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숍 살인 사건 - S. S. 밴 다인 지음, 최인자 옮김/열린책들 |
053.
읽은 모든 책에 대해 짧게라도 평을 남기려고 한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아닌 이상 글이 늘어지진 않을 듯. 글쓰기 연습이다!
뉴욕의 아마추어 탐정 파일로 밴스가 주인공이다. 밴스가 출현한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소설이며 세계 10대 추리소설(물론 그런 건 없다)에 뽑힌 명작이라고 한다. 2/3까지는 인정하겠지만 뒤로 갈수록 재미가 떨어진다.
'마더 구스의 노래'라는 전래동요(자장가)의 내용을 따라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노래나 이야기에 따라 살인이 벌어지는 포맷은 밴 다인이 처음일 듯싶다. 다만 출간년도가 1929년이라는 게 함정. 만약 나처럼 <비숍 살인 사건>을 느즈막히 접한 이들에게는 아쉽게도 이 포맷은 익숙할 것이다. 크리스티 여사께서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열 꼬마 인디언을 통해 보여준 바 있고, 온갖 트릭을 짬뽕시킨 김전일 시리즈에서도 차용했다.
체스선수, 수학자, 물리학자에 잡지식이 많은 벤스까지 합세해 다소 현학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난 이 사건을 보자마자 수학자의 소행이란 것을 알았지, 우주와 수를 연구하는 사람은 무한한 것에 비해 인간은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똑똑한 사람일수록 유치한 짓을 많이 하는 거야 등의 뭔가 찝찝한 추론이 난무한다. 밴 다인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면서까지 순수문학에 대한 끈을 놓고 싶지 않았던 작가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의 통찰력이 작품에 그대로 투영된 것이지만 설득력이 크진 않다.
90년이 다 되어가는 소설이기에 '최초'라는 타이틀을 빼면 큰 재미를 찾지 못했다. 범죄의 심리학적 면은 스릴러와 사회파 추리소설, 트릭은 본격 추리소설에서 이미 접한 것이기에 특별함이 적었다. 사실 첫 장면부터 범인을 얼핏 알았다는 것도 점수를 깎아먹은 주 요소 중 하나이다. 트릭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는 점, 범죄동기가 매우 불분명하다는 점 등이 흥미를 돋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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