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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품지마관 (九品芝麻官 白面包靑天: Hail The Judge, 1994)
    영화 이야기 2012.01.02 18:02


      오랜만에 주성치의 영화를 봤습니다. 우선 저는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주성치의 개그코드는 잘 맞지도 않습니다. 저번 주말에 초등학교 저학년 외사촌들에게 이 영화를 틀어주니 아주 재밌다고 웃어재끼는군요. 애들이 웃었다는 점에서 호기심은 커녕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던 영화이기도 했고요.

      게다가 영화는 94년도 영화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트렌드에 많이 뒤쳐진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드라마 장르는 스토리에서 오는 감동이 주이기 때문에 어떤 세대든 받아들일 수 있고 감동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코미디는, 글쎄요. 전 세대를 아우르기 정말 어렵지 않을까요? 저희 어머니는 아직도 개콘을 보시면서 한번도 웃지 않으십니다. 대신 옛날 김미화 씨가 연기했던 '쓰리랑 부부'가 최고의 코미디라 하시지요. 며칠 전 KBS에서 02년도의 개그 콘서트를 재방영해주었는데, 어우 그 유치한 개그에 그렇게 웃었다니. 참 재미난 경험입니다.

      하지만 원초적 개그에는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봅니다.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것이 웃음 본연의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거든요. 몸개그, 유치한 말싸움, 이런 것들 말예요. 그런 점에서 칭찬할만한 영화라고 해야 할까요? 초등학생들이 웃었고, 저도 가끔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던 게 이 영화의 강점입니다.

      전 사실 주성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가 출연하는 영화가 B급 코미디 영화, 패러디 영화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연기력을 따질 수 없고, 분명 장점이 있긴 한데 딱히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그런 묘한 구석을 가지고 있거든요. 물론 이건 제가 그의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진 편견이지요. 취향은 제각각이니 제가 주성치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크게 상관은 없겠지요.

      주성치와 영화 장르를 떠나서, 영화 내에서 가장 눈에 밟혔던 대사가 있습니다. 주성치의 아버지가 죽을 때 주성치는, 청렴한 관리가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빕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말하지요.

      "탐관도 사악해야 하지만 청렴한 관리는 더 사악해야 해."


      더러운 짓을 하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고 노력도 품도 들지 않지만 착한 일을 하는 건 엄청 어렵지요. 세상에 있는 온갖 나쁜 것들의 유혹을 떨쳐내야 하고 마음은 올곧아야 합니다. 어떤 것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굳센 의지도 있어야 하지요. 영화의 대부분은 주성치가 자신과 남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온갖 일을 하는 것으로 채워집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은 20분이면 족한데 옳은 일을 하는 건 1시간이 족히 걸립니다. 1994년이나 지금이나, 아니 언제든 착한 사람은 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저 한 줄의 대사 때문에 영화에 철학이 생겼고 내용이 확 살았습니다.

      아래는 예고편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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