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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음악21

[좋은음악] Philip Wesley - Love's Last Embrace (Finding Solace) 그렇게 내가 살아했던 이들이 국화꽃 떨어지듯 하나 둘 사라져갔다. 꽃이 떨어질 때마다 술을 마시자면 가을 내내 술을 마셔도 모자랄 일이겠지만, 뭇꽃이 무수히 피어나도 떨어진 그 꽃 하나에 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다음날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어나면 알게 될 일이다. 가을에는 술을 입안에 털고 나면 늘 깊은 숨을 내쉬게 된다. 그 뜨거운 숨결이 이내 서늘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그동안 허공 속으로 흩어진 내 숨결들. 그처럼 내 삶의 곳곳에 있는 죽음들, 가끔 그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_김연수, 「내일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고 나면」, 『청춘의 문장들』에서 2012. 1. 15.
[좋은음악] Elijah Bossenbroek - Always Faithful "행복은 소유에서 오는 게 아니라 존재에서 오는 거란다. 우리가 이미 소유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데서 오는 것이지, 우리가 갖지 못한 걸 얻으려고 애쓰는 데서 오는 게 아니야. 오려 정작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행복의 근원일 수 있어. 왜냐하면 뭔가 부족해야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부족한 걸 채울 수 있으니까 말이야. 만약 우리가 아주 완벽해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겠니?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 밤에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는 건 우리의 힘이 아니라 우리의 부드러움이라고, 그리고 그게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를 보호해 주고 싶게 만드는 거라고 말이야." _A. G. 로엠메르스,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187)에서 어린왕자 두 번째.. 2012. 1. 14.
[좋은음악] Philip Wesley - The approaching night 타마리스크 나무 아래 모래폭풍이 땅을 뒤집는 순간 황야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두운 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푸른 하늘, 붉은 흙먼지, 야생의 숨결을 받은은 것들은 숨 돌릴 새 없이 몸부림쳤다. 무엇에 쫓겨 가는지 짐승들이 미친듯이 달렸다. 밤새 살아남은 발자국들은 거대한 먼지굴 속에서 굴러 나와 먼지를 끌고 달렸다. 황야에 들어갈수록 긴 꼬리가 생기고 몸이 팽창했다. 달궈진 시간만 소멸하면서 생성되었다. 나는 내가 인간도 짐승도 아니라는 것 말고는, 내가 없는 곳에서 내가 무수히 태어난다는 것 말고는, 무엇이 소멸 속에서 생성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지평선은 둥글고 향긋해도 그 중심은 깊고 황막한 곳 다시 황야로 들어간다면 모래폭풍 넘어 타마리스크 나무 아래 서 있고 싶다. _신대철, 『바이칼 키스.. 2012. 1. 13.
[좋은음악] Elijah Bossenbroek - Song Of Simplicity 노래가 아니었다면 결점 많은 생도 노래의 길 위에선 바람의 흥얼거링메 유순하게 귀 기울이네 그 어떤 심오한 빗질의 비결로 노래는 치욕의 내력을 처녀의 댕기머리 풀 듯 그리도 단아하게 펼쳐놓는가 노래가 아니었다면 인류는 생의 완벽을 꿈도 꾸지 못했으리 강물은 무수한 물결을 제 몸에 가지각색의 문신처럼 새겼다 지우며 바다로 흘러가네 생의 완벽 또한 노래의 선율이 꿈의 기슭에 우연히 남긴 빗살무늬 같은 것 사람은 거기 마음의 결을 잇대어 노래의 장구한 연혁을 구구절절 이어가야 하네 그와 같이 한 시절의 고원을 한 곡족의 생으로 넘어가야 하네 그리하면 노래는 이녁의 마지막 어귀에서 어허 어어어 어리넘자 어허어 그대를 따뜻한 만가로 배웅해주리 이 기괴한 불의 나라에서 그 모든 욕망들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새카만 .. 2012.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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