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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 가이도 다케루 (권일영 역, 위즈덤하우스, 2007)

by 양손잡이™ 2015. 3. 30.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예담



2015-008.


0. 엔터테인먼트 소설에 감상을 할 재주가 없으니 주저리주저리 잡담 + 책 소개.


1. 난 웬만학 책들은 추천받아 읽는데(주관이 뚜렷하지 않아서이다), 이 책을 어디서 추천받았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즐겨 찾는 책 블로그에서 검색해봐도 나오는 포스트가 없다. 아마 역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수상작을 찾다가 독서계획목록에 넣어놓은 듯하다. 목록을 만들던 때가 대학생 때인 '12년도이니, 작년('14년)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만난 건 엄청난 우연이라 할 수 있겠다. 어쩌다가 눈에 띄어 집어들게 된 책.


2. 딱히 이 책을 집어들 이유는 없었다. 1월에 <차브>와 <시적 정의>에서 불살라버린 내 뇌를 식히기 위해서 쉬운 책이 필요했을 뿐이다. 책상 위의 서랍장을 여니 흥미 위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지 않다. (책이 앞뒤 2단으로 보관되어 있어 당장은 앞에 있는 책밖에 보이지 않는다) 에드 맥베인은 지금 읽기 조금 거시기하고, 미야베 미유키는 너무 길고(모방범, 솔로몬의 위증>, 테드 창은 어렵고, 존 스칼지는 시리즈의 앞권을 읽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볍게 볼 요량으로 선택한 책이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되시겠다.


3. 수상경력을 보면 화려하다. 우선, 그해 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상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 주간문춘 선정 '2006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10'에서 3위 차지. 그해 4위가 히가시노 게이고였다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검색해보니 드라마도 제작되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대체로 엔터테인먼트에 중점을 주는데, <바티스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데뷔한 엔터테인먼트 신인 작가의 작품 가운데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4. 스토리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옮겨온다. 도조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에는 미국에서 초빙한 외과 조교수 기류 교이치가 이끄는 바티스타 수술 전문 팀이 있다. 바티스타 수술이란, 확장형 심근증을 치료하기 위한 방식 가운데 하나. 비대해진 심장을 잘라내 작게 만든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대담한 치료법으로, 수술은 어렵고, 리스크는 크다. 성공률은 평균 60퍼센트. 그러나 도조대학의 바티스타 수숱 팀은 수술 성공률 백퍼센트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세 차례 연속 바티스타 수술 실패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 불명의 수술 사고가 반복되는 사태에 위기감을 느낀 다카시나 병원장은 외래 책임자인 다구치에게 내부 조사를 의뢰한다. 과연 이 사망사고는 의료 과실인가, 의도된 살인인가!


5. 기대했던 것보다는 재미가 없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엄청 좋아했는데, 지금 보니 정통 미스터리보다 무거움이 덜하다.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장르 특성상 그 가벼움은 어찌할 수 없다지만 이야기를 꿰뚫는 이야기의 본질이나 트릭 등은 정통 미스터리에 비해 다소 부실한 편이다. 흠, 이건 당연한 걸까? 하지만 즐기는 독서 입장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지도. 마지막 트릭을 향한 논리싸움에는 독자를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작중 인물의 생각만 들어간 점이 매우 아쉽다. 전직 외과의여서인지 수술 묘사 등이 강점이고 전문 의료용어가 독자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오게 만들었다는 것, 전체적인 가벼움 속에 무거움(의료계 내 권력투쟁, 맹점,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게의 대처 등)을 잘 녹인 건 칭찬할 만하다.


6. 엔터테인먼트 소설답게 캐릭터가 강점이다. 부정수소외래 만년강사 다구치와 후생노동성 괴짜 공무원 시라토리의 조합은 꽤나 흥미롭다.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사는 듯한 시라토리가 답답한듯 다구치에게 쏘아대는 장면은 엄청난 유우머를 자랑한다. 이 커플의 케미가 돋보였는지 <바티스타> 이후로도 <나이팅게일의 침묵>, <제너럴 루주의 개선>의 후속편 두 편이 출간되었다. (후자는 절판되었다) <바티스타>는 전체적으로 아쉬웠지만 다구치-시라토리 조합이 기대되니, 후속편을 찾아봐야겠다. 아, 일드도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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