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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시녀 이야기 - 마가렛 애트우드

by 양손잡이™ 2011. 10. 21.
시녀 이야기 - 10점
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황금가지


  세상의 재밌는 이야기를 저는 세 분류로 나누곤 합니다. 그냥 재밌다, 읽기 힘들어도 재밌다, 애인 만나기보다 재밌다, 라고 말이죠. 아, 세 번째는 그냥 제가 애인이 없어서 겪어보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이번에 읽은 '시녀 이야기'는 두 번째 부류에 속하는 소설로, 재미는 있었는데 정말 읽기 힘들었습니다.

  장르소설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황금가지의 '환상문학전집'의 4권인 이 책은, 말 그대로 환상적입니다. 아주 판타스틱해요. 너무 판타스틱해서 무려 일주일이나 붙잡고 있어야 했다니깐요. 물론 시험기간이 겹친대다가 제가 잉여인 것 때문에 더 오래 걸렸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참 읽는 사람 머리를 마구 휘저어버린, 나쁜 놈이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난항이었지요. 요새 책은 읽기 쉬우라고 페이지 크기를 줄이거나 글자를 크게 한다거나 줄 간격을 넓게 한다거나 해서 조금이나마 편한 독서가 가능하잖아요? 아니, 요즘 스트레스가 좀 쌓여서 저런 책만 읽었지만 서도요. 하여간 오랜만에 글자로 빽빽-한 종이를 보고 있자니 내가 책을 읽는 건가 시험 공부를 하는 건가 헷갈렸다니까요. 게다가 페이지는, 워매, 500페이지가 넘어요. 덧붙여 제가 읽기에 거부감이 느껴지는 하드커버까지! 이래저래 참 힘들었습니다.

  환경이상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진 지구가 이야기의 배경입니다. 그래서 건강한 육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육체를 가진 사람은 대접을 받게 되지요. 하지만 권력을 가진 남자는 아저씨란 말이죠. 그리고 그 아내는 당연히 나이가 많고요. 그렇기에 대를 잇기 위해서 아저씨, 즉 <사령관> 계급의 사람들은 <아내> 대신 젊은 여성인 <시녀>를 배속 받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오로지 출산을 위한 짝짓기만이 남은 세상에서, <시녀>인 '오브프레드'(재밌게도 시녀들은 이름이 없고 누군가의 소유로 표현됩니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런 시녀를 가르치는 <아주머니>도 등장하고 사상을 거스르는 사람들을 잡기 위한 <눈> 계급도 있습니다. 물론 정부에 반대하는 단체도 있고요. 환상적인 디스토피아 문학입니다.

  기본적으로 '환상문학전집'은 장르문학을 앞세웁니다. 그리고 제가 읽었던 장르문학은 사건 중심의 것들이 많았고요. 그런데 웬걸, '시녀 이야기'는 페이지를 넘기고 넘기고 넘겨도 도무지 흥미진진한 사건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설정도 제대로 언급되지 않습니다. 물론 설정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내용에 살살 녹이는 게 좋겠지만 이건 너무하다고요. 200페이지가 넘어서야 제대로 된 설명이 나옵니다. 으아니, 사실 이때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말예요. 멍청하면 힘든 겁니다, 여러분.

  하나 더 말하자면 이 책은, 각종 묘사로만 기억에 남지 않네요. 시점도 엉망진창. 맨 마지막 장인 "'시녀 이야기'의 역사적 주해"를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어쨌든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던 일주일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데, 멍청하면 고생입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다 보고 덮을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책의 재미 때문입니다. 설정이 제대로 언급되지 않건 시점이 엉망이건 묘사가 엄청 많건- 책을 계속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태까지 읽었던 것도 아깝기도 했고요. 전개 자체는 '1984'와 비슷하지만 '시녀 이야기'만의 묘미가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맨 마지막 장인 "'시녀 이야기'의 역사적 주해"는 꼭 읽으시길 바랍니다. 책의 의미를 파해치는 건 온전히 독자의 몫이야! 라는 평소의 생각은 버리세요. 이 주해야말로 이 책의 진짜 마무리니까요.

  마지막으로 덧붙입니다. 정말 정신없이 읽었기 때문에 (물론 바쁘고 게으름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책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안됐네요. 지금 가장 거슬리는 건 '묘사로 가득하다'라는 부분인데, 이거 분명 제가 책을 대충 읽었다는 의미를 보기 좋게 표현한 걸 겁니다. 아마도요.

  (2011년 10월 14일 ~ 10월 21일, 5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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