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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김신지 (휴머니스트, 2021)

by 양손잡이™ 2023. 3. 6.

1. 읽든 안 읽든, 뭔가를 쓰고 남기는 데에 욕심이 많다. 그래서 여기저기 기웃대며 기록해보지만, 매번 실패할 따름이다. 내용이나 마음가짐이 아닌, 기록의 수단과 방식에 집중하기 때문일테다. 어떤 필기구가 좋을지, 이 노트 앱이 좋다더라 아니다 저게 좋다더라- 원천적인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한켠에 쳐박혀 있으니 뭐가 될리가 없지.

 

 

2. 메모와 기록은 긴 글보다 부담감이 적다. 내게 긴 글이라고는 1천 자가 겨우 넘는 독서노트뿐이지만. 그나저나 메모와 기록은 뭐가 다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때그때 적어둔 메모가 한 알 한 알의 구슬이라면, 기록은 그것을 꿰는 일에 해당하니까요. 낱개의 메모보다는 한 가지 주제로 일관된 기록을 이어나가는 일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생각의 편린을 짤막하게 남긴 게 메모라면, 그걸 하나의 형태로 꿰어 만드는 것이 기록이란다. 둘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긴 메모가 결국 기록이 아닐까? 둘이 구분하지 않는 걸로.

 

 

3. 기록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어차피 반복적인 하루, 일어나서 회사에 갔다가 퇴근하는 날들. 여기서 자신만의 조그마한 즐거움을 찾아 소소하게 살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저자는 자신과 마주 앉는 시간을 가지기를 권한다. 꾸준히 자신을 바라보면서 중요하지 않은 것에 쓸데없이 힘을 빼지 않았는지, 반대로 지키면서 살아야 할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것이다. 저자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기록인 셈이다.

 

 

4. 저자가 소개하는 메모 방법 중 마음에 드는 것. 시도해볼 것들.

 

- 매일을 한두문장으로라도 기록하기
똑같은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순간을 보기로 했다. 눈 내린 직후에는 온통 하얗던 세상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달라진다. 이 나무에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든가, 새 순이 솟아나고 있다든가, 조금이라도 의식적으로, 애써서 관찰해본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 문장 모으기
책을 읽은 후 메모 앱에 인용문을 잔뜩 수집한다. 그리고 절대 보지 않지. 문장이 가리키는 방향(따뜻함, 우울, 슬픔 등)으로 분류를 나눠서 폴더를 만들어봤다. 500개가 넘는 기록에서 인용문을 하나하나 가져오기 힘드니,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해보는 거다. 상당히 유용한 방법인 것 같다.

 

- 아이디어 스케치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을 때, 핸드폰 잠금화면을 해제하고, 앱을 켜고, 새 메모하기 버튼을 누르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자동화 어플을 이용해 아이콘을 누르면 지금 날짜와 시간을 제목으로 하는 새 메모가 생성되게 했다. 핸드폰이 작아 오타가 많으니 받아쓰기 기능을 사용해보기도 했다.

 

5.

무엇을 기록해야 하냐고요?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세요 .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질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수 있습니다.
기록해두기만 한다면요.

 

기록, 하면 독서와 공부에 관한 것밖에 떠올리지 못했다. 메모를 꿰어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주지시켜 내 것으로 만드는 것. 하지만 다른 의미로 기록은 사랑하고, 잊지 않기를 원하는 것을 남기는 일이다. 저자는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사진과 동영상, 음성을 남긴다고 한다.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가하지는 못하지만, 떠올리기에는 충분한 기록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겨우 3년이 됐다. 사진이 많아 얼굴과 몸은 기억나는데, 목소리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조금 슬프다. 할아버지인대도 이런데, 이보다 가까운 이들 - 아내와 부모님, 주변의 친구들이 사라지고 조금씩 잊혀진다고 생각하니 먹먹하다. 사진도 좋지만, 동영상을 찍는 버릇도 들여야겠다. 동영상은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는 없지만 꽤나 정확한 기록 데이터니까 말이다.

 

 

6. 지구가 생긴 이래 같은 날씨는 한번도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오늘을 어떻게든 남겨두고 싶다. 하지만 해야 한다, 가 아니라 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기록할 것. 강박과 의무감을 벗어던져야겠다. 어제 일기를 못 써서 데일리 다이어리에 하루 공백이 생겼다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만큼. 즐거움을 위해. 좋아하는 것을 편한 방식으로. 누구한테 칭찬받자고 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기록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기록 동기부여 에세이. 기록 덕후이자 MZ세대 트렌드 미디어인 캐릿(Careet)을 운영하고 있는 김신지 작가가 매일 쓰는 사적인 일기, 곧 사라져버릴 순간 수집, 글쓰기와 일에 목적을 둔 기록까지 지금 스쳐가는 순간과 생각들을 기록하는 방법을 전한다. 이 책이 말하는 기록이란 지금을, 이 순간의 나를 수집하는 일. 기록을 통해 삶이 건네는 사소한 기쁨들을 알아채고, 내 인생의 순간들을 간직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사람이 되는 법을 이야기한다.
저자
김신지
출판
휴머니스트
출판일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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