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내가 살아했던 이들이 국화꽃 떨어지듯 하나 둘 사라져갔다. 꽃이 떨어질 때마다 술을 마시자면 가을 내내 술을 마셔도 모자랄 일이겠지만, 뭇꽃이 무수히 피어나도 떨어진 그 꽃 하나에 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다음날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어나면 알게 될 일이다. 가을에는 술을 입안에 털고 나면 늘 깊은 숨을 내쉬게 된다. 그 뜨거운 숨결이 이내 서늘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그동안 허공 속으로 흩어진 내 숨결들. 그처럼 내 삶의 곳곳에 있는 죽음들, 가끔 그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_김연수, 「내일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고 나면」, 『청춘의 문장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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