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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 문지혁 (다산책방, 2022) 0. 2022년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를 읽고 반했는데, 소설집이 있다는 걸 알고 냉큼 읽었다. 소설집 안의 단편들은 두 가지의 소재로 분류된다. 상실, 그리고 기록. 이번 독서노트는 문장을 길게 늘여놓기보다는 단편이 풍기는 분위기를 짤막하게 메모해본다. 1. 상실. ‘다이버’, ‘폭수’, ‘아일랜드’에서 아주 진하게 느껴지는 상실과 이별의 이야기들. 모두 아버지가 자식을 잃는 이야기다. 상실의 끝에는, 슬픔을 뒤따라 가거나(‘다이버’),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거나(‘폭수’), 슬픔에 동화되어버린다(‘아일랜드’). 소설의 끝에서 인물들은 슬픔을 이겨내는가 싶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모두 새드엔딩이다. 2. 기록. ‘서재’와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일반소설이.. 2023. 1. 30.
아침의 피아노 - 김진영 (한겨레출판, 2018) 1. 때로는 그런 책이 있다. 어떤 음악도 없이,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카페의 웅성거림이나 화이트 노이즈도 없이, 그냥 텅 빈 공간에 나와 책만 덩그러니 놓여져 묵묵히 읽어내려가고픈 책. 손끝에 느껴지는 종이의 감각과 엉덩이에 느껴지는 내 무게,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바닥의 냉기만 고요히 느끼고 싶은 책. 특별한 내용도 아닌데 읽다보면 먹먹해져 책을 덮고, 밤에는 괜히 읽기 힘들어 펴지 못하는 책. 오랜만에 그런 책이었다. 2. 내가 상상하지 않았던 삶이 내 앞에 있다. 나는 이것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_67쪽 TV를 본다. 모두들 모든 것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 _77쪽 몇 번씩 자다가 깬다. 그사이에 냇물처럼 꿈들이 지나간다. 깨어나면 이미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꿈들. _135쪽 글.. 2023. 1. 26.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 김소영 (테라코타, 2022) 1. 김소영 (전)아나운서이자 (현)책발전소 사장님의 두번째 책이다. 집과 가까운 광교에 책발전소 광교점이 있어 종종 들르는데, 이곳의 분위기가 참 좋다. 적당한 넓이의 가게, 마음에 드는 큐레이션, 사람이 많지만 동시에 조용한 분위기. 무엇보다도 책을 읽는 사람이 많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 한 자리에 앉아 진득하니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공간.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는 책 한 장이라도 더 읽고 싶은 읽고픈 마음이 샘솟는다. 2. 이런 매력적인 공간을 넘어, 저자는 온라인에서도 책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이른바 책발전소 온라인 북클럽!(브론테라는 온라인 몰의 하위 브랜드로 보이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북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한 달에 한 권, 큐레이터가 고른 책과 함께 책을 소개하는 큐레.. 2023. 1. 23.
뉴필로소퍼 4호 - 바다출판사, 2018 충만한 삶을 위한 놀이 _올리버 버크먼( 칼럼니스트・작가) 시간을 도구화하고 그에 따른 무의미함을 절감하는 일이 비단 인생의 한 시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선진국의 표준적인 시간 경험 방식이다. 최근 수십 년간 생산성을 추구하는 기조가 업무 현장 너머까지 전파되면서 삶의 나머지 부분마저 지배하게 되었다. 명상 전문가들은 우리에게 더 많이 자고 쉬면서 명상하고, 야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라고 권고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미래 업무에 대비하기 위한재충전의 시간일 뿐이다. 그 활동 자체에서 본질적인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_20쪽 (중략)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처음 더 많이 쉬라는 조언에 귀 기울였을 때 빠졌던 잠재적인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 202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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