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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나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by 양손잡이™ 2011. 12. 14.
두근두근 내 인생 - 8점
김애란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자, 두 번째로 읽는 올해의 베스트셀러입니다. 제목에서 로맨스 분위기가 팍팍 풍겼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정이현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꺼낼 때 정말 로맨스 소설 좀 읽어보자는 마음이었다고요. 사랑 얘기는 맞습니다만 남녀간의 애절하고 불타는 사랑이 아닌,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이야기었습니다.

  17살 고교생 시절에 사고를 쳐서 아이를 낳았지만 아들(아름이)는 조로병에 걸려 나이를 빠르게 먹습니다.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군요. 17살이지만 노인의 모습을 가진 아름이는, 조로병에 걸린 이들의 운명은 보나마나 뻔합니다. 그런 아름이는 부모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재구성해 글을 썼고 자신의 18살 생일에 부모에게 선물하려고 합니다. 그런 아름이의, 아프고, 그래서 슬프지만 절망 가운데서도 기쁨을 찾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자식은 왜 아무리 늙어도 자식의 얼굴을 가질까?'
  그러자 뜻밖에도 방금 전까지 쩔쩔맸던 문제의 실마리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나는 그 찰나의 햇살이 내게서 급히 떠나가지 않도록 다급하게 자판을 두드렸다.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79쪽)


  신경숙 작가가 <엄마를 부탁해>에서 말했던 것처럼 부모는 아이를 가지는 순간 누구 아빠, 누구 엄마가 돼버리고 자신을 잃어버립니다. 아이를 키운다, 배우자를 챙긴다, 직장에서 욕 안먹으려고 노력한다, 집안일을 밀리지 않게 한다, 부모가 된 순간부터 인생이란 막에서 주연이 아닌 아이를 위한 조연이 되고 말지요. 그런 그들에게 유일한 과거 회상은, 꺄르르 웃으며 커가는 자식일 겁니다. 나도 저 나이 때는 가벼운 칭찬에도 울고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울고 그랬었지, 라면서요. 90대 할아버지가 60대의 아들에게 차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온종일 집에서 걱정을 하겠지요. 걱정받을만한 나이는 아닌데, 아들은 그렇게 투정해도 아버지는 오로지 자식 생각뿐일 겁니다.

  이렇게 부모는 뒤에서 든든히 나를 믿어주고 받쳐주는, 인생의 조연입니다. 아름이는 그 조연의 옛 이야기를 가지고 그들이 주연인 글을 씁니다. 당신 인생에 있어 주인공은 당신임을 잊지 말아주세요, 라는 의미는 아니었을까요. 그러니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름이가 아니라 부모님인 거지요. 아빠, 엄마가 아닌 한대수와 최미라로서요.


  책은 재밌었습니다. 80년 생인, 다소 젊은 작가의 문체나 문장이 약간은 가벼워 부담이 전혀 없었습니다. 철학적, 문학적으로 파고들거리 없이 스토리텔링이 주를 이뤄서 매우 재밌었고요. 베스트셀러는 이래서 베스트셀러구나,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그냥 베스트셀러답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우스울까요?

  다소 최루성 소재이긴 하지만 감정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요새 읽었던 최루성 소설로는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가 있겠는데 감정을 조금씩 점층적으로 쌓아서 가면 갈수록 눈물이 흐르게 만들었었지요. 끊어서 봤는데도 가슴에 뭔가 남아있는 게 있었지요.


  <두근두근 내 인생>은 삼 일에 걸쳐서 봤는데 중간의 하루는 책을 못 봤습니다. 독서흐름이 끊겨버린 거지요. 그런데 뒷부분에선 뭔가, 앞에서 느꼈던 감정이 느껴지지가 않아. 차차 쌓이다가 터트리는 감정 폭발이 아니라 각 에피소드에서 감정이 뚝뚝 끊기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부분이 많이 아쉬었달까.


  이 장편보다 전에 발표한 단편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가 느낌이 더 좋다기에 언젠가 읽어보려 합니다. 황석영 작가와의 좌담이 계간지 문학동네 가을호에 실려 있으니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저번엔 귀찮다고 안 봤는데 이 작품을 본 이상 들여다봐야 예의겠지요.

  (2011년 12월 7일 ~ 12월 9일, 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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