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 터질듯한 추억에 잠기겠지요.
어릴적 휘영청 밝은 달 아래서 당신과 마주앉아 웃던 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모닥불은 우리 사이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하고, 조금 차갑게 부는 밤바람은 당장 터질듯한 우리의 감정을 이성으로 식혀줍니다.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서로만 바라봅니다.
가끔 그대 머리 뒤로 밤하늘에 빛나는 길을 긋는 별똥별이 떨어져요. 하지만 별이 아무리 빛난들 그대 눈보다 밝을 수 없습니다. 마치 방금 내 앞에 하늘에서 떠돌던 가장 크고, 빛나는 별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대의 눈웃음은 내 가슴을 뛰게 합니다. 다른 사람은 뇌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지만, 난 당신을 보고 있는 것이 제 생명의 두근거림의 원천이고 에너지입니다. 내 마음 한 켠 당신의 미소를 담아두면 비오는 주말 눅눅한 벽지를 보고 있어도 당신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대의 미소는 바이러스처럼 내 온 몸에 번져 나는 웃게 됩니다.
불이 서서히 꺼지려하고 밤바람은 더욱 거세집니다. 우리 역시 조금씩 떨고 있고요. 하지만 쉽사리 용기를 내 그대를 감싸지 못합니다. 이런 미련스런 나를 보고 그댄 또 웃습니다.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에 앉습니다. 그리고 내 어깨에 느껴지는 가벼운 무게. 어깨는 가볍지마나 내 심장은 그대의 사랑으로 충만해 한없이 무겁습니다. 그렇다고 그 무거움이 절대 고행이지 않습니다. 너무 즐겁습니다. 그대의 어깨를 살짝 감싸고 나는 눈을 감습니다. 즐겁습니다. 행복합니다.
또 두근거립니다.
행복합니다.
- 세월이 가면, 최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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