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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름의 권유 -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이수진)
    독서 이야기 2013.07.07 01:42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 7점
    이수진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065.


      어쩌면 고양이 애호가에게는 불편한 소설이 될지 모르겠다. 소설에서 그들은 고양이 앞에서 자신을 집사(버틀러)로 낮추며 마치 고양이를 위해 봉사하고, 자신들만이 알아듣는 단어로 대화한다.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이 많아지면서 다수의 기호가 일종의 권력이 되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소설에서, 고양이 애호가는 단순히 중점적 소재로만 등장할 뿐이니 소설가뿐 아니라 짤막한 감상을 남기는 나에게도 돌을 던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진 걸 모두 바칠만큼 사랑했던 여자친구에게, 단 한 통의 문자로 이별통보를 받은 '한'은 그녀와 다시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던 도중 길에서 그녀가 잃어버린 것이라 추측되는 고양이를 찾고, 그걸 계기로 그녀가 속한 애묘인 카페 정모에 참석한다. 하지만 그녀는 나오지 않았고 버틀러들에게 갖은 수모를 겪은 후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거기서 애묘인 카페에 잠입(?)해 있던 김B의 설득에 버틀러들을 반대하는 '클럽 안티 버틀러'에 가입하게 된다. 취향을 대통령 선거에 이용하려는 장국태 의원의 낙마, 그것이 클럽 안티 버틀러의 목표다.


      언뜻 보면 참 이상한 소설이다. 애묘인이 자신을 버틀러라고 부르는 건 진작에 알았지만 비(非) 버틀러인을 질시하거나 무시하는 건 거의 못 보았다. 길고양이들을 위한 정책을 대선에 이용하는 등 취향을 이용하여 다수의 지지를 얻어낸다는 발상 자체가 처음부터 비상식적이다. 현실의 정치는 단순한 기호와 취향으로 굴러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취향이 권력으로 변질되는 순간 이야기는 전복된다. 고양이를 소재로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니 클럽 안티 버틀러가 단순히 반(反) 고양이 애호가로 비춰질 수 있는데 애초 이 클럽의 모토는 취향의 군집을 막자는 것이다. 취향은 개인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정한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닌, 그저 표현의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이것이 부정적으로 자랄 경우 다른 취향의 남들을 보며 '너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는 식의 자의식이 싹트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다수가 될 때 발생한다. 정체성을 드러내는 단초였던 생각이 우월감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타적 증폭(자기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의 말만 들음으로써 판단착오나 실수)이 강화되는 순간이다.


      인물과 이야기가 잘 화합하지 못하는 경향이 다소 보이지만 각 인물은 다름이 틀림으로 변질되는 폭력적인 순간을 잡아낸다. 고양이를 너무나 사랑해 고양이가 되고 싶어 했던 여자친구에게 차인 화자 한은, 그녀를 너무 사랑해 밉보이지 않기 위해 취향을 바꾸고 포기했다. 곽은 과거에 장국태에게 부(富)의 차에서 오는 차별을 느꼈고 오는 한과 비슷하게 연인에게 버림당하면서 고양이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다. 고양이 입술을 가진, 박의 아내는 어릴 때부터 남들이 자신을 불길하게 여기며 차별했던 경험이 고양이 고기를 탐하는 정신적 강박을 키웠다. 남궁은 아버지에게서 다른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패배적인 교훈을 배우면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 증오심을 품는다. 다름은 자신이 갖지 않은 것을 남에게 배우며 긍정적인 의미로 발전할 수 있다. 동시에, 인물들이 보여주듯이 다름의 순의미가 폭력과 무조건적인 증오, 분노로 변질되는 건 순식간이다.


      클럽 안티 버틀러가 취향을 과시와 권력으로 이용하는 집단에게 반대하는 것을 모토로 삼지만, 오는 오로지 고양이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고양이에게 여러 약을 먹이며 실험을 한다.(애초에 오가 클럽에 들어온 이유는 고양이가 싫어서였다) 이때 곽이 오에게 우리의 사상 때문에 고양이라는 종을 멸종하려 든다면 자기들 무리의 취향을 빌미로 소수 무리의 취향을 우습게 여겨버리는 버틀러와 우리가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맞다. 모든 취향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 자신의 취향이 소중하다면 타인의 취향 또한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모든 이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커피에는 쓴맛, 신맛, 고소한 맛, 단맛, 떫은맛이 숨어 있다. 누구는 커피 자체의 맛에 가까운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고, 누구는 단 게 좋아 카라멜마끼아토를 좋아한다. 이건 단지 취향일 뿐이다. 중요한 건 커피를 마실 때 맛있고 즐겁다고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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