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2011년 6월 9일 목요일 잡담 - 6월 10일, 과거와 현재를 꿰뚫는 날

by 양손잡이™ 2011. 6. 10.
  24년 전, 1987년 6월 10일, 후 6시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대성당과 전국 20여 도시에서 '박종철 군 고문치사 은폐ㆍ조작 규탄 및 호헌 철폐 국민대회'가 열렸다. 한국 근현대사의 전환점이 된 날이다. 그리고 이날은 바로 6월 항쟁의 시발점이 된다. 그리고 그때, 학생들의 힘은 정말 강했다고 한다.
  내일은 무슨 날일까? 광화문 거리에서 정부에 맞서 반값 등록금 투쟁으로 촛불시위를 한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들고 나왔던 공약 중 하나인 반값 등록금. 지금에 와서는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심적인 부담을 줄이고자 그런 공약을 냈다고 한다. 아니, 아예 그런 건 없다고 했었나? 참 뻔뻔하다. 심적인 부담이라, 반은 못돼도 조금은 줄었으려나? 등록금 인상률은 매번 3%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집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얼마나 늘었을까? 아니지, 줄었으면 줄었지 결코 늘지는 않았다. 돈을 벌어오시던 아버지는 나이를 먹어 가시고 능력은 조금씩 줄어갔다. 줄어든 능력만큼, 보수도 줄어간다. 심리적 부담을 반으로 줄여준다고? 개뿔,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만 간다.
  내일 광화문으로 갈까 말까 갈까 말까 몇 번이나 고민하다가 그냥 친구들과 술 약속을 잡았다. 가고픈 마음이 간절하지 못해서였다. 친구들이 핀잔을 주자 그 조그만 자신감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생각하자 마음먹었는데 결국 이 모양 이 꼴이다. 남들과 다르지 않은, 그저 평범을 바라면서 마음의 외침을 죽여 버렸다. 그 외침이 사고의 유연성과 비판적 시각을 가져다주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무서웠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제일 걱정되는 건 촛불의 빛을 보고 자신을 태우는 나방처럼 본능만을 쫓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무작정 외칠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친구가 그랬다. 만약 반값 등록금이 실현된다면 돈의 출처는 결국 우리 부모님의 주머니가 아닐까? 설마 지금 시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런 것 하나 생각하지도 않고 길거리로 나올까?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역시 우리나라 정치판 때문이다. 상대를 깎아 내리기만을 위한 비난일색인 그곳, 신성한 의사봉의 소리 대신 욕설만 난무하는 그곳. 국민들이 조금씩 불만을 터뜨리자 기회는 이때다 하고 냉큼 물타기를 하는 거지. 집회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반정부적인 사람들이 본래의 순수한 의도와는 다른 뜻을 가지고 참가한다. 그리고 깨끗했던, 작은 촛불은 더러운 재를 만들어낸다. 이것의 반복, 반복, 반복. 에휴. 아마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이 반미운동으로까지 퍼진 게 이 때문이었을 거다.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어느 한 쪽을 지지할 수 없는 건 우유부단함 때문이 아니라, 무지 때문이다. 사회를 읽어내고 그 흐름을 느끼자. 젊은이는 그런 필요가 있다. 아니, 의무가 있다.



  - 독서 기록


  행복의 함정, 리처드 레이어드.

  과연 이 책을 끝까지, 또 온전히 읽을 수 있을까? 역시 사회학서는 소화하기 너무 힘들다. 공연히 가벼운 소설들을 읽게 만드는 효과를 내버린다. 젠장.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