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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음악21

[좋은음악] Simon Daum - Unseen 청춘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는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2012. 1. 20.
[좋은음악] Roberto Cacciapaglia - Seconda navigazione 제일 낯선 세상을 보고 싶었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곳 말이다. 세상의 가장 눈 선 데가 어딘가 생각해보니 바다였더란다. 그것도 망망대해에서 자기가 일생을 지렁이처럼 기듯이 산 땅덩어리를 보고 싶었다더구나. 우주선을 타고 하늘로 올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래서 혼자 몰래 준비한 선원증을 얻어 갑판원으로 이 배 저 배를 타고 5년간 세상구경을 하고 왔단다.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모두 돌았다더라. 일부러 낯설고 멀리 가는 배들만 골라 탔대.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는 배를 타는 건 그중 수월했나보더라. 정해진 휴가도 될 수 있으면 단축해서 5년 내내 물 위를 떠다니다시피 했단다. 그렇게 한 5년 떠돌고 나니까 가슴속에 바위처럼 뭉쳤던 .. 2012. 1. 19.
[좋은음악] David Nevue - The Gift 오전에 과학잡지를 읽었어. 거기 보니까 우주에서 사람이 터져 죽는 건, 외계의 힘이 내계의 힘보다 커서 그런 거라더라. 그리고 나는 네게 이 얘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대부분 아직 우리 바깥보다 힘이 센 존재들일지도 모른다고. 오늘은 여기까지. 안녕. _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2012. 1. 18.
[좋은음악] Michael Ortega - It's Hard to Say Goodbye 혼자서 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어떤 고지서를 어떻게 처리하고... 세탁기를 사용하거나 청소를 하고... 가스검침원에게 어떤 숫자를 불러줘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외로웠다. 주말이면 아들네나 딸네를 찾았지만, 아이들에겐 아이들의 생활이 있다는 걸 머잖아 알 수 있었다. 교회라도 좀 다니세요, 딸아이는 말했다. 교회를 싫어한 건 아니지만 나는 무언가... 그래도... 그랬다, 어떤 무언가가 내 삶에 남았을 거라 믿어 왔다.여유가 있고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런 노후... 퇴직을 하고 한동안 그런 삶을 산다는 착각에 빠졌었다. 데셍을 배우기도 했고, 기원을 오가고, 아주 잠깐 철학강의를 듣기도 했다. 그리고 곧, 걷잡을 수 없는 무력감이 밀려들었다. 할.. 2012.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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