자 잊었다, 떠올렸다, 다시 잊었다를 반복할 뿐.
기억 속의 새가 가슴이 발간 이유는 원래 그런 건지, 내 마음 속 넝쿨에 찔린 건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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