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 - 해럴드 슈와이저 (돌배게, 2018)
제목을 보자마자 아, 이 책이다! 시인,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존재인데,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시인이 되는 것일까? 이토록 낭만적인 제목에 빛이 바랜듯한 분홍색 표지는 이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하지만 첫 장을 보자마자 나는 알았지, 이 제목은 사기라는 걸. 기다림이라는 개념을, 친구와 두 시에 만나기로 해놓고 30분 늦으니 잠시만 기다려, 라고밖에 생각하지 않는 나로서는 앙리 베르그송이 어쩌고, 에서 저쩌고, 시몬 베유가 솰라솰라, 아이고 머리 아프다. 책 뒷편의 광고문구는 기다림, 시간의 선율과 공명하는 마음의 산책 - 문학과 예술, 인문학을 경유하며 탐색하는 생의 비밀스런 사건 이란다. 심지어 영문 제목은 그냥 이다. 그 어디에도 시인의 ㅅ 자도 보이지 않는다. ..
2022.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