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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격동의 80년대 -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서울의 봄'에서 군사정권의 종말까지 (정해구)

by 양손잡이™ 2012. 1. 6.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 10점
정해구 지음/역사비평사


002.

  작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념하여 유명한 진보 역사가 한홍구 씨의 <지금 이 순간의 역사>를 읽었었습니다. 강의를 토대로 옆에서 말해주듯이 진행되는 책의 내용과 표현 방법이 꽤나 좋았습니다. 주변 친구들의 정치와 역사에 대한 무관심에 혼자 화를 내며 수준 이하의 말을 지껄였던 기억도 나네요. 시국이 뒤숭숭한 요즘, 80년대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샘솓아 전부터 읽으려 했던 '20권으로 읽는 20세기 한국사' 시리즈 중 4번째 책을 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책이 참 재밌습니다. 단순히 역사를 나열한 것뿐인데도요. 제가 관심있게 생각하는 주제여서 그런 거겠지만 자의로 역사서를 서가에서 뽑아오신 당신은 이미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신 분이겠지요. 요는, 재밌습니다. 오히려 한홍구 씨의 책보다도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역사를 다룬 책 치고 글자와 줄간격도 커서 읽기도 편하고 무엇보다도 260쪽 정도 되는 두께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제 자신도 역사에 대해 무지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이과 6개 반 중 서울대 진학반에서만 근현대사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서울대를 제외한 학교는 내신에 근현대사를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2개 반만이 근현대사를 배웠습니다. 공대에 진학한 후에는 학교에서 당연히 역사를 접할 기회가 없었죠. 대학교 4학년이었던 작년엔 정치와 역사에 막내 동생보다 대해 몰랐습니다. 동생은 고등학교 3학년인데도 말이죠.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택하는 길은 보통 두 가지입니다. 정치에 대해 더 알아서 유연하게 대처하거나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으로 정치에 무관심해지거나. 대부분 후자를 선택하지요. 저도 줄곧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생각을 바꾼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 무관심이 정말 무섭다는 걸 느낀 사건이 몇 개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작년에 실행됐던 재보궐선거에서 친구 중 누구도 투표를 하러 가지 않았다는 것(투표를 왜 하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광주 출신의 친구도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둘째는 1987년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부터는 바꿀 것이 없고 오로지 나 잘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인 것, 셋째는 며칠 전 고 김근태 선생님의 사망 소식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오히려 그가 누구인지조차 몰랐던 친구들을 본 것입니다.

  역사에 대한 책을 보고 정치를 언급한 것도 우습긴 합니다만 제 어린 저로서는 현대 정치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광복 전의 역사부터 주욱 공부해야 지금의 정치 구도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린 역사서를 들춰봐야 합니다.

  본디 역사와 사실은 다르기 때문에 그 당시의 모든 정황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되겠지요. 역사는 어렵다, 재미없다는 분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물론 현대사는 모두 재밌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중에 80년대를 최고로 꼽겠습니다. 세 번의 큰 민주항쟁 중 두 번이 80년대에 벌어졌기 때문이지요.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도 민중에 의한 시민혁명이 수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 나라 얘기고, 우리나라의 모든 과거는 고스란히 현재로 물려오기에 더욱 중요합니다.

  근대 민주주의의 역사를 뒤돌아볼 때,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시민혁명일 것이다. 200년 또는 3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영국과 미국 그리고 프랑스에서 발생했던 시민혁명은 근대 민주주의 출발의 원천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뒤돌아볼 때,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1960년 4월혁명, 1980년 광주민중항쟁, 그리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일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 같은 민주화 항쟁들을 통해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12쪽)


  최규석 작가의 <100℃>라는 만화는 6·10 항쟁을 다룹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정말 울컥했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그린 강풀 작가의 <26년>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와 같은 나이였던 그때의 대학생들은 온몸으로 민주화를 향한 활로를 뚫으려 노력했습니다. 조금 옛날 이야기이지만 이완용을 살해하려던 독립운동가 이재명의 나이는 당시 20세였습니다. 역사서에는 이런 훌륭한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는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모두 과거가 알려줄 겁니다.

  멍청하기도 하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어서 원래 못 쓰는 글이 더 엉망이 되었네요. 이 책, 역사서 치고 재밌으니 관심을 두시고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2012년 1월 4일 ~ 1월 6일,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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