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개념찬 청춘 - 조윤호

by 양손잡이™ 2012. 4. 21.
개념찬 청춘 - 7점
조윤호 지음/씨네21북스



043.


  저번 주에 드디어 대망의 총선이 끝났습니다.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건이었지요. 뭐, 여권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할 거란 예상은 했기에 그리 충격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SNS에 재밌는 소식이 돌았습니다. 20대 여성의 투표율이 겨우 8%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 말예요. 그리고 20대 투표율은 25% 정도였던가요? 어쨌든 SNS에서 그렇게 광풍이 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띤, 아주아주 아쉬운 선거였습니다. 물론 투표율 관련한 소식은 모두 루머라고 합니다. 세세한 통계는 2개월 정도 뒤에야 분석이 된답니다.


  덕분에 저희 20대는 '또' 욕을 먹었습니다. 20대 70% 이상만 투표를 했어도 야권이 이겼을 것이다, 20대 너희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라는 말 따위 하지 마라, 너희에게 미래는 없다, 아주 난리도 아니었죠. 이런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는 비단 이번 투표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지금의 20대, 뭐랄까, 참 힘든 사람들입니다. 어떤 세대가 힘들지 않느냐고 하겠냐마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세대라 이겁니다. 당장 사회 제도권에 발을 들이기 위해 열심히 공부에만 집중하면 너희는 왜 지금의 틀 안에 갇혀서 놀려고 하냐 타박을 주고, 반대로 사회에 고착된 틀을 깨려고 행동에 나서면 남 생각 안하고 혼자 튀려고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욕들만 먹어왔습니다. 이게 왜냐, 지금 어른이 되신 분들은 8, 90년대에 민주화를 위해 힘써 오신 분들이기 때문이고, 그분들과 20대 사이에 끼어 계신 분들은 그나마 정치와 행동에 관심을 덜 가질 수 있는 시기(IMF 때 먹고 사는 데에나 신경쓰면 다행이었지요)를 사셨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경제위기도 벗어났고 사회는 성장만 바라보고 있던 시기, 그때 우리 20대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난은 언제 어디서든 터지는가 봅니다. 서해교전이나 효순이 미순이 사건, 한미FTA,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등,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니 엄청나게 머리 아픈 문제가 빠빠빵 터졌습니다. 그런데 그때 우리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뭐겠어요, 당장 입시에 내 코가 석자다 이 모양인데 다른 곳에 신경쓰고 있을 겨를이 있나요. 아침에 일어나 아침 먹고 학교 가고 공부하고 점심먹고 공부하고 저녁먹고 야자하고 집에와서 공부하고 조금 자고, 이런 생활의 반복인데 다른 곳에 한눈 팔 겨를이 어딨겠습니까. (감히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렇게 저희는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던 세대였고, 그랬기에 욕을 먹는 세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똑똑한 사람은 똑같은 시대를 살아도 뭔가 특출하나 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저보다 한 살이 적은데도 이력이나 경력이 대단합니다. 이명박 정권이 엉망일 때부터야 정치에 관심을 가지던 저였는데 저자는 무려 중학생 시절부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습니다. 참, 부러운 친굽니다. 이 책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저자가 어떤 눈으로 우리나라를 봐왔는가 기록한 책입니다. 정치는커녕 축구에도 관심이 없던 저자였지만 광장에서 함께 축구응원을 하면서부터 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미군부대 문제부터 노무현 당선, 탄핵, 한미FTA, 이명박 당선까지, 10년 동안 사회에서 다루어진 굵직굵직한 이슈에 대해 그때의 상황과 자신의 시각, 느낌을 썼습니다. 정치얘기를 한다고 딱딱하지만은 않고 톡톡튀는 20대의 감각이 있어서인지 이야기도 상당히 재밌게 풀어나갑니다.


  모든 정치관련, 아니 어떤 이념이나 주의에 대한 책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후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를 비판한 장하준의 저서가 나오자, 그 저서에 반하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장하준의 책에 대해 엄청난 열광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장하준도 사람이니 완벽할 순 없겠지요. 분명 논리에 빈틈이 있었을 테고 그 빈틈을, 그에 반대하는 책이 멋지게 파고들었지요. 물론 판매량이 어땠을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자신만의 기준을 만드려면 양쪽의 이야기 모두 들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이 책은, 똑똑한 친구가 쓴 멋있는 책이기도 한 동시에 상당히 위험한 책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자는 양쪽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의견을 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책에는 자신이 지지했던 의견들에 대한 근거만 나와 있지 반대되는 의견의 근거는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물론 전자도 부족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독자가 아무런 정보나 근거 없이 저자의 의견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시국으로 보면 저자의 의견을 수용하는 건 아주 일반적일 수 있거든요. 생각하기 싫어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아주 먹기 쉬운 과일과 같습니다. 그냥 떠먹여줘요. 저자야 치열한 사고 끝에 결론을 얻었지만 책에 그런 게 나와 있답니까. 독자는 그냥, 아, 이렇다니까 이렇겠구나 하며 아무 비판 없이 넘어가버립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모두 맹신하시진 말란 소립니다. 뭐든지 맹신은 좋지 않은 겁니다.


  정치. 참 어려워보이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도 어렵습니다. 수식이나 이론에 얽매이는 게 아닌 사람 사이의 심리, 세계경제, 역사 모두에 영향을 받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앎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 영향을 받는 정치이기에, 정치는 세상의 모든 것에 영향을 줍니다. 내 먹을 것, 입는 것, 사는 곳, 놀 것, 읽을 것, 즐길 것, 탈 것, 이 모든 것에 말이지요. 전 누군 여당을 찍었다고, 누군 야당을 찍었다고 편 가르기를 하며 싸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들 자신의 신념이 있기 마련이고 다른 것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는 언제 웃으면서 정치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싸이 말마따나 동서로 갈라 여야로 갈라 놀지 않고, 부산에서도 민주당이 전라도에서도 새누리당이 당선되는 날은 언제 올까요. 서로를 까대기만 바쁜 이 나라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할까요. '개념차다'라는 의미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그 선택을 하느냐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