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책이 쌓이고 있다. 여기저기.
책이 쌓이고 있다. 책상 위 작은 책장, 두 칸짜리 간이 책꽂이, 침대 아래 큰 물건을 두는 공간, 이제는 침대에까지 몇단의 책이 있다. 잠결에 뒤척이다 무릎을 책 모서리에 콕 찍히는 때면 무진장 아프다. 분수에 맞지 않게 책이 너무 많으니 어제 다 읽나라는 부담감, 능력이 달리는 데에서 오는 자괴감도 있다.
물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책을 모두 정리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어느 때는 다 없애버리고 싶다가도 며칠 뒤면 아까운 내 책, 하며 다시 끌어안기 일쑤다. 결국 서점에서 간혹 눈에 띄던 정리에 관한 책을, 계획에도 없는데 펴게 되었다.
물건은 내가 아니야.
저자는 왜 정리해야 하는지부터 설파한다. 눈에 띄고 와닿는 것만 한가지 소개하자면, 자신의 가치는 가진 물건의 합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어요, 책장을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모든 분야에 폭넓은 관심이 있고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죠. 이렇게나 많이 갖고 있으니까요. 이해하지 못할망정 어려운 책도 읽고 있다니까요. 나는 특별난 것 없이 내면에는 이만큼 풍부한 지식이 들어 있어요. 나는 지적이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에요. (책에서 인용)
저자가 말한 것처럼 책장을 통해 나의 가치를 알리고 싶은 의도가 0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되팔 책을 고를 때 고전문학이나 있어보이는 책을 의도적으로 남기기 일쑤다. 또한 독서로 쌓은 지식은 책꽂치에 꽂힌 권수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안 읽은 책이 많아지니 지식을 쌓고 교양을 키우기 위해 책을 펴는 게 아니라 그저 기록을 남기고 쌓인 책을 모두 없애고자 하는 욕심만 남게 되었다. 택배가 도착해 책이 쌓이면 당장은 좋다. 재밌어 보이니 이것부터 읽어야지 하는데, 사실 그것도 얼마 가지 않는다. 새책, 더 많은 책을 바란다. 독서가가 돼야 하는데, 의미없는 장서가만 됐다. 욕심은 죽지 않고 계속 자라난다.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저자는 실질적인 버리기 팁도 전수한다. 책의 목차를 참고하면 되겠는데, 그중 인상깊은 몇가지만 가져온다.
-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 실제로 버리기 작업보다 버리려는 결심이 더 어렵다
- 일년간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버려라
- 남의 눈을 의식해 갖고 있는 물건은 버려라
- ‘언젠가’라는 미래를 위해 물건을 보관하지 마라
- 아직도 설레나?
6종류와 24종류의 잼을 파는 가게가 있다. 어느 가게 장사가 더 잘될까? 많은 선택지를 주는 후자라 생각이 드는데, 반대로 전자의 매출이 더 높다고 한다. 선택지가 많다면, 내가 고르지 않은 다른 선택이 더 좋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잼의 법칙이다. 물건이 많으면 선택지가 많고, 잼의 법칙에 따라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낸다.
요컨데, 너무 큰 욕심 때문에 행복이 떠나간다. 내가 물건을 사용하는지, 반대로 물건이 나를 사용하는지 모를 정도라면 한번쯤은 소유를 상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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