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by 양손잡이™ 2017. 9. 27.

만화 슬램덩크 후반부, 강백호는 부상 때문에 이상 경기에 뛰면 안될 상황이다. 감독은 강백호의 미래를 걱정해 코트에 나가지 말라고 한다. 그러자 강백호는 감독에게 묻는다. 


감독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 지금입니다. 


명대사를 내뱉고 경기에 다시 나간 강백호는 결국 부상을 입는다. 


장면을 보고 전율하지 않은 이가 있겠는가. 나중이 어떻게 되든 지금 처한 상황에 몰입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강백호. 너무도 확신에 강백호의 대사에 나를 비춰보면 글쎄, 내게 최고의 순간은 절대 지금이라고 없다. 그렇다고 살아온 30 동안 영광의 시대라고 있는 때가 있었나란 질문에도 긍정의 답을 내리기 힘들다. 


어릴 적부터 나는 조금 순탄하게 살아왔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어려운 가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미군부대에서 일하시는 아버지 덕에 시절 흔하지 않단 바나나와 오렌지, 햄버거, 폭립을 자주 먹었다. 초등학생 때도 평이했다.남들과 같이 공부하고 특히 수학에 재미를 느껴 장래희망이 수학자였다. 일상생활은 조금 지질했지만 성적이 나오고 읽기를 좋아했다. 그때는 내가 조금 특별한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아니었다. 


중학교도 똑같다. 그저 시키는대로 공부했다. 농구를 즐겨했으나 하진 못했다. 친구관계도 그리 좋지 못해 졸업 후에 연락하는 이가 없다. 부끄러움과 지독한 외모 컴플렉스 때문에 여자와는 거의 말도 못했다. 고등학생 때도 마찬가지었다. 대화는 커녕 눈도 제대로 마주쳤다. 그나마 들였던 노력에 비해 좋은 성적이 나란 사람을 붙들어준 같다. 주변에 문학소년으로 알려졌지만 실상 읽은 책이라고는 되지도 않으면서 책을 이미지 메이킹용으로 이용한 같다. 


들인 노력에 비해 좋은 성과를 얻은 20, 운은 대학교 입학 때도 작용했다. 아이큐 검사에 가까운 적성검사로 1 수시로 입학했다. 당시 1 수시는 8월이면 입학이 결정돼 인생에서 가장 나락을 겪는다는 수능 시험도 치지 않고 2학기 서너달은 하고 싶은 공부와 읽고 싶었던 책에만 매달려 있었다. 대학 시절도 그리 다르지 않게 노력에 비해 성적이나 평판이 좋았다. 요즘 그렇게 힘들다던 구직도 쉬웠다. 대학 입시와 마찬가지로 아이큐 테스트 비슷한 치루고 인턴으로 입사했다. 인턴에서 정직원 전환률이 90% 이르던 때여서 다들 열망하던 대기업 입사도 어렵지 않았다.


가끔, 삶이 너무 평이하고 순탄해서 아쉽다는 말을 하면 다들 복에 겨운 소리를 한다며 어리광 피우지 말라고 했다. 어머니는 내가 착하고 올바르게 살아서 결과가 좋았다고 하셨다. 아니에요, 어머니. 저는 주변에서 시키는대로 불평없이 살아와서 그런 거예요. 다들 잘났다는 식으로 대꾸하지만 실은 삶에 이룬 하나도 없는 것과 같아요.


여태까지 살아온 시간이 그저 평지와도 같았다면 가지로 해석할 있으리나. 제일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향유하며 심적으로 넉넉히 살았거나, 아직 자신이 곳보다 높은 곳이 있다는 모르고 앞의 산을 애써 외면하고 살았거나. 꿈과 삶에 대해 말할 때마다 나는 전자에 속한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후자에 속한 이가 아닐까. 앞에 우뚝 솟은 산마루의 존재를 부정하고 지금처럼 땅만 보고 살면 된다는 생각을 것은 아닐까.


이런 편평한 땅에서는 최고의 순간이란 있을 없다. 아무리 앞으로 나아가도 걸어왔던 길보다 높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려면 고개를 들어 앞의 현실을 봐야 한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높이 서있는줄 알았건만 아직 올라갈 곳이 태산과도 같다니. 그때는 가슴이 무거워질 것이다. 여태까지 해온 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태까지 걸어온 길이 어떤 뜻도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길의 길이만큼 끈기와 체력을 얻었으니까. 높은 산을 올라갈 발걸음 무겁다는 것을 알지만 여태까지 해온 - 평탄하다고 믿었던 경험이 나를 뒷받침해줄 것이다.


나는 아직 최고의 순간에 다다르지 못했다. 언제가 최고의 순간이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눈앞에 산이 허상이어서 발을 내딛으면 낭떠러지로 떨어져 , 아까 있던 곳이 가장 높은 곳이었구나 하고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되든 나는 위로 올라갈 있다. 산이 진짜라면 산을 오르면 되고, 산이 가짜여서 골짜기로 떨어졌어도 다시 내가 있던 곳으로 올라오면 된다. 나의 최고의 순간은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고, 아직 만들어가는 중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