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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책, 다시 읽기 - 젊은 날의 책 읽기 (김경민)

by 양손잡이™ 2013. 4. 13.
젊은 날의 책 읽기 - 6점
김경민 지음/쌤앤파커스



035.


  책에 관한 책은, 내게 애증의 존재와 같다. 아는 책이 나오면 익숙한 내용과 다른 해석의 묘미를 준다. 모르는 책이 나오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맹점이 있다면 전자는 '아니, 이런 해석을?'이란 생각이 드는 동시에 해석이 그 텍스트에만 정체되기 마련이다. 후자는 안 읽은 책이어도 왠지 다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독서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텍스트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다른 이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전형적인 답을 받아들이게 되고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책에 관한 책의 최대 단점이다. 단점을 전복시키려면 꽤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생각되는 해석들을 일일히 나열해야 하는데, 이 또한 해석의 양만 늘어날 뿐 해석의 양만큼 상상력과 해석력을 제한하는 건 마찬가지다. 결국 저자가 내놓은 해석을 '그냥 그렇구나' 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것 또한 쉽지 않다. 우리는 생각보다 남이 내주는 결론에 기대어 살기 때문이다. 매체가 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단점 하나를 더 꼽자면 항상 플러스적인 감상만 늘어놓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젊은 날의 책 읽기>도 이점은 피해가지 못한다. 책의 집필의도가 '읽기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긍정적인 에너지가 담기지 않으면 책이 아주 재미가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할 것이다.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국어국문과 출신 저자가 젊은 날을 지나며 겪은 책들에 대해 풀어낸다. 36권의 책이 주는 유익함에 대해 글을 쓰니 좋은 평 일색이다. 책을 펴자마자 다 읽었다, 한 줄 읽자마자 정신이 번쩍 나서 자세를 바로하고 책을 읽어나갔다는 둥의 표현은, 다소 오버가 섞여 있지만 책이 주는 번뜩임을 표현하기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인정한다. 다만 그것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오로지 긍정적인 에너지만 있는 이 책이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런 면에서 장정일 작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 균형을 잘 잡은 듯하다)


  착하고 좋은 얘기만 가득한 것이 책의 단점이라면, 책을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고전이나 옛날 책,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스테디셀러엔 못 미치더라도 많은 이들이 좋다고 말한 책을 소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전체적으로 보아도 어려운 책은 많이 보이지 않고 고전소설부터 현대 만화까지 책의 스펙트럼이 넓다. 책을 많이 읽었던 독자에게는 '이런 책이 있었지'라며 그때를 회상시켜줄뿐 아니라 책을 다시 집어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하는 독자에게는 독서목록을 작성하는 데 꽤나 도움이 될 듯하다. 책 장르 한계상의 아쉬운 점이 많지만 소개목록이 아쉬움을 메운다.


  덧. 2/3 정도는 읽어본 책이다. 헌데 저자의 글을 읽고서는 그 책들을 다시 펴고 싶어졌다. 고전은 '전에 읽은 책'가 아니라 '다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다시 읽기는 단순히 텍스트를 여러 번 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또 다르게 읽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고전뿐 아니라 모든 책이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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