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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라마와의 랑데부 - 아서 C. 클라크 (아작, 2017)

by 양손잡이™ 2017. 10. 10.

독후감 정리를 못해 독서노트에 짧게 끼적인 글을 옮긴다.

<화재감시원>을 읽은 후 거의 반년만에 읽은 SF다. SF를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라이트하든 정통하든 SF는 어렵다. <화재감시원>은 SF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워 재밌었지만 뒤이어 읽은 <화성의 타임슬립>은… 아이고 절레절레. 게다가 <화성의 타임슬립>은 싸이코적 소설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없었다. 그러던 중 아작 출판사에서 올해 초에 출간한 <라마와의 랑데부>의 평가가 아주 좋아 읽게 되었다.

미래의 어느 날, 지름 20km, 높이 50km의 완벽한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라마’라는 물체가 태양계를 향해 날아논다. 라마가 무엇인지,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조사하기 위해 가까이 있던 노턴 선장은 승무원들과 함께 라마에 착륙한다. 놀랍게도 라마에는 입구가 있었다. 알루미늄 캔처럼 안은 비어 있고 이상한 것들이 가득했다.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고 있어 실내에는 중력이 있고 심지어 안에는 산소도 존재해 헬맷을 벗고 숨을 쉴 수 있다. 태양에 가까이 갈수록 내부 온도가 올라가 라마 안쪽을 원형으로 둘러싼 얼음이 녹아 유기물의 바다가 생긴기도 한다. 세 군데에 존재하는 빌딩 모양의 구조물, 입구 반대편에 위치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원뿔 모양의 기둥, 이상한 모양의 로봇들… 라마는 미지의 외계 문명의 저장고일까, 아니면 태양계에 새로 자리잡으려는 불청객일까?

한정되어 있지만 새로운 세계를 그린만큼 흥미진진하고 아주 재밌다. 복잡한 실내를 자세한 묘사로 그려 가독성도 좋다. 이는 아서 클라크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무리는 찝찝. 7부작 소설이라 그런 걸까? 이제 시작하는 이야기라 이렇게 애매하게 이야기를 끝맺은 걸까.

이 책이 주는 메세지는 딱 하나다. 인간은 모든 것을 인간의 시선으로밖에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영도가 <드래곤라자>에서 “엘프가 숲을 걸으면 그가 나무가 된다. 인간이 숲을 걸으면 오솔길이 생긴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결말을 미리 말하자면, 라마는 태양계에 자리잡기는 커녕 그냥 지나간다. 태양에서 잠시 에너지를 충전했을 뿐이다.  인간이 라마를 파괴하거나 그 반대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뭔가 통쾌한 끝맺음이 없어 허무함이 들었다면 우리는 작가에게 제대로 설득당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라마를 각자의 시각으로 보면서 상상했지만 라마에게 우리는 아무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들에게 태양계는 위대한 항해 중에 잠시 들러 에너지를 보충하는 곳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작으면서 넓은 우주 공간에서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그러면서도 얼마나 교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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