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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문득, 책이 싫어졌을 때 - 책읽기 좋은 날 (이다혜)

by 양손잡이™ 2013. 10. 25.
책읽기 좋은 날 - 7점
이다혜 지음/책읽는수요일



098.


  책을 옆에 쌓고 한참 읽다 보면, 지독히도 책이 싫어질 때가 있다. 즐겨 읽는 장르소설도, 현실의 문제를 일깨워주는 사회과학서도, 존재 자체를 뒤흔드는 철학서도, 심지어 그림 가득한 만화책도 도무지 읽기 어렵다. 취미가 오직 독서와 영화감상밖에 없는 내게, 책읽기 싫은 '밤'은 최악의 시간이다. 책은 안 읽히지, 밖으로 훌쩍 나가 영화관에 쳐박혀 있기엔 영화관이 너무 멀지. (사실 나가기가 귀찮다) 글자 자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런 날에는 무작정 자는 게 최고다.


  하지만 사람은 쉬는 데 최적화되지 않았다. 짱구를 굴려야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그럴 때면 머리를 식힐 겸 책에 관한 책(이후 책관책)을 읽는다.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하던 2009년에는 왜, 어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썰을 푸는, 그런 책이 참 좋았다. 초보 독서가에게 있어 좋은 길라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고백하지만 책관책에서 말했던 좋은 책은 거의 읽지 않았다) 독서량은 적지만 꾸준히 책을 읽은 후 낸 결론은, 책관책은 내 독서에 하등 필요없는 놈이라는 거였다.


  그런데도 <책읽기 좋은 날>을 재밌게 읽은 이유는, 재밌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후 1,000자 내외로 단순한 감상을 썼다. 어려운 단어도, 속뜻도 없다. 이 소재는 이런 의미입니다, 이 책은 저런 철학적 주제를 말합니다, 등등의 현학적인 단어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고! 책을 너무 단순하게 소개한 바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점에서 독서 욕구를 더 일으킨다. 이 해석 저 해석 다 붙인 책관책을 보면 마치 내가 소개된 책을 다 읽은 느낌이 드는데, 이런 점에서 <책읽기 좋은 날>은 합격점이다. (단순해서 좋다는, 모순?!)


  소설부터 시작해 에세이, 철학, 사회과학, 에세이, 과학, 심지어 만화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한 가지 더 반가운 것은 대부분 들어보지도 못한 책이라는 것이다. 123권의 책 중 20권밖에 모르고, 읽어본 건 5권이다. 나보다 뛰어난 독서가, 게다가 글도 재밌게 쓰는 문필가를 만나게 되니 되도 않는 호승심도 불러일으켜준 소중한(?) 책이 되겠다. 아, 특히 각 장 첫 페이지에 쓰인 독서에 관한 문구가 눈에 쏙쏙 들어온다. 주옥 같은 문장들, 아래에 소개한다.


  • 책은 죽지 않는 능력을 준다.    _움베르토 에코

  • 내가 인생을 안 것은 사람과 접촉했기 때문이 아니라 책과 접촉했기 떄문이다.    _아나톨 프랑스

  • 독서는 사람이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    _헤르만 헤세

  • 한 시간 정도 독서를 하면 어떠한 고통도 진정된다.    _몽테스키외

  •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다.    _랄프 에머슨

  • 낡고 오래된 코트를 입을지언정, 새 책을 사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라.    _오스틴 펠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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