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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지금이 몇 시인겨. 벌써 새벽 세 시인감?
 
내일 인적성 시험을 보러 간다는 자네, 왜 아직도 자지 않고 있는가? 보통 일이 아니구만. 도대체 오늘 몇 시에 일어난 겐가?
 
오늘,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어제지. 지금은 새벽이니까 말일세.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토요일 아침 일곱 시에 잠이 들었다네. 여덟시였나? 잠에 푹 빠져 있다가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벌써 오후 세 시가 다 돼가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놀라 화들짝 일어났네.
 
아니, 평소에도 그리 늦게 일어나는 자네가 뭐가 그리 급해 화들짝 놀랐단 말인가?
 
이 사람아, 내가 아무리 평소에 게으름을 많이 피운다고 해도 말일세, 일요일은 무슨 날인가.
 
아이, 물론 현대건설 적성검사 보는 날이지.
 
맞네, 아무리 삼성전자 인턴을 했고 면접까지 봐서 다른 회사에 구직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다지만 시험은 시험이지 않은가. 면접 때도 말했지, 세상이 나를 시험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를 뛰어넘는  도전이라고 여기겠다고 말일세.
 
하하, 참 듣기만 해도 부끄럽구만. 면접관 넷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자네도 참 뻔뻔한 사람일세.
 
나도 참 부끄러웠네. 그래도, 어쩔 수 있는가?
 
아이고, 이 사람아. 어디 보자, 얼굴에 붙어 있던 철판은 어디다 뒀나?
 
면접이 끝나고 바로 화장실에 버리고 왔네. 원체 무거워서 말이지.
 
그래그래, 옛 이야기는 하지 말고 지금을 얘기해보자고. 그래서 시험이 어떻단 말인가? 적성검사 공부한다고 책도 미리 사두고 토익 스피킹 책도 친우에게 빌리지 않았는가? 시간도 많았고, 자네가 공부한다고 방에 틀어박혀 있는 줄 알았네만.
 
그렇지 그렇지, 언제든 준비는 완벽하네 나는. 공부를 하려면 책을 미리 사야하고 내가 쓰는 필기구가 있어야 하지. 그런데 웬걸, 필통이 사라진 걸세. 그러자 갑자기 공부하고픈 마음이 싹 사라지지 않겠나. 그래서 그냥, 도서관에서 책이나 읽었네.
 
그건 목요일 얘기 아닌가? 주말에 모두와 연락을 끊고 방에서 무얼 했나? 드디어 밀린 공부를?
 
그것도 하자고는 했지.
 
그럼 지금 걱정하는 건, 결국 공부가 전혀 되지 않은 것이구만.
 
그러네. 적성검사야 공부해도 안 되는 분야인 걸 알고 유형만 파악해뒀네. 머리는 단시간에 개발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하지만 영어, 영어가 문제네.
 
아니, 자네 오픽도 2주 공부하고 IM2가 나오고 여름 방학에 인턴 생활을 하면서 학원도 다니지 않았는가?
 
물론 그랬지. 하지만 2주 공부하고 본 시험은 말 그대로 운이었네. 예상했던 질문이 많이 나왔었지. 여름 방학에 학원? 같이 다닌 사람들과 시시덕거리느라 공부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네. 게다가 피곤하기도 하고.
 
예끼 이 사람아, 그래도 기본 실력이 어디 가는가? 우리 친우들이 자네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아는가? 자네 때문에 오픽을 공부한다고 한 사람도 많다네.
 
정말 할 말이 없네만 그건 다들 나를 너무 좋게 봐서 그런 거라네. 내가 기본실력이 어딨당가. 그때그때 운이 따르고 뭔가 잘 풀리는 시기여서 그랬던 거지. 어제는 샤워를 하면서 base를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몰라서 잠깐 멍했다네.
 
그 정도면 조금 심하구만.
 
많이 심하지.
 
그래도 너무 걱정은 말게. 천운이 따를 걸세. 자네의 행운을 빌어주는 사람도 많으니 말일세.
 
고맙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데 나는 오늘 도대체 뭘 했는가. 그나마 책이라도 읽어서 다행이네. 계속 놀았다면 정말 그건, 그건… 에휴, 말을 말아야지.
 
어쨌든, 우리 대화를 나눈 지 벌써 십오 분이 지났네. 내일 여섯 시 반에 일어난다지? 얼른 자야 하지 않겄나.
 
그래야지, 얼른 자야지. 그런데 아직 잠에서 깬지 열두 시간밖에 되지 않아 생체리듬은 한낮이라네. 바뀐 밤낮 덕에 얼굴에 뾰루지는 더 나고, 참 걱정이네.
 
걱정, 걱정. 자넨 매일 걱정뿐이지. 걱정을 어떻게 없앨지, 생각하지 않는단 말일세. 매일 자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는 내 말을 명심하게.
 
고맙네. 이만 대화 줄이고 나도 잠에 들 수 있도록 해야겠네.
 
그려, 힘내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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