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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눈알사냥꾼 - 제바스티안 피체크

by 양손잡이™ 2014. 4. 27.
눈알사냥꾼 -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장수미 옮김/단숨



043.


  피체크의 전작 <눈알수집가>는 진즉에 알았던 책이다. 제목도 제목이지만(눈도 아닌 눈알이라니. 게다가 수집이라니) 표지 정중앙에 떡하니 박힌 퍼런 눈은 자연스레 이 책을 피하게 만들었다. 장르도, 사이코스릴러란다. 스릴러도 즐길 종류가 많은데 하필 '사이코'라니, 거참 정이 안 갔다. 넬레 노이하우스마저 극찬했다는 화려한 광고문구는 뻔한 마케팅 같아서 싫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후속작 <눈알사냥꾼>을 만났으니, 오호 통재라. 썩 좋지 않은 이미지의 책을 읽어야 하다니, 손에 든 건 반드시 읽어야 성이 차는 '쓸데없는 의무감'은 모든 독서가에게 축복이자 벌일 것이다. 나름의 기한인 4월 마지막 주까지 읽으려 했으나 워낙 벌려놓은 일이 많아 손도 못 대다가 조금 짬이 나서 책을 펼 수 있었다.


  사실 독일 스릴러는 국내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건 넬레 노이하우스가 쓴 '타우누스 시리즈'다. 유럽이 항상 서늘하고 습기가 많아서일까. 미국의 크라임스릴러는 둔중하고 단호한 면이 있다면 유럽 스릴러는 끈적거리고 분위기가 쎄-하다. 책 뒤에 '인간의 정신 가장 깊은 곳을 꿰뚫는 스릴러. 작가가 미쳤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홍보문구가 있는데 이는 유럽 스릴러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도대체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쪽은 범죄 자체가 엽기적이고 그로테스크하다.


  <눈알수집가>에서는 납치한 아이들의 왼쪽 안구를 파내고, 후속작인 <눈알사냥꾼>에선 납치한 여자의 눈꺼풀을 도려낸다. 끝까지 읽다보면 별 시답잖은 이유들이다.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그랬단다. 그래, 그러니까 사이코스릴러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감 능력이 없는 사이코패스와는 다르게 그냥 뇌 한 부분이 훼까닥 미쳐서 제정신이 아닌 범인들이다. 아무리 작가와 등장인물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지만 이쯤 되면 작가를 한번쯤 의심해 볼 만하다.


  읽는 재미만큼은 확실한 책이다. 사흘이 좀 안 되는 시간 동안 읽었으니 한 번 펼 때마다 100쪽 조금 넘게 본 셈이다. 의학적 지식도, 형사들의 수사도 나오지 않는다. 다른 스릴러 장르보다는 전문적인 내용이 적고 읽기 편한 내용들로 쓰였다. 그렇다고 이야기의 밀도가 낮은 것도 아니다. 알리나가 갇힌 방에서 탈출하는 장면은 맹인인 인물의 시선과 행동을 꽤나 잘 표현했다.


  편집도 훌륭한 편이다. 한 장(章)이 길지 않기 때문에 느껴지는 속도감이 매우 빠르다. 장마다 등장하는 인물이 교차로 등장하는 동시에 앞선 장에서 말했던 소재나 인물이 바로 뒤에 나온다. 적절한 긴장감을 줌과 동시에 나름 훌륭한 복선과 반전을 만드는 편집은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다만 결말이 의외인데, 앞에서 쌓았던 점수를 단숨에 깎고 말았다. 모두 다 꼭두각시 인형극에 놀아난 게 되버린 것처럼 보이는 결말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이는 <눈알수집가>의 후속작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눈알사냥꾼>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게 아니라 <눈알수집가 2권>으로 나왔어야 한다고 본다. 이 책의 메인 악당인 차린 주커 박사도 생각보다 임팩트고 적고 말이다.


  결말이 조금 아쉽지만 앞서 말했듯이 재미 하나는 보장한다. 단, 전작인 <눈알수집가>를 먼저 보길 권한다. 책 중간중간 나오는 전작의 에피소드나 인물 사이의 관계가 파악된다면 읽는 재미가 한층 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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