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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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2000꿈의 이야기 2014. 1. 5. 04:54
응답하라 1997, 1994와 전혀 상관없는 글이다.2014년 1월 2일의 꿈이다. 며칠 전 '응답하라 1994'가 끝난 기념인지 나도 과거를 훑는 꿈을 꾸었다. 꿈은, 2000년 중학교 1학년 시절을 배경으로 내가 주연인 1년의 드라마를 마치고 종영이벤트를 할 때를 비추었다. 내 상대역이면서,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첫사랑 상대에게 수고했다면서 과감히 짭쪼름한 위로키스를 하기도 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절대 하지 못하는 이성친구들과의 포옹을 하기도 하면서, 이벤트장으로 향했다. 1층의 넓은 교실에서 진행된 이벤트에선 종방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으레 그러듯이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와 명장면들을 틀어주며 하하호호 웃어댔다. 지루하게 대화가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는 와중에 교실 외부에선 드라마 출연진을 축하해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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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를 싫어하는 이유꿈의 이야기 2012. 2. 4. 13:00
그러지 마. 나 개 진짜 싫어한단 말야. 어우, 자꾸 그러면 화낼지도 몰라. 그래 착하지, 저리 가서 놀아라. 쮸쮸쮸쮸. 후, 땀이 다 나네. 응? 개 만지는 건 잘하면서 왜 싫어하냐고? 입으로만 싫어하는 거 아냐. 나 정말 개 싫어해. 아니, 몸은 좋다고 같이 꼬리치는데 있지, 머리가 자꾸 싫다고 하네. 이상한 말이라고? 뭐, 그런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왜 이렇게 개를 싫어하는지 말해줄게. 별로 재미는 없을 것 같은데 뭐,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고 네가 옆에 있으니까, 뭐. 원래 나는 동물을 되게 좋아했어. 아이러니하게 강아지란 놈을 특히 좋아했는데 말이지, 내가 달려들면 살랑살랑 꼬리치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혀 내밀고 조용히 헥헥대고, 놀아달라고 내 다리에 부비대고. 서서 두 발을 반듯이 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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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꿈의 이야기 2011. 10. 11. 13:28
걸음 할머니는 무릎이 좋지 않으셔서 수술을 받으셔야 했다. 70 평생 할아버지와 함께 논길을 걷고 쪼그려 앉아 자식들에게 줄 것들을 가꾸셨다. 세월엔 장사가 없었다. 사실 생기지도 않아야 할 병이었다. 무릎이 약간 아프셨을 뿐이다. 의사는 무릎에 주사를 놓겠다고 했고, 할머니는 그 이후로 평상시대로 일을 하셨다. 그 작은 주사바늘로 더 작은 병원균이 들어가는 바람에 할머니는 무릎을 펴지 못하셨다. 무릎은 뜨거워지고, 새빨개지고, 퉁퉁 부어 커졌다. 당신의 생일에나 가끔 경기도로 올라오셨지만 이번엔 수술을 위해 서울로 오셨다. 각종 검사를 마쳤다. 수술이 불가피했다. 할머니는 4인실에 입원하셨다. 그때 군 복주 중이던 나는 할머니의 입원을 이유로 휴가를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중대장은 생명에 큰 지장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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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갈김 1꿈의 이야기 2011. 9. 18. 03:48
종이에 내 혼을 담은 피를 찍어 내 정신의 투영 그걸 백프로 반영한 쓰다가 굳어진 잉크 이제 흐르지도 않는 흐름 역류하는 나의 피는 헛쏠림을 만든다. 이미 말라버린 펜 그것은 침묵 그리고 죽음 내면의 물음에 불응한 시인 그는 이미 호기심을 잃었으니 그 생의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 심장고동 그것을 박자삼아 쿵쾅거린다 나만의 축제 또 나만의 살육 욕 비판 그리고 자아의 발견 한 줌의 모래처럼 흩어져가는 정신의 유체를 꽉 잡고 허옇게 될 정도로 그 목을 졸라 발현되는 빨간 불꽃의 정수 그 생명은 혀를 내두르며 공기의 흐름을 탄다 자신을 태우며 더 진해지는 붉은 투명한 유리 내 즉흥적 정신 그 고도의 장치의 흐름을 탈 때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과 같이 그저 떠돈다 또 피곤하다 갈색 쓴 커피를 마시고 무거운 머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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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돈다꿈의 이야기 2011. 5. 23. 02:40
"언니야, 매니저 오빠가 무대로 올라오랴." 한 여자가 열린 문 틈 사이로 빠끔히 머리만 내밀고 말했다. "무슨 일이래." 방안에 있던 여자가 걸린 옷들을 보며 무심히 말했다. "마이크 뭐라고 하던데." 말을 마치자 머리는 밖으로 쏙 나간다. "춘례년, 지가 좀 가볼 것이지." 그러자 춘례가 다시 목을 디민다. "나 사장님 방에 간다우." 춘례는 뭐가 좋은지 방을 나가며 시끄럽게 웃는다. 그녀는 저녁에 있을 쇼를 위해 옷을 고른다. 어제 입었던 은색 반짝이 옷은 이미 흥미를 잃었는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파란색과 금색 중에 무엇이 예쁠까 비교해본다. 목에 걸칠 것도 어는 게 제일 잘 맞는지 재본다. 털이 부슬거린다. 곳곳에 털이 빠진 자리를 주위의 것들로 메워본다. 옆 걸이에 좋은 것들이 많지만 그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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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기대어꿈의 이야기 2011. 5. 22. 16:40
어제에 기대어... 어제의 아름다운 기억에 기대어 우린 살고있을지 몰라. 그렇지, 당신과의 핑크빛 사랑, 끝없는 두근거림. 당신의 머리에서 흩뿌려지는 고운 향기. 손 끝 하나하나에서 묻어나오는 아름다움. 당신 어깨에 기대어 잠시 있을때면 모든 힘든 일을 잊곤 했지. 맞아. 그 때의 당신은 내 에너지였고 활력소였어. 당신이 없는 세상이란 생각해보지도 못했고, 아니 그런 곳은 없을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말야, 우리 그렇게 쉽게 헤어지면서 느낀 게 있어. 세상을 혼자 짊어질 수 있는거더라구. 뭐든지, 독립적으로 살아야 해. 맞아. 나 혼자 살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걸 더 빨리 알았어야 했는데. 바보같이 나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던거야. 그 망상은, 우습게도 참 따뜻하고 밝은 색이었는데.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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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미쳤었다꿈의 이야기 2011. 5. 20. 19:59
평소 네가 나에게 했던 행동들을 그닥 의미있게 생각하진 않았다. 내가 장난을 쳐도 항상 웃으며 받아주었던 너. 그런 내가 되기에는 네가 그렇게 먼저 해준 것도 알고 있다. 먼저 다가와 손내밀어주고 농담을 해주면서 웃으며 대해주었던 너.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나는 너를 너무 편하게만 대했었나보다. 그저 장난으로 툭툭 내뱉었던 말인데. 남들의 말을 듣고서야 아, 내가 너에게 심했구나, 라는 걸 문득 후회하게 됐다. 결국, 우리의 예정된 이별이 있던 날 너는 날 쳐다보지도 않았다. 난 네가 내게, 언제나처럼 먼저 말을 걸어주길 바라며 그저 조용히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 너무나 욕심에 찬 바람이었나보다. 또한 나에 대한 너의 어느정도의 기다림의 시험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예의 웃음이 아닌 서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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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꿈의 이야기 2011. 5. 17. 21:45
세월이 가면- 터질듯한 추억에 잠기겠지요. 어릴적 휘영청 밝은 달 아래서 당신과 마주앉아 웃던 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모닥불은 우리 사이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하고, 조금 차갑게 부는 밤바람은 당장 터질듯한 우리의 감정을 이성으로 식혀줍니다.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서로만 바라봅니다. 가끔 그대 머리 뒤로 밤하늘에 빛나는 길을 긋는 별똥별이 떨어져요. 하지만 별이 아무리 빛난들 그대 눈보다 밝을 수 없습니다. 마치 방금 내 앞에 하늘에서 떠돌던 가장 크고, 빛나는 별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대의 눈웃음은 내 가슴을 뛰게 합니다. 다른 사람은 뇌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지만, 난 당신을 보고 있는 것이 제 생명의 두근거림의 원천이고 에너지입니다. 내 마음 한 켠 당신의 미소를 담아두면 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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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꿈의 이야기 2011. 5. 13. 20:03
이곳에서 깨어나면 나는 과연 당신을 기억할까요. 풋사과 냄새나던 당신의 곁, 거기에 앉고싶어 무진 애를 썼었죠. 그대 주변에서 항상 맴돌던 수많은 남자들 그들은 단지 당신의 외모만 탐내서 당신에게 있어요. 당신을 탐하고, 취하고, 상처만 지독히 주고 결국은 아무 거리낌 없이 그대를 떠나가겠죠. 그네들이 만든 상처때문에 당신이 추해졌다고, 속물이라고, 말하면서. 단지, 사랑했을뿐인데, 말도 안되는 자기모순을 합리화시키고 그저 눈물자욱만 남기고... 그 상처 아물새도 없이 다시 상처입고, 상처입고, 결국엔 당신의 마음은 사라지겠지요. 길거리의 술취한 아가씨나 몸파는 그녀들과 다를게 뭐가 있을까요. 결국 마음이 사라지고 상처입지 않으려 심장을 강철로 뒤덮네요. 남에게 상처를 받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아픔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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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존재꿈의 이야기 2011. 5. 13. 13:28
이곳에서 난 아주 보통의 존재. 남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나. 내가 전체에 있든 없든 그게 그거지. 그저 모두가 하라는데로 해야지. 처음에는 내가 특별한 사람인줄 알았어. 암, 초등학교 때, 잘나가던 때였어. 일상생활은 조금 찌질했지만 학교시험을 잘 보고 책보는 걸 좋아했지. 그게 그때의 '보통'이 아닐 수 있었겠지. 쨌든, 나는 내가 조금은 잘났다고 생각했어. 수학을 좋아했고, 그만큼 성적도 잘 나왔어. 중학교? 뭐 똑같지. 그저 공부와 농구만 했어. 사교관계란 그저 농구로만 이어진 관계. 여자친구들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저 혼자 생각하고 바보같이 그랬어. 지금같이 열망이 강하고 낯이 두꺼웠다면 잘 지낼 수 있었을텐데. 왜 바보같이 혼자 생각하고 있었지? 각설하고, 그땐 뭐 공부도 그러저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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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꿈의 이야기 2011. 5. 13. 13:22
우리 집이 있는 언덕을 밤에 보면 달이 환희 올라있었어. 거길 오르내리느라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몰라. 자전거로 거기 오르려다가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냐. 아, 언덕 하니까 갑자기 기억나는 게 있다. 유치원 버스가 언덕 아래서 멈췄는데, 배가 너무 아픈 거야. 어기적어기적 배를 부여잡고 올라가는데 어린 나머지 괄약근에 힘이 없었을까, 그만 팬티에 변을 지리고 말았지. 그날, 엄마한테 많이 혼났고, 부끄럽게 친구도 알아버렸지 뭐야. 언덕의 오르막 반대에는 친절히 계단이 있어. 여기서부턴 이제 엄청 어려운 길이야. 마치 거미줄. 몇 번째 골목을 돌아 걷다보면 큰 교회도 하나 있고, 거기서 또 몇 번째 길로 죽-가면 북가좌 교회가 나왔어. 그 교회는 우리 고모가 다닌 교회기도 하고, 바로 및 엄청 좁은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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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든 없든, 살고 있다꿈의 이야기 2011. 5. 13. 04:00
비가 온다. 오랜만에 방을 나선다. 한참 걸어 버스 정류장을 찾는다. 이제는, 그리고 예전에도 버스는 다니지 않던, 이름만 버스 정류장인, 그리고 우리의 추억과 만나고, 웃고, 떠들고, 헤어졌던 곳. 버스는 오지 않는다. 아무도 없다.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도 이렇게 비가 오던 날이었다. 비를 피하려고 들어간 곳이 하필 버스도 다니지 않는 빈 정거장일 게 뭐람. 평소 다니지도 않던 길이었는데 그땐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그곳을 걸었다. 신문지 한 장으로 하늘을 가리며 정류장 안으로 들어오던 너. 잠시 비가 그칠 때까지, 심심하지 않을까 말을 붙여봤다. 조용히 맞장구를 치고 입을 가리며 살짝살짝 웃던 너. 얘기를 들어보니 너도 평소에 다니지 않던 길이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알았다. 이건 분명 하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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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꿈의 이야기 2011. 5. 13. 03:09
나는 나무로 들어간다. 어느새 고독한 숨결을 느낀 내가 나무의 심재를 하나씩 벗겨내자 옛 그리운 얼굴이 새겼다. 지독히 우울한 면, 그들이 보기 싫어 다시 하나하나 벗겨낸다. 검색 수액이 손에 스며들고 벽이 무너진다. 몇이 드문 보이는 나무 밑동에 앉아 한숨을 쉬고 몇은 벗겨낸 얼굴을 등에 진다. 울음꽃이, 간혹은 웃음꽃이 핀다. 이제 종소리는 나의 나무로 들어가라며 울고, 가운데 어두운 밤과 이어진 아귀가 열렸다. 그곳에서 벗겨낸 얼굴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들이 보기 싫어 손으로 휘 젓고 업는다. 그는 나무로 들어간다. 어느새 고독한 숨결을 느낀 그가 나무의 심재를 하나씩 벗겨내자 옛 그리운 얼굴이 새겼다. 지독히 우울한 면, 그 역시 나의 얼굴을 벗겨낸다. - 2004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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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묻는다꿈의 이야기 2011. 5. 8. 05:18
괜찮아. 잘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네 옆에는 아직 너를 응원해주는 사람은 많으니까. 응? 보이지 않는다고? 아니, 그런 이들은 옆에만 있는 게 아냐.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를 응원하고 등을 밀어주고 있어. 그러니 겁내지 말고 한 발자국 더 딛어봐. 지금 겪는 시련은 순간뿐이야, 라는 입발린 소리는 하지 않겠어. 아마 우리가 커서 사회를 만났을 때는 지금 이것보다 더 힘들 거야. 그래도, 참는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겠니? 당장은 힘들어도 모두 경험이 될텐데 말야. 아니면, 지금의 틀을 깨버리는 거야. 정말 참기 힘들다면 말이지. 하지만, 조심해. 그 틀이 깨져버리면 너를 지켜줄 게 하나도 없으니까. 그만큼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또 너무 걱정은 마. 내가 다른 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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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꿈의 이야기 2011. 5. 5. 17:00
5분 오랜만에 누나네 가족이 놀러왔다. 누나네가 놀러왔다고 내 저녁이 그리 바뀔 일은 없다. 백수 티를 내지 않으려고 대충 말쑥이 입은 옷으로 인사하고 얼른 방으로 들어왔다. 아빠와 형부의 큰 안부인사, 엄마와 누나의 부엌에서의 인사. 거실은 시끌벅적하지만 내 방은 컴퓨터 팬 돌아가는 소리만 그득했다. 28살 백수가 무슨 염치로 저기 겨서 웃나. 조용히 인터넷 창을 뒤적거렸다. 조금 있으려니 문이 열리고 외조카 J가 들어온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J. 나와는 다른 이유지만 역시 거실의 분위기에 껴들지 못하고 매번 내 방으로 들어온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다시 제 할 일로 돌아온다. 힐끔 보니 처음 보는 핸드폰이 J의 손에 들려 있었다. 새로 산 핸드폰인 듯하다. 침대 가에 앉아 핸드폰을 꾹꾹 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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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우리들꿈의 이야기 2011. 4. 28. 01:54
그날 밤, 우리들 - 예 그럼 8시에 현수역 맥도날드 앞에서 봬요. 마지막 문장을 치고 채팅창을 닫았다. 시간은 어느새 6시 반, 슬슬 엄마가 저녁을 먹으라고 소리칠 때이다. 상대의 답을 기다릴 새가 없었다. “백설, 밥 먹어!” 역시나다. 엄마는 시간을 어길 때가 없다. 얼른 컴퓨터 종료 버튼을 누르려고 하니 방문이 활짝 열렸다. “밥 먹으라니까.” 빨간색 앞치마를 두른 엄마가 말했다. “지금 나가잖아요.” “또 컴퓨터 질이야?” “꺼요, 꺼.” 약간 톡 쏘아 말했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엄마가 대답했다. “황백설, 지금 시간 영어단어 시간 아니야?” 컴퓨터 전원은 완전히 내려갔고, 나는 책상에 있는 영단어장을 들어 흔들었다. 팔락팔락. “다 외웠어요. 끝.” 엄마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단어장과 나를 번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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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에게 보내는 편지꿈의 이야기 2011. 4. 28. 00:40
안녕, J. 깜짝 편지를 받게 돼서 너무 놀라지는 마. 언젠가부터 직접 손으로 쓴 편지가 사라져서 너무 아쉬웠어. 옛 감성을 가득 담아 짧게 몇 자 적는다. 글씨가 엉망인 건 이해해줘. 원래 천재는 악필이라잖니? 요즘 같이 힘든 시기에 내 글씨 보면서 한 번이라도 씩 웃길 바란다면 너무 큰 바람일까? 너는 아마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이름이 쓰여 있지 않은 편지여서 미안해. 그래도 이게 내 감정을 조용히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걸 이해해줘. 그래, 옛날 노래 제목을 갖다 붙여볼까. J가 J에게. 아, 뭔가 더 낭만적인 분위기가 되었다. 뭐, 이니셜을 보고 내 이름을 알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아. 그냥, 어디선가 너를 몰래 쳐다보고, 또 지켜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줘. 그거 아니? 생각해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