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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디지털은 모든 것이 아니다

by 양손잡이™ 2023. 6. 8.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 데이비드 색스 (어크로스, 2023)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 데이비드 색스 (어크로스, 2023)

 

디지털 기술은 발전합니다. 10년, 아니 불과 3년 전만 해도 상상만 하던 일들이 어느새 우리에게 현실의 기술로 다가오게 되죠. 기술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줬습니다. 수천키로미터 떨어져 있는 가족끼리 메시지나 영상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하와이에서도 노트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됐죠. 클릭 한번이면 물건이 문앞에 배송됩니다.

 

2020년, 초유의 전염병 사태가 발발하면서 디지털 기술은 우리 삶에 더욱 깊게 스며들었습니다. 문밖을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 집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 시기에 디지털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재택근무는 이제 옵션이 아니라 디폴트가 됐습니다. 배민, 요기요 같은 배달앱은 완전히 생활화되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싸이월드 느낌인데,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많은 서비스들이 흥행했습니다.

 

디지털은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만을 선사할 것만 같았습니다.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멋진 책을 썼던 캐나다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데이비드 색스는, 디지털 미래는 완벽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가 미래라고 답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아날로그란 비-디지털을 의미해서 의미가 꽤나 넓긴 하지만요. 책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디지털 시절에 회사, 학교, 쇼핑, 문화생활의 주제로,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도출된 결론 - 디지털 시대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이야기합니다.

 

책에서 몇가지 사례를 가져와보겠습니다. 일에서의 사무실은 소통과 긍정적 관계의 구심점인 동시에, 인간의 잠재력을 억압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76쪽). 코로나19 시절, 많은 이들이 원격, 재택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지긋지긋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벗어난, 일만을 바라볼 수 있는 희망적인 대안으로 그러온 재택근무. 처음에는 일의 능률이 오르는가 싶더니, 오히려 피곤하고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오프라인(사무실)이 가졌던 단점은 사라지지 않고 온라인으로 그 장소만 옮겨가게 됐습니다.

 

학교 교육은 어떨까요. 대학생이 줌으로 강의를 들을 때 단점이 참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실시간 소통이 되지 않고 현장감이 없다는 이유였지요. 대학생도 이럴진대, 초등학교 저학년은 어떨까요. 학교는 단순히 정보를 배우기 위한 곳이 아닙니다. 교사와 학생이 정서적 관계를 통해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아이가 원격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때로 울더라도 선생님이 모니터와 스피커를 통해 달래주는 디지털 신호밖에 줄 수 없습니다.

 

몇 년 동안 오프라인으로 모이던 북클럽 멤버들을 줌으로 만났습니다. 책 이야기를 하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빠진 느낌입니다. 각자 자리에서 모니터를 보며 뒷풀이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메타버스에서 주최된 콘서트에 참석했지만 역시나… 뭔가 한참 부족합니다. 허전한 느낌입니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세대여서 기술의 진보와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까요?

 

저자는 디지털 미래는 디지털로만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디지털에 사는 지금, 비-디지털, 즉 아날로그 현실이 중요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깨닫게 되었다고 하죠. 동료와의 잡담에서 발생하는 비언어적 표현, 거기서 피어나는 감정과 새로운 아이디어. 마크 주커버그가 말하는 메타버스 - ‘현실처럼 느껴지는’ 공간과 미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해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는 디지털처럼 0과 1로 이루어진 2진법의 세계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디지털과 아날로그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이유도 없는 법이지요.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디지털 기술을 무작정 찬양하고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아날로그 정서로 채우는 노력을 하자, 이것이 색스가 이야기하는 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대되는 개념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서로 상호보완적이 될 수 있게 통섭적인 사고를 하는 것.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시대에서, 아날로그가 미래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겠네요.

 

너무 당연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니냐 싶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과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는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나중에 이 주제로 할 말이 더 많아지는 셈이잖아요.(찡긋)

 

어떤 미래도 2진법의 선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러거나 저러거니, 온라인이거나 대면이거나, 가상이거나 실제이거 나가 아니다. 미래는 우리가 최신 기술을 수용하거나 거부하거나, 혹은 집에서 일할지 사무실에서 일할지를 최종 선언하는 식으로 결정 되지 않는다. 진정한 미래는 날마다 우리에게 무수한 길을 제시한다. 그중 일부는 디지털일 것이다. 또 일부는 아날로그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혼합형으로, 현실세계 만큼이나 불안전하고 역동적일 것이다.  _386쪽, ‘에필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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