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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합시다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독서 이야기 2011.09.12 01:36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10점
    박민규 지음/예담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손을 더 꼭 쥔채, 그저 나는 걷기만 했다. 스무 살은... 그런 나이였다. (11쪽)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모든 연애의 90%는 이해가 아닌 오해란 사실을. (중략)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들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 (14, 15쪽)


      <좋은 것>이 <옳은 것>을 이기기 시작한 시대이고, 좋은 것이어야만 옳은 것이 되는 시절이었다. (75쪽)


      몰랐어? 모두 바보라는 걸? (105쪽)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적어도 변기에 앉아서 보낸 시간보다는, 사랑한 시간이 더 많은 인생이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변기에 앉은 자신의 엉덩이가 낸 소리보다는 더 크게... 더 많이 <사랑해>를 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192, 193쪽)


      결국 열등감이란 가지지 못했거나 존재감이 없는 인간들의 몫이야. 알아? 추녀를 부끄러워하고 공격하는 건 대부분 추남들이야. 실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인 거지. 안 그래도 다들 시시하게 보는데 자신이 더욱 시시해진다 생각을 하는 거라구. 실은 그 누구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데 말야. (중략) 보잘것없는 인간들의 세계는 그런 거야.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봐줄 수 없는 거라고. (220쪽)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하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 가는 거야. 사랑받지 못한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시시해질 자신의 삶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지.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 (228쪽)


      인생이 힘든 것은 예습을 할 수 없기 떄문이라고, 나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243쪽)


      대학을 나와야 하고, 예뻐지기까지 해야 한다. 차를 사야 하고, 집을 사야 한다. 이런 내가, 대학을 가는 순간 세상의 평균은 또 한 치 높아진다. 이런 내가 차를 사는 순가에도...하물며 집을 사게 된다면 세상의 평균은 또 그만큼 올라갈 것이다. 왜 몰랐을까,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이순간 세상의 평균은 올라간다. 누군가를 뒤쫓는 순간에도 세상의 평균은 올라간다. 나는 생각했다. (310쪽)


      누구도, 인생의 전부를 기억할 수는 없다. 물리적인 시간의 조건은 같다 해도, 결국 기억이란 이름의 앨범 역시 단 한 곡의 골든히트를 남길 뿐이다. (313쪽)


      이제 남은 것은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4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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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에 스토리 중심적인 소설만 보니 이 작품은 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야기 전개라고는 눈꼽만치 나가고 요한의 주옥 같은 말만 주구장창 듣게 되는 초반부였다.
    그래도 1/4 정도를 남기고는 눈을 땔 수 없을 정도의 흡입력을 보여주긴 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잠언집을 본 기분이다.
    작가 특유의 소재 반복을 통한 비유와 특이한 상상력에서 오는 각종 표현들을 볼 수 있는, 아주 멋진 책이었다.
    빌려서 본 책인데 구입할 의향이 생긴 책이다.
    정말 여유가 넘칠 때, 또 마음이 각박하다 느껴질 때 조용한 시선으로 다시 읽어야겠다.
    나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눈물은 왜 나는 걸까. 엉엉.

    (2011년 9월 7일 ~ 9월 11일, 4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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