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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자신의 여행을 떠나보아요 - 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by 양손잡이™ 2013. 1. 20.
안녕 다정한 사람 - 7점
은희경 외 지음/달


003.


  나는 대학교 입학부터 입대, 복학, 취업까지 스트레이트였다. 학기를 끝내고 방학, 학기, 방학, 군대, 다시 학기와 방학을 반복했다. 남들은 어학연수다 배낭여행이다 밖으로 돌아다닐 때 나는 주로 집안에 있었다. 그렇다고 방학 동안 뭔가 새로운 일을 한 건 아니다. 방에 처박혀 조용히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을 뿐이었다. 쉼 없이 달려왔다고 남들에게 반 자랑 식으로 말하곤 하지만 사실 그다지 잘난 일은 아니다. 2개월도 무언가를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때로 남들은 쉼없이 달려온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숨을 폭 쉰다. 그러니까 이 책을 편 이유는 내 여행에 대한 욕망에 기인하고, 이 욕망은 여러 사정 때문에 취업만을 바라본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과(어느 정도는 이렇다)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한 데서 오는 멍청함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습니까, 라는 질문에 열 명이 자기의 여행길에 올랐다. 작가(은희경, 이병률, 백영옥, 김훈, 신경숙), 가수(박칼린, 장기하, 이적), 영화감독(이명세), 심지어 셰프(박찬일)까지 평소 가고 싶었던 곳으로 떠났다. 와인을 찾아 호주 와이너리로 떠난 이도 있고 음악축제를 보기 위해 캐나다로 가기도 했다. 규슈나 런던처럼 익숙한 지명이 있는가 하면 미크로네시아 같은 다소 생소한 곳으로도 발걸음을 뗐다. 일찍이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의 여행산문집으로 이름을 알린 이병률의 사진이 글과 함께한다.


  열 명의 사람이 쓴 이 책은 독자에게 큰 선물이다. 한 권의 책에 열 개의 다른 시선과 열 곳의 다른 여행지를 소개해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직업군의 다양한 글을 이렇게 한데 모아보기도 참 어려울 것이다. 각자의 시선도 다르다. 같은 여행지를 가더라도 보이는 상징과 기호가 다를 진데 모두 다른 곳을 그리니 세계를 보는 수많은 시선의 만찬과 같다. 거기다 이병률의 사진까지 더해지니 읽고 느끼고 생각하는 데 이처럼 사치가 또 있겠는가. 다만 작가군과 비작가군의 글 분위기가 사뭇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미안하지만 그런 부분은 그냥 넘길 수밖에 없었다. 이병률의 사진 또한 자신의 산문집에 비해 임팩트가 조금은 약하게 느껴져 아쉽다. 글의 울림은 여전하니 그걸 위안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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