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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템테이션 - 더글라스 케네디

by 양손잡이™ 2012. 10. 28.
템테이션 - 6점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밝은세상



093.


  나는 사실 베스트셀러 '소설'은 잘 펴지 않는다. 한국 것도 아닌 외국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선택은 전적으로 대중의 선택을 따른 것이었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신작이 나오자마자 사리라고는 생각도 안했지만 어느새 결제를 해버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빅픽쳐>를 능가하는 재미를 준다니 그 광고문구 믿고 읽는 수밖에. 결과적으로는 짧은 광고에 혹한 게 되었다. 애초에 <빅픽처>를 읽다가 때려치웠던 이력이 있던 나로선 더글러스 케네디의 책은 손에 잡지 않았어야 했다. 그것도 제값 다 주며 사면서까지 말이다.


  이야기는 헐리웃에서 일하는 작가 데이비드로부터 시작한다. 13년간 작품을 써오곤 있지만 영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내 루시보다도 적은 연봉을 받으며 서점에서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전트 앨리슨에게 자신의 작품 '셀링 유'가 팔렸다는 전화가 온다. 처음은 큰 계약이 아니었으나 데이비드의 재능을 뒤늦게서야 알아챈 헐리웃은 그에게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다. 시트콤 '셀링 유'는 엄청난 인기를 얻고 원작자인 데이비드는 창의성이 넘치는 천재로 변모한다. 하지만 으레 성공한 사람이 그렇듯이 염문이 뿌려진다. 데이비드는 루시와 이혼한 뒤 헐리웃에서 파급력이 있는 동시에 아름답고 섹시한 샐리와 연인관계를 유지한다.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데이비드는 자신의 투자가 바비의 소개로 대부호 필립 플렉을 만난다. 플렉은 영화에 큰 관심을 가졌으나 그뿐,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플렉이 데이비드에게 영화의 공동작업을 요청하지만 데이비드는 거절한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갑자기 데이비드에게는 '표절'이라는 큰 시련이 닥친다. 과연 데이비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다. 성공이라고는 모르고 살던 남자가 갑자기 부와 명예를 얻고 헤롱대다가 보이지 않는 적에게 강펀치 한 대 맞은 후 그로기 상태가 됐지만 다시 딛고 일어나는 이야기. <템테이션>은 전체적으로 (성공하든 못하든) 사람은 겸손해야 하며 자신이 한 일에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간단명료한 교훈을 말한다. 그것도 은연 중이 아니라 대놓고 말이다. 이게 바로 가장 큰 장점이다.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직설적인 메세지는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즉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글 또한 어려운 문장이나 단어는 전혀 찾아볼 수 없기에 빠르게 읽힌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는 단점도 함께 한다. 개인적으로 좋은 소설은 문장이 좋거나, 스토리가 뛰어나거나, 인물이 죽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템테이션>은 이 세 가지 모두를 갖추지 못했다. 잘 읽히는 베스트셀러일 뿐이다. 스토리가 뛰어나냐, 그렇지 않다. 그냥 기승전결에 맞춰 마치 소설 작성 프로그램에서 뽑은 에피소드가 나열이 된다. 낯선 헐리웃 문화는 차치하고서도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힘이 없다. 분명 위기감이 느껴져야 하는 부분에서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느낌이랄까.


  매력적인 인물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가 노린 점이겠지만 전 처를 버린 데이비드에게는 처음부터 호감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없었다. 주변 인물인 샐리, 바비, 플렉, 마사, 모두 조금만 들여다봐도 베베 꼬인 인물들이란 걸 알 수 있다. 앨리슨은 헐리웃 문화에서 보기 드문 인물상이기에 현실감이 떨어졌고 데이비드와 루시 사이의 감정선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죄다 평면적 인물이고 그나마 데이비드가 3D 감각을 가지고 있어 다행이다. 문장 얘기는 하지 않겠다. 손만 아프다. 소설은 스토리 파악을 위해 웬만하면 모든 문장을 보려고 하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대화만 봐도 쉽게 이해가 가는 글이다. (물론 이건 이런 소설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더글러스 케네디와 그 팬들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이 소설은 그냥 대중소설일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절대 아니다. 양심은 있는지 456쪽의 책을 13,500원에 팔고 있다. 그래도 작가가 가진 '직설적인 이야기와 쉽게 읽히는 문장'은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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