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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독서 노트

오버 더 초이스 - 이영도 (황금가지, 2018)

by 양손잡이™ 2022. 10. 12.

정말 기대한 책이다. 정말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인 <드래곤 라자>와 <눈물을 마시는 새>의 작가 이영도가 10년만에 써낸 신작! 가벼운 이야기에서 다소 중2병스럽지만 나름 심오한 주제를 담은 작가의 특징 때문에 여태까지 출간됐던 책이 모두 수준 이상이었다. 황금가지에서 국제도서전에서 홍보도 엄청 많이 하고 네이버 메인에까지 광고를 한 수준이니 기대가 엄청날 수밖에. 책이 출간된 날 바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소감은?

 

아- 대실망. 기대와 다르게 평이한 책이다.책을 덮고나니 실망만 몰려올 뿐. 500쪽이 넘는 책이 아주 쉽게 읽힌다는 점 빼고 이영도의 이전 작품에서 느낀 장점은 모두 사라진 느낌이다. 중2병스러워도 철학이 있었던 <드래곤 라자>, 뛰어난 '이영도 세계관'을 보여준 <눈마새>, <피마새>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주인공 티르 스트라이크가 활약한 단편집 <오버 더 호라이즌>은 유쾌하기라도 하지...

 

책 뒤의 소개말을 하나씩 보자.

 

<드래곤 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 등 한국 판타지 문학의 대표 작가 이영도가 선보이는 죽음과 부활의 난장극.

작은 도시의 보안관보 티르 스트라이크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소녀의 시신을 수습하던 중, 근방에서 벌어진 마차 사고의 현장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소년을 만난다. 무언가 비밀을 감춘 듯 보이는 소년은, 잃어버린 칼 한 자루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 즈음, 죽은이가 부활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도시에 퍼지기 시작한다.

 

이 책은 죽은 자의 부활을 이야기의 골자로 한다. 식물이 시체를 흡수해 열매(?)로 다시 살려낸단다. 그리고 그 권한은 식물왕이 가지고 있다는데... 이 과정까지 가는 데 스토리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죽음과 부활의 난장극'이라고 표현했지만 내 머릿속을 마구 때려대는 난장 따위는 없다. 그저 티르 스트라이크가 이 촌극에서 발버둥치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이영도는 인물을 매력적으로 표현한다. (계속 언급하지만) <드래곤 라자>와 <눈마새>에서 각 인물은 모두 개성이 뚜렷했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모든 이야기에서 훌륭한 조화를 이뤄냈다. <오버 더 호라이즌>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단편집 <오버 더 초이스>에서도 티르 스트라이크와 이파리 보안관의 물과 불의 관계와 같은 조합도 꽤나 좋았다. 하지만 이번 티르는 그저 말 많은 아저씨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대화로 치고받는 구강액션(?)이 완전히 죽은 셈이다. 강박적으로 웃기려고 넣은 작위적인 대사와 상황이 있는데, 의도가 뻔하고 영 유치하기도 하니 마냥 웃을 수도 없다.

 

게다가 티르를 제외하고는 모든 인물이 기능적이다. 캐릭터가 이야기에 완전히 녹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오버 더 호라이즌>은 인물을 그저 틀 안에 가두고 단순한 역할만 소화하게 한다. 이파리 보안관은 그저 티르의 말장난 상대로 전락해버렸고, 나머지 인물도 극장에서 연기하는 것처럼 보여지니 인물에 애정을 가질 수가 없다. <드래곤 라자>에서 인물 하나하나가 머리속에 박혔던 걸 기억하는 이라면, 많이 아쉬운 대목일 것이다. 초반부에 나름 강직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막판에 완전히 무너지는 버샤드 포인도트(책 처음에 죽은 소녀 서니의 아버지), 중후반부부터 활약한 지데(과거에 티르가 죽인 위어울프로, 극 중에서 식물에 의해 살아돌아왔다)가 그나마 눈에 띄는 인물이랄까.

 

인물이 구리면 이야기라도 재밌으면 될텐데, 그렇지도 않다. 대체 식물이 자기 의지대로 이 난장을 벌였는데 당위성도 이해할 수 없고, 나라부스 의장은 정말 식물왕을 깨우려는 의도를 가지고 행동한지도 모르겠고, 책을 끝까지 읽어도 이해가지 않는 구석이 여럿이다. 오디오북으로 들어서인가? 성우의 연기와 호흡에 너무 빨려들어가 스토리를 제대로 파악 못한 건가?

 

작가 나이가 벌써 만 46세다. 젊을 때야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작품을 여럿 썼다지만, 이번 책은 글쎄, 나이와 경력에 맞지 않는 너무 가볍고 허세 넘치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리 이영도가 10년만에 신작을 냈어도 이정도 수준이라면 정말... 어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국내에서 정통 판타지 장르의 글을 쓰는 유일한 작가라지만 일정 수준 이상 보여주지 않으면 유명세로는 덮을 수 없다. 마치 '작가님! 올해 책을 내시면 10년만의 신작이에요! 마케팅으로도 거하게 쓸 수 있으니 책 한 권 써보시는 게 어떠실까요!'라는 출판사의 요청에 억지로 내놓은 작품 같다.

 

그리 인상적이지도 책도 아니었는데 말만 길어졌다. 그만큼 기대한 책이어서 별별 말이 다 나왔다. 별로였던 포인트도 말하기만 했지 설명은 못했다. 그만큼 책에 몰입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영도 작가 팬이라면 한번은 읽고 호불호를 말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작가가 지금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전작들의 틀을 깨부수는 참신하고 재밌는 작품을 내주리라 굳게 믿는다.

 

 
오버 더 초이스(양장본 HardCover)
《드래곤 라자》,《눈물을 마시는 새》 등 한국 판타지 문학의 대표 작가 이영도가 선보이는 죽음과 부활의 난장극 『오버 더 초이스』. 단편소설 《오버 더 호라이즌》과 인물 및 배경을 공유하고 있는 이 작품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종족이 어우러져 평화롭게 사는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 아이의 비극적 죽음으로부터 죽음, 부활, 종말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한 서술로 풀어냈다. 작은 도시의 보안관보 티르 스트라이크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소녀의 시신을 수습하던 중, 근방에서 벌어진 마차 사고의 현장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소년을 만난다. 무언가 비밀을 감춘 듯 보이는 소년은, 잃어버린 칼 한 자루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 즈음, 죽은이가 부활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는데…….
저자
이영도
출판
황금가지
출판일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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