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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28

[좋은음악] Simon Daum - Unseen 청춘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는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2012. 1. 20.
[좋은음악] Roberto Cacciapaglia - Seconda navigazione 제일 낯선 세상을 보고 싶었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곳 말이다. 세상의 가장 눈 선 데가 어딘가 생각해보니 바다였더란다. 그것도 망망대해에서 자기가 일생을 지렁이처럼 기듯이 산 땅덩어리를 보고 싶었다더구나. 우주선을 타고 하늘로 올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래서 혼자 몰래 준비한 선원증을 얻어 갑판원으로 이 배 저 배를 타고 5년간 세상구경을 하고 왔단다.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모두 돌았다더라. 일부러 낯설고 멀리 가는 배들만 골라 탔대.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는 배를 타는 건 그중 수월했나보더라. 정해진 휴가도 될 수 있으면 단축해서 5년 내내 물 위를 떠다니다시피 했단다. 그렇게 한 5년 떠돌고 나니까 가슴속에 바위처럼 뭉쳤던 .. 2012. 1. 19.
[좋은음악] David Nevue - The Gift 오전에 과학잡지를 읽었어. 거기 보니까 우주에서 사람이 터져 죽는 건, 외계의 힘이 내계의 힘보다 커서 그런 거라더라. 그리고 나는 네게 이 얘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대부분 아직 우리 바깥보다 힘이 센 존재들일지도 모른다고. 오늘은 여기까지. 안녕. _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2012. 1. 18.
[좋은음악] Thomas Bergersen - Remember Me 꿈속의 생시 내가 이 해안에 있는 건 파도에 잠을 깬 수억 모래알 중 어느 한 알갱이가 나를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갑자기 나타낫 듯 발자국은 보이지 않고 점점 선명해지는 수평선의 아련한 일몰 언젠가 여기 와봤던가 그 후로도 내게 생이 있었던가 내가 이 산길을 더듬어 오르는 건 흐드러진 저 유채꽃 어느 수줍은 처녀 같은 꽃술이 내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처녀지를 밟는다 꿈에서 추방된 자들의 행렬이 산 아래로 보이기 시작한다 문득 한적한 벤치에 앉아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바다는 계속해서 태양을 삼킨다 하루에도 밤은 두 번 올 수 있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나는 생의 지층에 켜켜이 묻혔다 불려 나온다 _윤의섭,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307)에서 201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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