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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2011년 5월 12일 목요일 잡담 - 그냥저냥인 날

by 양손잡이™ 2011. 5. 13.
  오랜만에 영어 스피킹 수업을 들어갔다. 거의 3주 정도 영어를 멀리했더니 입이 굳었다. 게다가 평소에 같이 연습하던 사람이 아닌 얼굴도 아예 처음 보는 여학생과 파트너가 되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 영어로 대화하려니 낯부끄러웠다. 어색함도 그렇고 수업 듣기도 귀찮아서 프로젝트 핑계를 대고 한 시간 일찍 나왔다. 수업 내내 쿵쾅쿵쾅 거리는 소리, 랩하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했는데 동아리 후배에게 전화하니 율곡관에서 연습하고 있단다. 전화를 하니 영어 수업이 있는 강의실 바로 옆 강의실에서 전화를 받으며 후배가 나온다. 에이, 이놈들 때문에 이렇게 시끄러웠구나. 비트에 맞춰 신나게 강단에서 쿵쿵 발도 구른다. 신났구나 신났어. 07후배에게 인사를 하고 - 사실 이놈 외에 아무도 몰랐다 - 사실 바로 옆 강의실에서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고 조용히 일러주었다. 그러자 다들 얼굴이 굳더니 다른 강의실로 튀었다. 오랜만에 동기 애들과 만나 잡담도 하고 공연 준비하는 것도 보았다. 동아리, 참 아쉽다. 숫기 없는 내가 동아리에 들어가기 얼마나 힘들었던가. 1학년 입학 때 들어갔다면 금방 적응했겠지만 농구 동아리서 활동하다가 다치는 바람에 2학기에서야 힙합 동아리로 새로 들어간 것이다. 다들 서로 친한 사이지, 그 사이에서 나는 멀뚱히 서있지, 어색해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있을 공연 연습을 하면서 금새 친해졌다. 실제로 내가 랩을 잘했는지 아니면 그냥 띄워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선배들한테도 칭찬받아 많이 고무되었다. 고작 50명 앞에서 전공 프로젝트 발표 하기도 힘들어했는데 길거리 공연이나 축제 폐막제 공연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이정헌, 참 많이 발전했다.
  오늘은 조증에 가까운 날이다. 어제까지 전혀 진행되지 않던 프로젝트가 오늘 단박에 풀렸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제길. 내가 많은 도움을 주지는 못했지만 우선 끝내는데 의의를 두자. 우리 조에 04와 05선배가 하나씩 있는데 선배라는 놈들이 도무지 프로젝트에 관심이 없다. 아니, 잘 몰라도 조모임이라도 언제 하자 먼저 말을 걸던가, 아니면 밥이나 먹을 거라도 사줘서 환심을 살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한 놈은 작년에도 이따위로 했다가 성적을 받지 못해 재수강하는 처지에 또 이런다. 프로젝트는 하나도 참여하지 않고 시험은 잘 봐서 항상 A0 내지 A+을 받아간단다. 작년처럼 내가 3학년이면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선배이니까, 라고 넘어가겠지만 올해는 나도 취업준비생인 것이다. 어디서 배운 몹쓸 버릇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후회하게 될 거다. 내일 동기인 조장이 총대매고 나와 함께 교수님을 찾아가기로 했다. 에잇, 6학년 다녀버려라!
  아, 밤에 들어서니 갑자기 울증이 돋는다.


 
  - 독서 기록
 
  캐치-22, 조지프 헬러.
 
  민음사에서 출간된 책이 아닌 1995년에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번역가 엉망이다. 아니면 저자의 필체가 원래 이따구인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옮긴이가 안정효 선생님이시던데 이때는 별로셨구나… 라는 걸 느낀 하루. 내용이 조금 난잡하기는 한데 상당히 재밌다. 아직 80페이지 정도밖에 읽지 않아서 메시지는 충분히 마음 속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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