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여단 |
이야기는 인간 과학자였던 샤를 부탱의 배신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새로운 몸으로의 의식 전이, 통신 수단인 뇌도우미 개발 등 우주개척방위군의 가장 큰 비밀을 알고 있다. 이런 그가 인류를 배신하면서 인류의 팽창을 막기 위해 연합한 우주종족 연합에게 정보를 준다. 부탱이 왜 인류를 배신했는지 알기 위해 샤를 부탱의 DNA를 이용하여 재러드 디랙을 만든다. DNA 안에 숨겨진 샤를 부탱의 기억을 알아내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디랙은 유령여단에 속하여 여러 전투를 벌이는데, 그 와중에 인류와 대척점에 있는 우주 종족 간의 외교적 음모가 서서히 밝혀진다.
직전에 읽었던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 후속작이다. 후속작이라고는 하지만 <노인의 전쟁>과 완전히 다른 노선을 취한다. 유머감각이 넘치는 주인공 할아버지 존 페리가 여기선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75살이 넘어 CDF에 입대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인공이었던 전작과 달리 <유령 여단>은 말 그대로 전투 스페셜리스트인 유령 여단 특수부대의 인물들이 주가 된다.
유령 여단은 CDF 입대 기준인 75세 이전에 죽은 사람들의 DNA를 새로운 신체에 주입해 만든, 전투만을 위해 만든 군인이다. 그들은 이전의 생애도 없고 태어나자마자 전투에 대해서만 배운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존 페리의 위트는 기대할 수 없고 인간의 단순한 농담에도 공감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분위기는 매우 우중충한 편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전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유령여단이기에 모순적이게도 전작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더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유머가 넘치는 인물보다, 명령에 따라 무조건 움직이는 기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감정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 감정적 카타르시스는 더욱 증폭된다.
스토리적으로는 전작에 비해 조금 아쉬운 편이다. 전작도 CDF에 입대하는 과정이나 훈련이 주가 되어 아쉬운 편인데, <유령 여단>은 전작보다 액션의 비중은 꽤나 늘었으나 간단히 적을 쓸어버리는 유령 여단의 시원한 액션이 오히려 현실감을 떨어뜨린다.(SF에서 현실감을 운운하는 것이 우스워보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SF도 결국 현실의 이야기다) 전작보다 나아진 점은 특수부대원끼리 뇌도우미로만 소통하는 것을 세세히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 그 대화 안에 들어가니 그들의 수많은 암묵적 연산은 따라가지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주어서 읽는 맛이 쏠쏠하다.
책은 우주 연합 동맹의 비밀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면서 마무리되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찝찝하다. 이어지는 3부 <마지막 행성>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 느낌이 들어 아쉽다. 대놓고 속편에 이어집니다, 두둥, 수준이다. 전작을 평할 때 마지막 전투를 칭찬했는데 <유령 여단>은 그에 미치지 못한 점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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