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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마당을 나온 암탉 (2011)

by 양손잡이™ 2011. 12. 26.


  오랜만에 보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여름에 친구가 이 애니를 보고 정말 좋다고 재밌다고 추천해줬던 게 기억나서 받아놨습니다. 본 소감은, 이건 소장용이야! 나중에 월급 타면 살 DVD가 하나 더 생겼다고!

  양계장 삶을 살던 암탉 잎싹이는 항상 마당으로 나오고 싶어합니다. 모이를 안 먹고 죽은척 하여 닭장을 빠져나오려고 하죠. 하지만 그 전에 기운이 다 빠져 기절해버리고 주인은 폐사한 닭들을 처리합니다. 살짝 정신을 차린 잎싹이에게 달려든 건 사나운 족제비! 하지만 그녀를 구해준 건 멋있는 청둥오리 나그네! 수달 달수의 도움으로 들판에서 자유롭게 살았지만 족제비는 사냥을 계속 합니다. 그러던 참에 버려진 오리알을 발견한 잎싹이는 정성스레 알을 품고 거기서 초록이가 태어납니다.

  저는 스토리를 하나도 모른 상태에서 봤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계장을 떠나 마당으로 나오려는 잎싹이를 보며 무슨 현대 사회의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비판인가 했어요. 그리고 너무나도 멋지고 잘생기고 싸움도 잘하는 청둥오리 나그네가 등장하자 아, 크리스마스여서 사랑 관련한 영화를 안 고르고 일부러 이걸 골랐더니 여기서도 잘생긴 놈이 예쁨받는구나, 하고 좌절했었지요. 하하하.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건 제 착각이란 게 분명해졌습니다.

  단언컨데, 이 작품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커다란 발전입니다! 캐릭터면 캐릭터, 스토리면 스토리, 감성이면 감성, 작화면 작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더빙이 마음에 안 든다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전 좋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느껴지는 잎싹이의 작화와 목소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아들 잘 되라고 말없이 응원해 주는 모습. 아, 우리 엄마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눈물이 앞을 가리네. 초록이는 유승호가 더빙했는데 약간 어색하면서도 어느 정도 잘 어울렸어요. 달수 역의 박철민 씨는 싱크로율 100%!

  부끄럽게도 25살 먹고 애니메이션을 보며 울었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자 저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 그러더군요. 동화책 보고 울긴 처음이라고. 저보다 나이가 조금 더 있으신 분도 그분의 어머니가 떠올라 울었다고 하시고, 영화관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저씨도 하품하는 척하면서 우셨다고 전해주셨습니다. 다행이네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모니터로 봤는데도 이렇게 목이 매이는데 넓은 스크린으로 봤으면 꺼이꺼이 울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애니메이션이라고 애들이 보는 작품일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꼭 보세요. 유치하다고요? 말도 안 된다고요? 그게 애니메이션이기에 허용되는 것들이니까 제발 편견 좀 갖지 말고, 꼭 보세요. 두 번 보세요. 동화책도 꼭 챙겨봐야겠네요.

  좀 다른 게 어때서? 아래는 영화의 예고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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