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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s last embrace2

[좋은음악] Philip Wesley - Love's Last Embrace (Finding Solace) 사랑 오리떼가 헤엄치고 있다. 그녀의 맨발을 어루만져주고 싶다. 홍조가 도는 그녀의 맨발, 실뱀이 호수를 건너듯 간질여주고 싶다. 날개를 접고 호수 위에 떠 있는 오리떼. 맷돌보다 무겁게 가라앉는 저녁해. 우리는 풀밭에 앉아 있다. 산너머로 뒤늦게 날아온 한떼의 오리들이 붉게 물든 날개를 호수에 처박았다. 들풀보다 낮게 흔들리는 그녀의 맨발, 두 다리를 맞부딪치면 새처럼 날아갈 것 같기만 한. 해가 지는 속도보다 빨리 어둠이 깔리는 풀밭. 벗은 맨발을 하늘에 띄우고 흔들리는 흰 풀꽃들, 나는 가만히 어둠속에서 날개를 퍼득여 오리처럼 한번 힘차게 날아보고 싶다. 뒤뚱거리며 쫓아가는 못난 오리, 오래 전에 나는 그녀의 눈 속에 힘겹게 떠 있었으나. _박형준 2012. 1. 29.
[좋은음악] Philip Wesley - Love's Last Embrace (Finding Solace) 그렇게 내가 살아했던 이들이 국화꽃 떨어지듯 하나 둘 사라져갔다. 꽃이 떨어질 때마다 술을 마시자면 가을 내내 술을 마셔도 모자랄 일이겠지만, 뭇꽃이 무수히 피어나도 떨어진 그 꽃 하나에 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다음날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어나면 알게 될 일이다. 가을에는 술을 입안에 털고 나면 늘 깊은 숨을 내쉬게 된다. 그 뜨거운 숨결이 이내 서늘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그동안 허공 속으로 흩어진 내 숨결들. 그처럼 내 삶의 곳곳에 있는 죽음들, 가끔 그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_김연수, 「내일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고 나면」, 『청춘의 문장들』에서 201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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