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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장 오른쪽에 실버가 놓여 있었다. 예전과 다름없이 받침 살은 떨어져 나간 상태엿고, 앞뒤 바퀴의 흙받이는 온통 녹슬었지만, 핸들에 달린 경적은 고무 부분이 찢기고 닳았을 뿐 익숙한 모습 그대로였다. 빌은 경적을 항상 반짝반짝하게 닦아 놓았지만 지금은 투미해져 얽은 자국까지 눈에 띄었다. 리처드가 애용하던 평평한 짐칸이 아직 뒷바퀴 위에 남아 있지만, 찌그러진 채 나사 하나에 대롱대롱 매달려 잇었다. 모조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안장..
마이클은 대꾼한 눈과 피곤에 지친 갈색 얼굴로 친구들을 둘러 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투표를 하는 게 좋겠어. 여기 남아 싸울 것인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각자의 선택에 맡기는 거야. 너희들이 기억하지도 못할 오래전 약속을 빌미로 너희들을 여기로 불러 모으기는 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그 약속을 강요하지 못하겠어. 약속에 못이겨 행한 결과가 훨씬 나쁠 수도 있으니까." _스티븐 킹, 『그것 (중)』에서 ..
(생략) 한편 랜디 하렌겐은 난관을 묶인 채 난소에서 골프공만 한 종양을 떼어 냈는데, 스물일곱 개의 난소 종양을 떼어 내고도 살아남앗다면 신에게 감사할 일이라고 했다. 그녀는 그것이 뉴욕 시의 식수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도시의 공기도 너무 더럽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는 물이라고 했다. 사람 몸속에 더께를 쌓아 놓을 정도로 더러운 물이라고. 그 일 때문에 루스는 "어리기만 한 너희들"이 이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서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른다는 말을 ..
그렇게 토해내면서 오랜만에 어떤 충족감에 감싸인 간타는 갑자기 무작정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빨리 방으로 돌아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중간했던 「피고름 치달리다」의 이야기를 감연히 이어가고 싶었다. 뭔가 높은 것을 바라기보다, 아무리 혐오감이 들더라도 드러누운 채 쓰는 글로 잔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리 생각하지, 무슨 심각한 병에 걸린 것이라면 또 모를까 고작 허리 삔 것 정도로 곧 죽을 사람처럼 절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