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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 콜스 화이트헤드 (은행나무, 2017)
    독서 이야기 2018.04.29 08:00

    책을 읽기 너무 힘들었다.


    첫째로, 여러 평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가독성이 아주 안 좋다. 거의 제로에 가깝다. 과거의 사건으로 너무 뜬금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뒷문장을 읽어야 앞문장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번역도 그렇다. 침모라는 단어를 요새 누가 쓰는가. 순우리말의 맛을 살리는 번역도 아니고, 사전을 한번 뒤지게 만드는 번역이라니. 괄호 안에 뜻이라도 써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게다가 가로가 길고 줄간격이 약간 좁은 넙데데한 판형도 가독성에 영향을 주었다.


    둘째로, 코라의 여정을 읽는 자체가 너무 괴롭다. 조지아 농장에서 코라가 테런스를 감싸면서 지팡이로 얼굴을 맞는 장면에서 특별한 묘사 하나 없는데 아픔에 공감하게 된다. 무기력하게 살던 코라가 내면의 노예가 발목을 붙잡는 것을 뿌리치고서 남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모습에서 위대하고 온전한 한 인간의 모습을 봐서일까.


    코라가 농장을 탈출해 그럭저럭 잘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바로 불행이 찾아온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관리를 받으면서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조금이나마 살아가지만 이면에는 친절을 가장한 무시무시한 음모가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다락방에만 틀어박혀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집주인 마틴과 에설의 보살핌을 받는다. 에설이 마음을 조금 열려고 하자 바로 노예 사냥꾼이 들이닥친다. 인디애나는 여태까지 지나쳐왔던 곳 중에 가장 완벽한 곳이었지만 이곳조차 백인들에게 무참히 짖밟힌다. 코라는 이 여정에서 자신이 마음을 주었던 사람(시저, 마틴, 로열, 수많은 흑인들)들을 모두 잃는다.


    희망과 행복이 보여 드디어 코라가 안정적인 생활을 하나 싶으면 단 한 쪽만 넘겨도 무자비한 폭력이 흑인들의 삶을 망가뜨려버린다(작가가 변태인 게 분명하다). 작가의 이러한 단호함은 코라, 그리고 과거 많은 흑인들이 느꼈던 무한한 절망감을 그대로 전해준다. 원치도 않는데 자신의 인생에 훅 치고 들어오는 불행을, 흑인들은 평생 느끼면서 살았을 것이다. 마지막 메이블 장은 코라가 붙들고 있던 내면의 마지막 ‘하나’를 산산히 부숴 가루로 갈아버리는 느낌이다(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이기도 하다). 코라가 지하철도에서 나와 세인트루이스로 가는 마차를 얻어탈 때조차 희망보다 앞으로 다가올 절망에 불안감은 더 커진다. 


    책 제목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란 실제로 남부의 노예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던 점조직이라고 한다. 작가는 어릴 적 이를 실제 지하철도로 알았다고 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훌륭한 대체 역사소설을 집필했다. 모든 사건이 실제 벌어진 일은 아니겠지만, 그 바탕에는 실제로 있었을 법한 부류의 사람들(흑인 노예는 인간취급하지 않는 주인/그나마 챙겨주는 주인/추노꾼/겉으로 친절한 척하면서 뒤로는 이용해먹으려는 사기꾼/같은 흑인이면서도 공동체적 모습을 보이지 않는 통수킹/노예제를 하루 빨리 없애려고 노력했던 인도주의자)이 함께 해 현실감을 더했다. 이런 사람들이 아직도 판치는 지금, 우리는 100년 전에 비해서 진보했는가 하는 질문에 확언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아직도 저열한 사고에 갖힌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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