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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기술근본주의의 배신 - 당신이 꼭 알아둬야 할 구글의 배신 (시바 바이디야나단)

by 양손잡이™ 2012. 2. 9.
당신이 꼭 알아둬야 할 구글의 배신 - 10점
시바 바이디야나단 지음, 황희창 옮김/브레인스토어


016.

  검색엔진으로 구글을 얼마나 사용하세요? 우리나라 문자특성 상 검색하는 데 네이버가 편하다고 느끼긴 합니다만,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이 영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좀 더 넓은 수영장을 찾아 구글로 들어갑니다. 단순한 첫 화면, 그런데 검색어를 넣고 검색버튼을 누르면 짜잔, 우선 자료가 많고 내 맘에 쏙 드는 것도 네이버보다 더 찾을 수 있지요. 내 마음을 읽는 것 같은 검색엔진, 구글.

  이런 구글, 얼마나 사용하시나요? 저만 해도 많은 서비스를 씁니다. 하루 중에 가장 많이 들여다 보는 핸드폰 OS는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입니다. 보안이 철저하기에 중요한 메일은 G메일로 오게 합니다. 일정은 구글캘린더로 조정하고 RSS리더로 구글리더를 사용합니다. 많은 문서를 구글문서(구글독스)를 써서 온라인에 저장하지요. 또 유투브를 통해 세계 많은 동영상을 보곤 합니다. 이밖에도 구글에서 제공하는 많은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모두 좋고 사용하기 편함에도 사용자는 구글 계정만 가지고 있으면 많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G메일만 해도 무려 2기가의 용량을 지원합니다. 구글은 자선사업을 하는 걸까요? 과연 우린 어떤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이런 서비스를 공짜로 사용하는 걸까요?

  사실 공짜란 없습니다. 암요, 구글도 하나의 회사이기에 이익을 내지 못하면 회사가 있는 의미가 없잖아요. 그러고 보니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도 무료입니다. 자주 들어가는 카페도 사실상 무료로 제공되고요, 재밌는 웹툰도 그저 클릭 몇 번이면 즐길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 우리가 온라인 상에 쓰는 모든 글을 구글(아니, 모든 검색엔진)에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검색을 위해서 모든 컨텐츠를 검색 서버 캐시에 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만든 창의적인 것들을 죄다 수집하는 거지요. 그러니까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단지 겉보기뿐 이라 이겁니다. (52쪽) 이 검색 기록이 쌓이고 쌓여 사람들이 누르는 점점 정확하고 인기 있는 컨텐츠들이 위에 랭크되고(페이지랭크) 구글은 점점 더 쓸 만한 검색엔진이 돼가고 있습니다. 원체 검색 프로그래밍을 잘 짜긴 했지만 결국 기초가 되는 것은 수많은 검색기록입니다. 클릭 한 번에 전쟁이 끝나버린 거지요. (42쪽) 그리고 구글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구글 안에서 계속 컨텐츠를 생산하고 다시 검색하면서 데이터는 산더미처럼 쌓여 점차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오고 맙니다. 한참 야후나 알타비스타가 유행했지만 지금은 구글이 왕이죠.

  하지만 구글이라고 완벽할까요? 수많은 전산처리는 결국 컴퓨터의 몫입니다. 그렇기에 100% 맘에 드는 결과를 볼 수는 없습니다. 애플에서 제공하는 시리 서비스는 검색엔진으로 울프람알파를 사용합니다. 색다른 알고리즘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아직 구글에 비할 바는 못 되지요.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체 검색엔진 빙(Bing)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있고요. 이런 잠정적 경쟁자들 때문에 구글은 사용자에게 더 정확한 결과를 보여주려고 애쓰고 이는 개인 검색 히스토리와 개인정보, 그리고 여태까지 사용자가 만든 컨텐츠를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같은 '신발가게'를 검색해도 서울과 부산에서 다른 내용이 검색되는 거지요. 사용자 위치와 선호하는 신발 종류를 그동안 수집해서 나에게 딱 맞는 검색이 됩니다. 또한 이를 광고주에게 넘기고 어떤 광고를 더 위에 띄울지 결정(사실 경매)합니다. 이래서 마치 마법 같은 검색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내 히스토리가 저장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설정을 바꾸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설정의 기본값은 정보 수집에 동의하는 것이고 여러 번 클릭해야 수집 기능을 끌 수 있습니다. 구글은 이것을 강매처럼 보일 수 있다고 하고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인정했지만(272쪽) 찜찜한 건 사실이죠. 그러니까, 우리는 구글의 고객이자 중요한 제품인 겁니다.

  개인정보와 신상은 곧 사생활 문제와 연결됩니다. 구글이 제공한 서비스 중 사생활 침해에 대해 말이 많았던 것이 구글 스트릿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음과 네이버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이거, 정말 편합니다. 제가 모르는 길도 몇 번의 클릭으로 갈 수 있고 난생 처음 가는 곳도 쉽게 찾아갈 수 있지요. 며칠 전에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도로연수를 나갔습니다. 시험보기 전 날에 갑자기 코스가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스트리트뷰로 코스를 쭉 훑었지요. 어떻게 가야할 지 확실히 숙지한 후 쉽게 합격했습니다. 획기적인 기술에는 이런 장점이 있는 반면 따라오는 단점도 있기 마련이지요. 만약 도둑이 물건을 훔치려고 현장답사 전에 내 집 주변을 스트릿뷰로 본다면? (163쪽) 스트릿뷰로 보고 여자친구 집 주변을 보는데 베란다에 내 여자친구가 알몸으로 있는 게 찍혀 있다면? 보통 단점은 곧 묻히기 마련이지만(구글에 건의할 경우 사진을 삭제하거나 사람에 모자이크를 함)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사진이 없어지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고 저장을 했을까? 애초에 이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으면 아무런 탓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있죠,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사생활 개념은 지금의 정보사회에서 많이 변했습니다. 거리에 수많은 감시 카메라가 있고 물건을 사기 위해 카드를 긁으면 거래 추적이 가능하고 전화를 하면 내 위치가 고스란히 공개됩니다. 몇 젊은이들은 진정한 사생활은 환상이라는 생각을 가졌다고도 하네요. (145쪽) 그러기에 많은 사이트들은 사용자가 웹 상에서 평상시 그대로의 모습이길 바라는 모양입니다. (174쪽)

  이런 문제는 나라와 문화권마다 시각을 달리합니다. 공산주의 색이 강한 중국에서 특히 심하다는군요. 아직도 많은 규제와 검열이 이루어지는데 온라인 상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이런 중국은, 열려 있는 인터넷 세상을 말하는 구글 사용을 막겠다고 했고 실제로 막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 구글이 가진 영향력은 20%가 채 되지 않고 대부분 검열이 심한 자국의 검색엔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만약 중국의 수많은 사용자를 흡수하기 위해 구글의 '악해지지 말자'는 모토와 반대로 검열을 약속하고 중국에서 서비스를 한다면, 이게 바로 새로운 형태의 힘, 정보 권력 아니겠습니까. 유투브도 심한 논쟁이 되는 영상을 임의로 삭제하고 작은 항의에도 영상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도 합니다. 물론 의도를 가진 조작은 아니고 항의를 줄이기 위한 조치일 뿐이지만 이것은 '구글 검색은 기술력이다'는 부분에 완전히 위반하는 것이고 언제나 검색 결과에 사람이 개입할 수 있음을 알립니다. 이는,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고요.

  활발한 공론장이 필요하고 공공서비스가 기대에 못 미치는 틈바구니를 구글은 잘 파고들었습니다.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무조건 나쁜 일이라고 할 수 없지만 구글은 여전히 많은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과연 구글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려 할까요. 많은 컨텐츠를 잇고 이어 지식의 유기체를 만드는 노력하면서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처럼 지금보다 지식이 곧 힘이 된 때는 없었습니다. 물론 얼마나 머리를 굴려 지식을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힘이 결정되지만요. (226쪽) 그리고 구글을 구글북스와 구글스콜라(구글스칼라)를 통해 세상의 모든 문서를 디지털로 만드려는 웅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판권이 없는 책들을 부활시켜 저작권자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을 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구글스트릿뷰와 마찬가지로 단점을 가집니다. 전통적인 저작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지요. 만약 구글북스가 불법이라고 판결이 난다면 모든 검색엔진 또한 불법이라는 결론이 납니다. 검색엔진은 사용자가 만든 컨텐츠를 서버 캐시에 복사해서 검색결과를 제공하므로 엄밀히 따지면 저작권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지금에 이르러서는 저작권법 또한 의미가 바뀌어 가고 있고 기준 또한 모호해졌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P2P 사이트와 인기 검색엔진 사이에는 기능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과장된 예시긴 하지만요. (248쪽)

  구글에 모든 지식이 있다. 이런 태도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대학 시험도 의미가 없다는 결론도 도출할 수 있습니다. 검색을 통해 많은 정보와 공식을 알 수 있는데 학교는 왜 모든 것을 외우라고 하는가 하는 말도 나왔죠. (274쪽) 구글에서 검색을 하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도 이제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구글은 기억도구가 아니라 잊는 도구라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아니라 구글이 정보를 능동적으로 걸러주기에 사고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264쪽) 대학교 시절, 프로젝트를 위해 구글에서 논문을 검색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놈들이 있기 마련이죠. 그러면, 포기합니다. 구글에서 찾을 수 없으면 도시든, 사람이든, 어떤 것이든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180쪽) 또한 이런 어설픈 텍스트 검색은 진정한 지식 창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구글은 이런 문서들을 단지 나열할 뿐이지 지식 사이에 어떻게 다리를 놓아야 할지 전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믿을만한지 불완전한지, 논쟁을 야기하는지 분석인지 아닌지 조차 구분하지 못합니다. 도서관 서가를 뒤져 힘들게 찾지 않고 검색하면 딱 나오는 결과를 가지고 치열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비평적 독해는 단순히 문서를 보는 게 아니라 텍스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읽는 행위이기에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282, 283쪽)

  꽤나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저는 전세계의 구글화에 대해 단지 정보권력 차원에서만 생각했는데 그건 정말 단순한 1차원적 발상이었네요. 구글이 어떻게 성장했는가를 조명하고 함께 성장한 웹,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정의된 여러 개념들 - 사생활, 저작권, 국가내 검열, 디지털화에 따른 지적능력 하락과 같은 많은 것이 담겨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문학 지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 능력으론 무리예요. 또, 감상이 아니라 요약이 돼버려서 많이 아쉽지만 좋은 책을 만나서 기분은 좋습니다.

  이렇게 커진 구글, 기존의 사생활과 저작권의 개념마저 바꿔버린 구글. 이것을 누가 규제해야 하나요? 제레미 벤담이 말했던 팬옵티콘에서 벗어나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크립트옵티콘의 상황에 다다랐습니다. 사람들은 누가 어디에서 감시하고 프로필화하는지 모릅니다. (174쪽) 그리고 언젠간 지레 겁을 먹고 벌벌 떨며 주변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보겠죠.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좋다고 넙죽 받기 전에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 한번쯤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뭐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편하다면 단점을 잊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새로운 기술들은, 와우, 이건 거의 마법 수준이에요. 살기 편한 세상이 오리란 건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 뒷면을 보는 걸 학자들에게만 떠넘기지 말자고요. 이 책은 구글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구글은 단지 지금 이때의 표제어일 뿐, 상대는 야후가 될 수도 있고, 빙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네이버도 될 수 있습니다. 굳이 바꿔보자면 '기술근본주의의 배신'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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