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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배달] 메리 올리버,『완벽한 날들』중에서 시인 맥신 쿠민은 말했다.“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눈보라 관찰자 였던 것처럼 올리버는 습지 관찰자 이며 자연 세계에 대한 포기할 줄 모르는 안내자 이다.” 메리 올리버,『완벽한 날들』중에서 다수가 우리의 주목을 끌듯 하나의 생물이나 순간도 그러하다. 개들을 데리고 물이 많이 빠진, 그리고 아직 빠지고 있는 해변을 걷고 있는데 얕은 물속에서 뒹구는 게 눈에 띈다. 나는 발목까지 차는 물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고립된 아귀다. 아, 너무나도 그로테스크한 몸, 지독히도 불쾌한 입. 몸 전체 크기만큼 거대한 어둠의 문! 아귀의 몸 대부분이 입이다. 그런데도 그 초록 눈의 색깔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에메랄드보다, 젖은 이끼보다, 제비꽃 잎사귀보다 더 순전한 초록이고 생기에 차서 반짝인다. 나는 어쩔 줄을 모른다. 그.. 2013. 7. 29.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다 -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분노하라 -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돌베개 070. 이 책이 발간되던 해인 2011년은 정치적으로 매우 흥미로웠다. 나꼼수가 등장하면서 자신은 정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덕분에 진보성향의 신문을 읽게 됐고 정치관을 정립한 사람들이 많았다. 내곡동 사저, FTA, 선관위 등 많은 이들을 분노케 한 사건도,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희망버스 등 많은 박수를 받은 사건도 있었다. 모든 이들은 자신의 정의를 위해 힘껏 달렸고 열정을 불태웠다. 하지만 세상은 쉬이 바뀌지 않는다. 한 지인은 "문민정부가 들어섰는데 뭐가 그리 아니꼽다고, 지들 일이나 잘할 것이지 웬 오지랖이냐"고 비아냥댔다. 비록 정치적 민주화로 대의민주주의가 확립되었지만 과연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당한가. 언.. 2013. 7. 25.
[문장배달] 박성준, 「수증기」 내일 오후, 애인이 떠나면서 선물한 벽지로 그는 도배를 할 것인가그들은 서로에게 던지는 평서문에 대해 고민을 하는가선량하다 이악스럽다 해맑게 억세다 삐뚤빼뚤 피가 흐른다? 무슨 말을 시작해야 좋을까다정한 주름 밖으로 성대를 잘라낸 개처럼 편안하게 웃는 것, 그들에겐 부족한 것은 없는가목이 마를 때면 송곳으로 방바닥에 애인은 그의 이름을 긁어주곤 하는지그들은 서로에게 무능해서 착한 사람들왜 이별은 가벼워지기 위해 뿌리가 길까 • 시·낭송_ 박성준 –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200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는'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몰아 쓴 일기』가 있다.• 출전_ 『몰아 쓴 일기』(문학과지성사)• 음악_ Digital Juice – BackTraxx• 애니.. 2013. 7. 12.
다름의 권유 -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이수진)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 이수진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065. 어쩌면 고양이 애호가에게는 불편한 소설이 될지 모르겠다. 소설에서 그들은 고양이 앞에서 자신을 집사(버틀러)로 낮추며 마치 고양이를 위해 봉사하고, 자신들만이 알아듣는 단어로 대화한다.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이 많아지면서 다수의 기호가 일종의 권력이 되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소설에서, 고양이 애호가는 단순히 중점적 소재로만 등장할 뿐이니 소설가뿐 아니라 짤막한 감상을 남기는 나에게도 돌을 던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진 걸 모두 바칠만큼 사랑했던 여자친구에게, 단 한 통의 문자로 이별통보를 받은 '한'은 그녀와 다시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던 도중 길에서 그녀가 잃어버린 것이라 추측되는 고양이를 찾고, 그걸 계기로.. 2013.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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