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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주기자: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 주진우

by 양손잡이™ 2012. 6. 20.
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 10점
주진우 지음/푸른숲

 

 

053.

 

  나는 시사IN이라는 언론을 몰랐다. 물론 그 전에 시사저널이라는 것도 몰랐다.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 집 신문은 동아일보였다. 그때서야 엄마는 보수언론을 버리고 얼른 경향신문을 구독했다. 신문이 바껴도 보는 내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문화면, 스포츠면. 그때까지 나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정치가 왜 필요한지 전혀 몰랐다. 21살 겨울, 운명의 대통령선거마저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분에 대해서는 그저 '청계천'밖에 알지 못했다.


  항간에 정말 떠들썩했던 나꼼수도 처음에는 큰 거부감이 들었다. 그전까지 이어폰으로 듣는 방송이라곤 메이저 방송사의 라디오밖에 없었기 때문에 귀로 들리는 욕설과 말도 안되게 들리는 루머 비스무리한 소식들은 그저 뇌에 불청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꼼수가 우리 젊은층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던가. 나와 아무 상관없을 것 같던 정치가, 바로 우리네 삶에 그리도 밀접하다는 걸 뼈저리게 알려주지 않았는가. 나는 이런 점을 높게 샀고, 한동안 나꼼수 빠돌이가 돼서 살았다. 그때서야 정통 시사주간지 시사IN을 알게 되었고 다소 힘이 빠지고 여자 같은 목소리를 가진 주진우 기자를 알게 되었다.


  나꼼수를 좋아했다고는 하지만 모든 멤버의 팬은 아니었다. 다소 마초적 이미지가 강한 김어준은 갈수록, 또 김용민은 선거에 뛰어들면서 갈수록 정나미가 떨어졌다. 진짜 좋은 사람은 아무리 불리하고 불합리한 상황에 빠지더라도 절대 욕을 하지 않는다는 엄마의 말을 들은 후부터는 나꼼수 청취를 그만두었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던 사람은 주진우 기자였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고, 이 책을 읽은 후로는 더욱 좋아졌다. 나꼼수 4인방 모두 팩트를 기초로 설을 풀었지만 적어도 '기자'직함을 달고 있던 주진우 기자의 말에 더욱 신뢰가 갈수밖에 없었다.


  나는, 내 기사는 편파적이다. 하지만 편파로 가는 과정은 냉정하고 치열하다. 항상 약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려 한다. 힘 있고 권력 있는 자들에게는 현행법과 더불어 정서법을 들이대고 기준점을 넘으면 가차없이 돌팔매질을 한다. 중립이라고 자위하면서 음흉한 속을 감추는 언론보다 편파적인 게 백배는 낫다고 생각한다. (7쪽)


  언론이란 응당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사건과 국민을 이어주는 창은 언론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언론이 편파적이라면 우리 국민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언론사(또는 그 위에 군림하는 권력세력)가 원하는대로 살기 바쁠 것이다. 예전의 땡전뉴스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5 18 광주혁명이 일어났다 해도 당시 언론은 '북괴의 일'이란 보도를 때렸다. 그리고 아직도 '그렇게' 알고 있는 분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언론은 여러 잣대를 가지고 최대한 여과없이 정보를 우리에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생각 위로, 주진우 기자는 발칙한 말을 했다. 당당히, 자기는 편파적인 기사만 쓴다고 말이다. 언론이란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생각해보면 주진우 기자의 용기가 드러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예전에도 그랬지만 현정부 들어 많은 언론사들이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로비와 청탁을 나서고 있다. 노골적으로 정부의 편에 드는 곳도 있고, 전통적으로 국가의 나쁜 뿌리에 벌레처럼 달라붙어 단물만 쪽쪽 빨아먹는 곳도 있다. 이런 언론들은 과연 중립적인가? 우리나라의 고위층에게 잘못 보여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는데 과연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으려 할까? 절대 아니다. 언론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은 이미 저 아래로 쑥 들어가고 만 상태다. 기득권을 칭찬해줄 입들은 많다. 그러니까 전체적인 중립을 위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우리는 대차게 그들을 '까도 된다'.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썩었다. 물론 깨끗한 곳도 많다. 나뭇가지 끝들은 아직 쌩쌩하다. 하지만 나무 겉을 뜯어 심재를 보면 아마도, 새까말 것이다. 물이 지나다니는 곳은 바싹 메말랐고 뿌리 부분은 조금만 건드려도 폭싹 주저앉을 것처럼 썩어 있다. 덩치만 더럽게 커졌지 전혀 실속이 없는 속이다. 뿌리가 썩을대로 썩어 땅에서 빨아들이는 영양분은 뿌리에서 모두 소모하고 위로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근본부터 잘못돼 있는 나무에서, 우리들은 맨 꼭대기에 살고 있다. 해를 바라보며, 누군가 구원해주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이렇게 마음을 놓으며 살고 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진지 겨우 1년도 되지 않았다. 짧은 기간이지만 누구보다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열심히 정보를 알아보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발걸음도 제대로 때지 못했다) 어렴풋이 아직 너무나도 불합리하게 기득권층이 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헌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직 내가 배울 건 많고, 우리나라도 뒤엎어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무던히도 들었다. 우리나라 발전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불합리한 것들을 모두 모아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검경, 삼성, 종교, 언론, 당, 친일파와 빨갱이 등 정말 우리나라의 굵직굵직한 이슈만 모아놓았다. 무엇이 나를 이리 슬프게 만드는가, 무엇이 나를 이리 분노하게 만드는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주진우 기자가 말했듯이 '편파적'인 글들이므로 다른 쪽으로 편파적인 글도 찾아봐야 함이 마땅하다.


  분노해야 할 일에 분노하지 않는 것만큼 나쁜 일은 없다고 했다. 나는 애써 화를 삭히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겁내며 피하는 것일까. 그리고서 하는 변명이,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다. 그런 변명이 더 더럽다. 미래의 나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갈까. 나도 17살의 주진우처럼 짱돌을 들고 보이지 않는 검은 벽에 덤빌 수 있을까. 글쎄, 대답은 알 수 없다. 아직 겁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 많이 배우고 깨달아가겠다. 그 무엇도 무서워하지 않고 그 무엇에도 겁먹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 정말 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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