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행성 |
025.
드디어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 3부작의 마지막에 다다랐다. 기나 긴 여정이었다. 시리즈의 외전격인 <조이 이야기>가 그렇게 재밌고 감동적이라는 말에 시리즈의 첫 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소설적 상상력이 줄어들었는지 3부작 중 앞 두 권은 영 재미없게 읽었다. 과연 시리즈의 마지막은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마지막 행성>에서는 위트 넘치는 할아버지 존 페리가 다시 돌아왔다. 특수부대 장교이자 그의 아내 캐시의 DNA로 태어난 제인 세이건도 그와 함께다. 거기에 <유령 여단>에서 인류를 배신했던 샤를 부탱의 딸- 조이 부탱까지, 셋은 가족을 이뤄 살고 있다. CDF 전역 후 개척지에서 살던 그는 새로운 개척지 로아노크로 파견된다. 출발 전부터 개척 일로 주변 사람들과 갈등이 생긴다. 그런데 우주선이 도착한 곳은 그들이 알던 로아노크가 아니었다. 무슨 함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존 페리와 제인 세이건은 로아노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두번째 책 <유령 여단>이 <노인의 전쟁>보다 다소 김이 빠졌던 이유 중 하나는 위트 넘치는 할아버지 존 페리가 주인공 자리에서 내려오고 그 대신 농담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특수부대원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 딱딱한 분위기에 드디어 존 페리가 돌아온 것이다. 존 페리는 여전히 위트 있고 농담을 좋아한다. 다만 미국식 농담이어서인지 그리 재밌지는 않지만 아예 없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특스부대원이었지만 이제 인간의 몸을 갖게 된 제인 세이건도 나이를 먹어서인지(그래봤자 열 살 남짓이다) 특수부대에 있을 때보다 말과 감정이 늘었다. 제인 세이건은 존 페리보다 강한 육체와 정신을 갖고 있어 존 페리가 정신적으로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준다. 조이 부탱은 <마지막 행성> 이야기에서는 큰 영향은 없지만, 지구에서 온 인간(존 페리)과 우주에서 만들어진 인간(제인 세이건), 인류의 배신자의 딸(조이 부탱)이 가족으로 지내는 것이 사랑과 화합을 상징한다. 특히 제인 세인건과 조이 부탱의 케미가 잘 맞는 편이다.
<노인의 전쟁>은 우주개척연맹(CDF)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고 <유령 여단>은 인류에 대항하는 외계종족연합인 콘클라베의 존재를 언급한다. <마지막 행성>에서는 로아노크를 둘러싸고 인류와 콘클라베 사이의 정치적 투쟁을 그린다. 로아노크는 CDF가 콘클라베의 자존심을 긁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서만 존재하지만 존 페리와 제인 세이건은 개척민과 힘을 합쳐 로아노크를 지키려 한다. 이야기는 로아노크를 개척하고 지키는 이야기, CDF와 콘클라베 사이의 정치적 이야기의 두 갈래로 나뉜다.
두 가지 이야기가 얽혀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아무것도 없는 로아노크를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고 알 수 없는 맹수로부터 지키는 개척 이야기와, 로아노크를 단순한 정치적 장치로만 이용하려는 CDF를 규탄하고 콘클라베의 침략에 맞서는 이야기가 모두 조금씩 부족한 편이다. 분명 둘 다 매력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콘클라베와의 범우주적 정치 세력 충돌에 비해서 너무 소소하고 큰 연관점이 없다. 개척 이야기는 존 페리와 제인 세이건이 죽을 힘을 다해 로아노크를 지키는 이유를 말해주지만 설득력이 크진 않다.(오히려 CDF에 배신당했다는 감정의 영향이 더 큰 듯하다) 더 큰 이야이여야 할 콘클라베와의 전쟁은 말로 하는 전쟁과 소소하고 국소적인 전투만을 보여준다. 오히려 <노인의 전쟁> 후반부 액션이 더 시원하다고 느껴질 정도. 시리즈는 끝인데 아직 회수되지 않는 떡밥도 존재한다.
글쎄, 이 책을 어떻게 평해야 할지 모르겠다. 만약 <노인과 전쟁> 3부작을 모두 보기러 했다면, 거기다 <유령 여단>까지 재밌게 봤다면 이 책도 펴보라고 권한다. 단, 의무감에 책을 펴서는 않았으면 한다. 참, 시리즈의 외전격인 <조이 이야기>는 <마지막 행성>을 조이 부탱의 시선으로 그렸다. 매우 재밌다고 하니 <조이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3부작은 꼭 완주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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