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거실 창가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셨다. 찻잔에 입바람을 불때마다 어둠이, 여자의 등 뒤에 부리를 둔 어슴푸레한 기운이 소매에 앉은 분필 가루처럼 조금씩 불려나가는 것 같았다. 창은 번했다. 사택 앞마당에 선 가로등 불빛 주변에 성긴 눈발이 나부꼈다. 학교 운동장이며 민가 지붕들이 윤곽을 지우며 눈 속에 묻혀 있었다. 만원이 그려놓은 밤처럼 풍경은 비현실적을 보였다. 두렵지만 않다면 그녀는 이런 비현실감도 좋았다. 그녀는 국화차를 한 모금 천천히 넘겼다. 차는 혀끝에서 식으며 생콩처럼 비릿했다. 차를 마신 것은 산책 전에 물을 마셔두는 오랜 습관이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라 그녀는 날이 더 밝기를 기다리며 지난밤 이삿짐 정리를 하다가 찬장에서 발견한 국화차를 우렸다. 지난가을에 절에서 얻은 차였다.
― 전성태, 「국화를 안고」
번ː―하다
【형용사】【여 불규칙】
① 어두운 가운데 조금 훤하다.
┈┈• 외딴집에 등잔불이 ∼.
② 무슨 일이 그렇게 될 것이 분명하다.
┈┈• 결과는 불을 보듯 ∼.
③ 바쁜 가운데 잠깐 짬이 나다.
┈┈• 오후는 오전과 달리 좀 ∼.
④ 병세가 좀 가라앉다.
【어감이 작은 말 앞에】반하다².
【어감이 센 말 앞에】뻔하다.
━번ː―히
【부사】
난생 처음 보는 단어였습니다.
센 말 앞에서 뻔하다라고 쓰이는 걸 보고 더욱 놀랐습니다.
①의 뜻으로 단어를 사용하면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게 단어의 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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