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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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은희경 (문학동네, 1995)독서 이야기 2018. 6. 18. 07:00
이전에 읽었던 의 주인공 진희가 왜 그런 어른이 되었는지, 어릴 적의 진희와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보다 훨씬 이야기가 풍부해서 좋았다. 진희는 어린 나이에 비해 조숙하다. 똑똑하고 남(특히 장군이... 불쌍한 우리 장군이)를 이용할 줄 안다. 특히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를 분리해 세상과 거리를 두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이는 이모(영옥)과는 반대다. 진희와 영옥은 거울에 비친 것마냥 정반대의 인물이다. 영옥은 진희보다 나이가 열 살이나 많으면서 때로는 진희보다 어린 듯한 느낌을 준다. 엄마(진희의 할머니)에게 자주 어리광피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철없는 행동을 많이 하지만 자기 마음 가는대로 사는 게 진희보다 정감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희가 허석을 대하며 허둥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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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 김애란 (문학동네, 2017)독서 이야기 2018. 6. 17. 20:42
책을 읽고 아무 영양가 없는 잡담을 해봅시다. 1. 작년에 '소설가들이 꼽은 2017년 최고의 소설'이라는 수식어를 단 (이하 여름)을 한 해 건너 드디어 읽었다. 여름이라는 화사한 계절, 그에 어울리는 파란색의 예쁜 표지까지, 작가의 전작 (이하 내 인생)에 비추어보면 통통 튀는 소설일 것 같은데 막상 책을 읽은 사람들은 우울의 끝판왕이라고 한다. 그러니 어찌 기대를 안할 수 있겠어? 2.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고 많이 읽히는 김애란 작가지만, 아직 그의 작품을 2편밖에 읽지 않고 평가도 극을 달린다. 첫 작품집 는 재밌게 읽었는데 김애란을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2013 이상문학상 수상작 단편 '침묵의 미래'는 정말... 당시에는 최악이었다. 201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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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 콜스 화이트헤드 (은행나무, 2017)독서 이야기 2018. 4. 29. 08:00
책을 읽기 너무 힘들었다. 첫째로, 여러 평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가독성이 아주 안 좋다. 거의 제로에 가깝다. 과거의 사건으로 너무 뜬금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뒷문장을 읽어야 앞문장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번역도 그렇다. 침모라는 단어를 요새 누가 쓰는가. 순우리말의 맛을 살리는 번역도 아니고, 사전을 한번 뒤지게 만드는 번역이라니. 괄호 안에 뜻이라도 써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게다가 가로가 길고 줄간격이 약간 좁은 넙데데한 판형도 가독성에 영향을 주었다. 둘째로, 코라의 여정을 읽는 자체가 너무 괴롭다. 조지아 농장에서 코라가 테런스를 감싸면서 지팡이로 얼굴을 맞는 장면에서 특별한 묘사 하나 없는데 아픔에 공감하게 된다. 무기력하게 살던 코라가 내면의 노예가 발목을 붙잡는 것을 뿌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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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 호프 자런 (알마, 2017)독서 이야기 2018. 3. 31. 12:53
난 솔직히 생물학을 좋아하지 않아.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세포의 감수분열을 배우면서 생물은 아예 머리에서 지워버렸어. 나에게 과학이란 단 두 부류였어. 세상을 수식으로 표현하면서 작은 양자 세계부터 거대한 은하까지 모두 보여주는 물리학, 세상의 수많은 화학반응을 발견하고 물질들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현상의 화학. 이런 면에서 과학은 경이에 가까웠지. 관심이 없다보니까 생물학에 대한 개념은 거의 없고. 을 읽고나서 생명의 웅장함과 위대함, 단아함이란 무엇인지 조금은 느낀 것 같애. 어떻게 보면 생물학도 내가 좋아하던 화학과 일정 부분 겹치거든. 생물학의 많은 개념도 결국 화학식으로 풀이되는 경우가 있더라고. 과학은 그래, 물화생지, 처럼 완벽히 구분되지는 않는 듯해. 그저 감수분열을 피하려고 의식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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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읽는 방법 - 김봉진 (북스톤, 2018)독서 이야기 2018. 3. 16. 07:00
유독 책이 안 잡히고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때가 있다. 몇 개월마다 찾아오는 독서권태기다. 이럴 때는 책을 놓고 전혀 다른 행위(영화, 게임)를 한다. 그래도 책은 읽어야겠다 싶을 때는 책과 독서에 관한 책(메타북)을 읽는다. 어렵지 않고 의욕을 다시 불태우기 때문이다. 의 저자 김봉진은 우리가 익히 들어온 스타트업 '배달의 민족'의 창업자다. 성공한 기업인은 보통 엘리트의 이미지를 가지기 일쑤지만 (미안하지만)김봉진은 그런 아우라는 없다. 공고-전문대의 학력은 물론이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한다. 책도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단다. 이런 저자가 을 통해 책을 조금 더 쉽게 접하는 방법과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크게 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가벼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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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세계 - 무라타 사야카 (살림, 2017)독서 이야기 2017. 12. 30. 13:01
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살림 소설 속 세계에서 인간은 더이상 성교를 통해 아이를 낳지 않는다. 오로지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볼 수 있다. 주인공 아마네는 이런 세계에서 부모의 ‘교미’를 통해 세상의 빛을 보았다. 왜 자신만 이상한 걸까? 그녀는 자신의 진짜 본능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사랑과 섹스에 몰입한다. 성인이 된 아마네는 남편 아마미야와 함께 실험도시 지바로 들어간다. 지바에서는 아이를 낳기까지만 하고 키우는 것은 국가기관이 담당한다. 동시에 시민 모두가 ‘엄마’가 되어 공동육아를 한다. 아마네 부부는 아이를 낳아도 센터에 보내지 않고 몰래 키우자고 하지만, 인공자궁을 달고 아이를 품은 남편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자 위화감을 느낀다. 어쩌면, 유토피아 의 세계는 유토피아의 면모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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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 은희경 (문학동네, 1998)독서 이야기 2017. 11. 8. 09:19
한국 소설은 쉬이 손이 가지 않는다. 특유의 우울함 때문이다. 뭐만 하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인양 세상을 비관하기 일쑤다. 개중에 서사에 힘이 없는 작품은 정말 정이 가지 않는다. 한국 문단 특유의 순수문학을 향한 집념이 싫었다. 무슨무슨 문학상 수상작을 보면 이런 경우가 더러 있었다. 덧붙여 문장이 좋다고 꼽히는 작가도 잘 읽지 않았는데, 문장의 정갈함을 가꾸는 데 너무 치중한 나머지 그것만이 장점으로 보이는 이가 여럿 있기 때문이었다. 은희경도 그런 이미지였다. 내 비루한 독서력을 가리고자 하는 변명 같지만 말이다. 전에 를 얼마 읽지 못하고 바로 덮어버렸다. 그래서 이번 는 첫 페이지를 넘기기가 정말 힘들었다. 은.희.경. 작가 이름 세 글자가 주는 압박감이 너무 컸다. 게다가 20년 된 작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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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 - 요네자와 호노부 (엘릭시르, 2013)독서 이야기 2017. 10. 11. 07:00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 1권이다. 애니로 만들어져 정말 인기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국내에도 팬이 꽤 있는 걸로 안다. 이전부터 읽으려고 했는데, 이번에 전자책 론칭되면서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안 읽을 것 같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폈다. 하지만 재미가 없었다능. 이야기가 유치하다. 직전에 읽은 , 에 비교하자면 내용이 너무 가볍다. 학원 추리물 특성 상 가벼움은 어쩔 수밖에 없지만 요네자와 호노부가 이전에 쓴 엔터테인먼트 소설에 비하면 트릭이나 전개가 아주 아쉽다. , , 과 비교하면 정말… 독자층을 아주 미세하게 타겟팅했기에 이런 내용이 나왔으려나. 인물도 매력적이지 않다. 남자 주인공 호타로는 셜록 같은 면모를 보인다. 여러 정황증거를 가지고 논리적인 추리를 이끄는데… 그 능력을 전혀 설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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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와의 랑데부 - 아서 C. 클라크 (아작, 2017)독서 이야기 2017. 10. 10. 07:00
독후감 정리를 못해 독서노트에 짧게 끼적인 글을 옮긴다. 을 읽은 후 거의 반년만에 읽은 SF다. SF를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라이트하든 정통하든 SF는 어렵다. 은 SF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워 재밌었지만 뒤이어 읽은 은… 아이고 절레절레. 게다가 은 싸이코적 소설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없었다. 그러던 중 아작 출판사에서 올해 초에 출간한 의 평가가 아주 좋아 읽게 되었다. 미래의 어느 날, 지름 20km, 높이 50km의 완벽한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라마’라는 물체가 태양계를 향해 날아논다. 라마가 무엇인지,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조사하기 위해 가까이 있던 노턴 선장은 승무원들과 함께 라마에 착륙한다. 놀랍게도 라마에는 입구가 있었다. 알루미늄 캔처럼 안은 비어 있고 이상한 것들이 가득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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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 찬호께이 (한스미디어, 2015)독서 이야기 2017. 10. 9. 07:00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한 병원에서 시작한다. 경찰인 뤄샤오밍은 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 다섯을 병실에 불러모은다. 병실에는 뤄샤오밍의 스승이자 간암 말기 환자인 관전둬가 혼수상태로 누워 있다. 뤄샤오밍은 관전둬의 머리에 머리띠를 씌운다. 머리띠는 관전둬의 뇌파를 읽어 Yes와 No의 간단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만든다. 뤄샤오밍은 살인 사건에 대해 말하고 관전둬에게 질문하면서 범인을 찾는다. 명색이 추리소설인데 사건을 해결하는 관전둬는 혼수상태고 뤄샤오밍은 지위에 맞지 않게 사건에서 많은 것을 놓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무고개하듯 질문을 던지고 뇌파를 읽으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전개는, 기존 추리소설에서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양상이라기보다는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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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반격 - 데이비드 색스 (어크로스, 2017)독서 이야기 2017. 10. 8. 07:00
독후감 정리를 못해 독서노트에 짧게 끼적인 글을 옮긴다. 나날이 기술이 발전할수록 디지털이 성행하고, 아날로그는 사라져야 한다. 사용하기 불편하고 부피를 차지하는 아날로그 시장이 지금 다시 조금씩 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아날로그는 디지털에서 느끼기 힘든 경험을 준다. 한때 전자책은 출판계의 혁명이 될 것이라 예상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종이책은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처럼 취급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종이책의 판매량이 늘어난다고 한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각이다. 종이를 직접 만지는 것 자체가 독서의 한 영역인데 전자책은 그런 경험이 없다. 경험은 여러 아날로그 분야의 강점이다. 연필이나 펜으로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 사각거리는 촉감은 아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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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애비뉴의 영장류 - 웬즈데이 마틴 (사회평론, 2017)독서 이야기 2017. 10. 6. 07:00
독후감 정리를 못해 독서노트에 짧게 끼적인 글을 옮긴다. 몇 리뷰는 책에서 소개한 에피소드를 ‘딴 세상 이야기’로 일축했지만 내게는 그렇게 읽히지 않았다. 100% 우리에게 적용시키기는 어렵겠지만 일부는 우리 사회가 극단화되면 어떤 모습이 될지 보여준다. 이야기는 크게 두 줄이긴데, 첫째는 페미니즘 관점. 아이의 교육, 이에 따른 사교의 장은 모두 엄마의 몫이다. 심지어 이사조차 엄마가 이것저것 알아보고 따지고, 아빠는 근엄한 척 와서는 결정하고 간다. 아빠에게 경제적으로 매인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이미 파괴된 가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이 지워지고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자식을 간판으로 세우는 현상은 그 극단의 형상화다. - 이 뒤집힌 세계에서, 아이들은 기막히게 탄탄한 엄마 팔에 매달려 고급스러운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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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 이기주 (말글터, 2017)독서 이야기 2017. 10. 5. 07:00
독후감 정리를 못해 독서노트에 짧게 끼적인 글을 옮긴다. 이 책은 ㅅㅣㅂㅏ다. 책 출간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걸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는 걸 보면 용납할 수 없다. 이 책은 아무론 고민도, 사유도 없다. 그저 허세에 찌들어 오글거리는 문장이 ‘감성’이라는 감투를 쓰고 오만한 자세로 거들먹거린다. 문장만 봐도 고개를 절레절레… 잘난척이 한가득이다.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그래 보인다. 라는 제목에 걸맞지 않게 수필로서 구성도 엉망이다. 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쓸데 없는 수식어도 많다. 독립출판물로서 몇 독자에게 읽히다 말아야 할 싸구려 책이다. 옛날 싸이월드에서나 볼법한 감성을 가진 글이다. 글 솜씨와는 ㅂ려개로 기획력 하나는 인정해야 할듯. 독자층과 관심분야를 정확히 타겟팅하고 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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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눈 속에는 천 개의 세상이 있다 - 가오밍 (한빛비즈, 2017)독서 이야기 2017. 10. 4. 07:00
독후감 정리를 못해 독서노트에 짧게 끼적인 글을 옮긴다. 중국의 정신 질환자 인터뷰 모음집이다. 에피소드들이 장난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이가 소설의 인물잉라고 주장하는 환자, (이 책에서는 흔하지만) 다중인격자, 남자보다 우월한 여자가 결국 세계를 지배하리라는 공포를 가진 환자, 다른 우주에서 우리 우주로 여행왔다가 원래의 우주로 돌아가지 못해 걱정이 환자, 죽은 아내를 돌려놓기 위해 시계를 훔쳐 실험핟언 환자, 보름달이 뜨면 주변 사람들이 괴물이 되어 다른 사람의 뇌를 떠먹는다고 말하는 환자… 이야기 하나하나만 따지면 에피소드와 소재로 쓸만한 것 투성이다. 세상에 정말 이런저런 사람이 다 있구나, 싶으면서도 어쩌면 우리도 이런 세상에 사는 건 아닐까 싶다. 어릴적 강풍에 시달렸던 환자는 바람도 불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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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 테리 이글턴 (책읽는수요일, 2016)독서 이야기 2017. 10. 3. 07:00
독후감 정리를 못해 독서노트에 짧게 끼적인 글을 옮긴다. 꼬박 세 달에 걸쳐 겨우 마지막 장을 덮었다. 한번 포기했던 책이라 재도전을 조금 가볍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전에 읽었던 부분까지만 읽을 만했고 그 뒤부터는 헬이었다. 책 도입부에 이야기에 낚이지만 않았어도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을텐데… 문학을 심도 있게 읽어보자는 내 허영만 아니었어도 고생은 안했을텐데.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요약은 못하겠고 가장 인상깊은 구정을 꼽아보자. - 가장 독창적이지 못한 비평 양식은 작품의 줄거리를 그저 다른 말로 바꿔 얘기하는 것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대부분 텍스트를 그저 다른 말로 풀어서 설명하고 어쩌다가 자신의 기묘한 견해를 끼워 놓고는 비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저자가 나한테 하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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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 금정연 (어크로스, 2017)독서 이야기 2017. 10. 2. 07:00
독후감 정리를 못해 독서노트에 짧게 끼적인 글을 옮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요약이 옳은지 모르겠다. 단지 한 권의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평소에 별 생각없이 스쳐지나가던 이들의 삶에 대해 뭐라도 아는 양 이야기해도 좋은가? 그것은 그들의 땅 뿐만이 아니라 이야기까지 뺴앗은 일이 아닌가? 문학이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잉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불안하게 하는 것 말입니다. _안토니오 타부키, (왜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 읽지 않으면 그조차 남지 않으니까. 리베카 솔닛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책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책을 읽어도 좋고 안 읽어도 그만인 사람이 있는 한편 책의 마법에 걸려 다른 세상에, 책들이 사는 세상에 사는 사람이 있다. 사실 제목에 끌려 산 책이다.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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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 벨 훅스 (문학동네, 2017)독서 이야기 2017. 10. 1. 07:00
독후감 정리를 못해 독서노트에 짧게 끼적인 글을 옮긴다. 을 읽고 바로 폈다. 김지영이 지금의 우리 사회를 비춘다면(현실) 이론은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그러나 딱히 이론적인 내용는 많지 않았다. 책은 얇았지만 내용은… 어려웠따. - 페미니즘이란 간단히 말해서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고 하는 운동이다.- 성차별주의에 저항하는 남성들은 누구든 그에 합당한 인정과 존중을 받는 환경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남성과 연대해 투쟁하지 않고서 페미니즘을 전진할 수 없을 것이다. 남성 vs 여성의 성대결 구조로 페미니즘을 정의하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남성이 문제고 남성이 사라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게 더 편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남성이 사라져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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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민음사, 2016)독서 이야기 2017. 9. 30. 07:00
독후감 정리를 못해 독서노트에 짧게 끼적인 글을 옮긴다. 읽기 전에. 읽어야지 읽어야지 수업이 되뇌면서도 쉽게 펴지 못했던 책이었다. 이번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이어서 겨우 펼 수 있었다. 읽을 책이 잔뜩 있어 모임 사흘 전에 겨우 폈는데 웬걸, 자정에 읽기 시작해 책을 덮지 못하고 한번에 다 읽었다. 소설 형식. 책을 다 읽는 데 두 시간 정도가 걸렸을 정도로 읽기가 쉽다. 소설 특유의 현학적인 내용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묘사, 상징이 없다. 그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나열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때로는 구체적인 숫자와 통계를 언급하기도 한다. 숫자와 통계 때문에 소설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르포 소설이나 증언문학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법하다. 내용. 책은 82년생 김지영이 여자로서 살아가면서 겪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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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라는 적 - 라이언 홀리데이 (흐름출판, 2017)독서 이야기 2017. 9. 29. 07:00
독후감 정리를 못해 독서노트에 짧게 끼적인 글응 옮긴다. 솔직히 말하겠다. 이책은 ㅅㅣㅂㅏ다.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심도 깊은 이야기를 다룬다길래 나름 기대했다. 하지만 통찰은 그저 그럴듯한 말에 각종 사례만 가득한, 전형적인 사례 모음집 형태의 자기계발서다. 이런 책은 책 표지와 목차만 봐도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우리 안에는 ‘에고’라는 적이 있다. 이 에고 개념을,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충동을 제어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심리학에서는 에고이스트를,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위험할만큼 자기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에고를 다르게 설명한다.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못한 마음’이란다. 거만함, 자기 중심적인 야망이 모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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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예담, 2017)독서 이야기 2017. 9. 28. 07:00
이동진의 팬이다. 오래된 팬은 아니고 그가 주인장으로 있는 팟캐스트 빨간 책방을 종종 듣는 정도다. 단순히 영화 평론가로만 알았는데 그의 독서량은 어마어마했다. 집에만 1만 7천 권의 책이 있다고 한다. 고작 삼사백 권을 가진 나로서는 그의 서재 크기를 상상할 수가 없다. 이 책은 순전히 이동진이라는 이름 하나로 골랐다. 평소에 이동진이 즐기는 독서를 하는 것으로 유명해, 책읽기에 약간 부담을 가진 나로서 약간 도움받을 요량으로 책을 폈다. 책은 크게 세 파트이다. 이동진이 말하는 자신의 독서법, 이동진과 이다혜의 인터뷰형식의 글, 이동진이 추천하는 50권의 책. 이동진이 소개하는 독서법은 아쉽게도 다른 독서법을 다룬 책과 별 다를 게 없다. 자기계발서 말고 문학 읽기의 중요성, 특별한 목적 없이 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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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 은유 (메멘토, 2015)독서 이야기 2017. 9. 26. 07:00
밀린 독후감이 많아서 기록의 의미로 짧게 쓴다. 1. 작년 말에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이다. 한참 책읽기와 글쓰기 ‘기술’에 몰두하던 때라 실질적인 글쓰기 팁을 전수하는 책인줄 알았건만 웬걸, 글쓰기를 주제로 한 에세이집이었다. 찾던 주제의 글이 아닌지라 글의 첫 장을 읽자마자 바로 덮었다. 그때는 뭔가 삘이 오지 않았다. 2주 전에 도서관을 찾았을 때, 사실 이 책은 관심목록에 없었다. 다른 책을 한참 찾다가 우연히 서가에 꽂힌 빨간 표지의 책을 봤다. 그때 느꼈지, 아, 이놈은 지금 읽어야 하는구나. 그길로 뽑아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찬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었다. 2. 은유는 필명으로 여성 작가이다. 문단에 등단해서 전문적인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심지어 대학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공동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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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분기 읽고 싶은 책독서 이야기 2017. 9. 25. 07:30
이번 분기에 읽을 책을 골라봤다.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읽을 책들. 인문학, 사회학, 자연과학 순으로 골고루 고르려고 했지만 역시 문학 쪽으로 편중됐다. 책은 많지 않지만 몇은 워낙 두꺼운 책이라 처음은 이정도에서 만족해야겠다. 우선 여기서 시작해 차차 넓혀가는 식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인문학은 문학, 철학, 역사로 나눴다. 문학은 거기서 일반문학과 장르문학으로 한번 더 나눴다. , 의 일반문학군은, 10월 독서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들이다. 최우선적으로 읽을 책이다. 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가 많은 책인데, 사실 표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구하려고 하지 않았다. 책을 사는 데 표지도 큰 몫을 차지하는데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남자가 마음에 안 들었다. 은희경의 는… 사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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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감시원 - 코니 윌리스 (아작, 2015)독서 이야기 2017. 9. 25. 07:00
밀린 독후감이 많아서 기록의 의미로 짧게 쓰고 간다. 예전에 ‘리알토에서’를 읽다가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이해할 수 없어서 그대로 덮었던 책이다.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인물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하나도 일치하지 않았고 엉망이었다. 아작 출판사가 막 책을 낼 때, 마음에 쏙 들어서 책을 폈지만 그 난잡함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이번에는 마음 다잡고 읽어보고자 꾹 참고 페이지를 넘겼다. 전에 재미없게 읽었던 ‘리알토에서’도 중반을 넘어가니 속도가 붙었다. 흠, 괜찮네, 하면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니 그뒤부터는 일사천리. 아주 만족스런 소설집이다. 코니 윌리스는 미국 작가로 역대 최다 휴고상을 수상한(11번) 아주 화려한 이력을 가졌다. 네뷸러상, 로커스상도 여러번 받았다. 데몬 나이트 기념 그랜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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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vs 전자책독서 이야기 2017. 9. 24. 07:00
어쩌다보니 다섯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중이다. 매일 이십 분씩 시간을 할애해서 조금씩 읽는다. 집에서 읽을 때는 문제가 없다. 책을 옆에 쌓아두고 읽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외출할 때다. 책을 모두 가방에 넣고 다니려면 어깨가 빠질 것 같다. 나갈 때마다 카메라까지 등에 짊어지니 가방도 뚱뚱해져 볼품이 없을 뿐더러 온몸이 무겁다는 비명을 지른다. 안다. 최고의 해결법은 읽을 책 한 권만 가져간다, 지만 그게 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독서인이다. 무거움을 타파하고자 가끔 전자책 기기(이하 이북리더기)만 들고 나갈 때가 있다. 역시 가볍고 작은 게 최고라고 매번 감탄하지만 읽다보면 영 책 읽는 맛이 안 난단 말이지. 안 그래도 곧 회사 기숙사에서 오피스텔로 이사해야 하는데 책이 가장 크고 무거운 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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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유유, 2016)독서 이야기 2017. 9. 3. 14:21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지음/유유 이후로 4년 만에 보는 교정에 관한 책이다. 그동안 읽은 글쓰기 책이 기본에 바탕하거나 특정 장르의 기술을 말했다면, 는 글쓰기 기술을 알려준다. 다만, 이 책은 초벌이 아닌 재벌을 위한 책이다. 다 쓴 글을 하나하나 공들여 교정하는 작업을 다루기 때문이다. 저자는 20여 년 동안 교정일을 보면서 수많은 글을 고쳐왔다. 유유 출판사에서 책을 세 권 냈는데, 첫 작인 으로 차차 유명세를 타더니 는 출판사의 대표작이 되었다고 한다. 시립 도서관에 갈 때마다 항상 대출 중일 정도다. 책은 두 개의 내용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메일이 오면서 시작한다. 보낸 이는 ‘이 책의 저자 김정선’이 교정 작업을 한 책의 저자인 함인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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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올해 이 책은 꼭 읽겠어!독서 이야기 2017. 2. 2. 14:00
책을 더 이상 사지 말고 있는 책이나 잘 읽자고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건만, 며칠 새에 책장에 새 식구가 늘었다. 연휴 때 읽으려고 계획했던 책들인데 어쩌다 보니 계획이 하나도 진행되지 못했다. 켜켜이 쌓인 책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올해에도 ‘올해의 독서 목표’ 따위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선 글에서도 계속 말했듯이, 올해는 양보다 질을 추구하려고 한다. 한 권을 읽더라도 천천히 그리고 깊게 사유하는 독서. 물론 스트레스를 받고 때려치울 게 분명하지만 우선 지켜보려고 노력이라도 해봐야지. 그리고, 올해 꼭 읽고 싶은 책을 나열하는 식으로 허세에 취해본다. 크아-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벼르고 벼르던 톨스토이의 장편 . 작년 12월부터 읽겠다 읽겠다 했는데 다른 책(독서에 관한, 읽기 쉬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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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맞이 본가 책장 정리독서 이야기 2017. 2. 2. 13:30
설을 맞이해 일산 본가에 들렀다. 본가에 올 때 가끔 짐을 한가득 들고 온다. 회사 기숙사에서 다 읽은 책을 본가로 옮기기 위해서다. 다 읽은 책은 우선 다 가져온다. 원래 있던 책장이 부서지기 직전이라 작년에 새로 마련한 책장에 보관하거나 팔 책 구분없이 쌓아둔다. 그리고 설이나 추석, 휴가처럼 쉬는 날이 길 때 마음먹고 정리한다. 집에 물어보니 책장을 바꿀 때 막내동생이 나름의 규칙으로 책장을 정리했단다. 하지만 책은 어차피 다 내것이니 내가 정리해야 하는 게 응당 맞다.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까 생각했다. 회사 기숙사에서는 세계문학전집은 번호 순서대로, 나머지는 제목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책을 나열해놓고 기계적으로 꼽으면 되니 편하고 책을 찾을 때도 쉬이 찾을 수 있어 좋지만 뭔가 철학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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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갈라파고스, 2007)독서 이야기 2017. 2. 2. 13:00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난민 캠프에서 구호가 시작된다. 의료진은 난민의 상태를 보고 그들이 살아날 가망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고 구분한다. 무자비한 행동이라 비난할 수 있겠지만 한정된 자원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가망이 없는 이들에게 간호사는 그들의 아이는 너무 약하고 배급이 빠듯하니 손목밴드를 줄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이상과 현실이 강하게 부딪혀 모순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구호현장에 장 지글러가 서 있다. 장 지글러는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우석훈은 그를 학자이면서 활동가이며 전문가라고 평한다. 학자로서 제네바 대학 교수와 제 3연구소 소장으로 역임했다. 활동가로서는 스위스 사회당원으로 일하고, 2000년부터 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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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는 법 - 이원석 (유유, 2016)독서 이야기 2017. 2. 2. 11:30
서평 쓰는 법 이원석 지음/유유 은 훼이크고, 의식의 흐름으로 썼다. 일기를 쓰다가 푸념을 쓰다가 대충 책 이야기로 끝이 났다. 내 안의 잉여력이 이렇게 강할 줄이야. 이 책에 대한 좋은 글은 다른 곳에 많으니 그곳으로 가시면 된다. 여태껏 책을 읽고 어떤 형태로든 감상을 적어왔지만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발췌문으로 가득해 겉으로는 참 멋있어 보이지만 - 작가의 문장이기 때문에 정제되고 깊은 의미가 담길 수밖에 없다 - 실제로 내 생각은 거의 없거나, 아니면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책을 읽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재작년에 한참 허세 가득 찬 글쓰기에 취한 동안, 그 허세가 마음에 들었는지 알라딘에서 몇 번의 이달의 마이리뷰나 마이 페이퍼로 선정해주기도 했다. 그저, 멋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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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닝 - 할 엘로드 (한빛비즈, 2016)독서 이야기 2017. 2. 2. 11:00
미라클 모닝 할 엘로드 지음, 김현수 옮김/한빛비즈 0. 허허. 이런 책을 빌릴 줄이야. 새벽 두 시가 돼야 잠에 드는 철저히 야생형 인간인 내가, 아침형 인간에 대한 책을 보다니 개과천선을 뛰어넘어 천지개벽 수준이다. 1. 저자는 스무 살에 대형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해서 걷지 못하는 수준, 아니 생명을 겨우 이어갈 정도로 큰 상해를 입었다.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의사의 선고에도 꾸준히 노력해서 재기한다. 그뒤 영업직으로 일하며 개인 최고 실적, 팀 판매 실적 1위를 달성하며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이어간다. 성공적인 삶은 2007년 세계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무너진다. 명성도 돈도 모두 잃는다. 친구에게 자신의 좋지 않은 상황을 털어놓았다가 이런 말을 듣는다. 친구 : 운동은 하고 있니?나 : 아침에 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